2년전 '담대한 구상' 발표 때는 "어리석음의 극치"로 폄훼
(서울=연합뉴스) 오수진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제79주년 광복절을 맞아 미래 통일상을 담은 '8·15 통일 독트린'을 발표했지만 북한이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윤 대통령이 8·15 독트린을 제시한 지 나흘째인 19일 현재, 조선중앙통신과 노동신문 등 북한 관영매체에서 북한 당국의 입장이나 언급이 아직 소개되지 않고 있다.
북한이 '북침 전쟁 연습'이라고 반발하는 한미 을지 자유의 방패(UFS·을지프리덤실드) 연습의 경우, 지난 18일 훈련 개시를 하루 앞두고서 북한 외무성 미국연구소가 "침략 전쟁 연습"이라고 비난의 목소리를 낸 것과는 사뭇 다른 태도다.
북한은 지난 2022년 광복절에 윤 대통령이 대북 정책인 '담대한 구상'을 내놓자, 나흘만인 19일 새벽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 명의로 담화를 내고 정면으로 거부했다.
당시 김 부부장은 담대한 구상이 이명박 정부 시절 대북정책인 '비핵·개방·3000'의 복사판이라고 깎아내리며 "어리석음의 극치"라고 폄훼했다. 김 부부장 담화는 북한 주민들이 보는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에도 실렸다.
만약 북한이 2년 전과 마찬가지로 8·15 통일 독트린에 별도의 입장을 내놓는다면 비난 수위를 한층 높여 원색적인 강성 발언을 쏟아낼 것으로 보인다.
8·15 통일 독트린은 미래 통일상으로 자유 통일 대한민국 달성을 제시하고 있으며 북한 주민들의 자유 통일에 대한 열망을 자극해 아래로부터의 변화를 끌어낸다는 추진 전략을 설정하고 있다.
그런 만큼 여기에는 외부 정보를 북한에 유입하는 작업이 수반될 수밖에 없는데, 북한은 이를 체제 근간을 흔들고 정권을 무너뜨리기 위한 위협으로 해석할 수 있어서다.
북한은 2022년과 달리 8·15 통일 독트린에 무대응 전략을 택할 수도 있다.
북한은 지난해 4월 남북공동연락사무소 등 남북간 각종 연락 채널을 일방적으로 끊고 1년 4개월 넘게 남측과 최소한의 대화조차 거부하고 있다.
특히 북한은 대화 단절 3개월 후인 지난해 7월 김여정 담화를 통해 남측을 처음으로 '대한민국'이라고 불러, 더는 같은 민족인 특수관계로 간주하지 않겠다는 의도를 드러냈다.
이어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남과 북을 '통일을 지향하는 특수관계'가 아니라 '적대적 두 국가관계'라고 직접 못 박은 만큼 윤 대통령의 새로운 통일 구상에 대한 논평 자체가 불필요하다고 여길 수 있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12월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당이 내린 총적인 결론은 대한민국 것들과는 그 언제 가도 통일이 성사될 수 없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이 '통일 불가론'을 선포했지만, 아직 내부적으로 정당화할 논리가 완비되지 못한 상황도 북한이 함구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박원곤 이화여대 통일학연구원장은 "북한이 대남노선을 전환한 명분에 대한 구체적인 이야기가 공개되지 않았고, 학습자료를 만들어 통일 불가론을 주민들에게 교육하고 총화해야 하는데, 아직 그런 작업이 없다"며 "북한 입장에서도 통일을 대체할만한 논리가 아직 없다"고 분석했다.
구병삼 통일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8·15 통일 독트린에 대한 북한의 예상 반응에 대해 "서로 부담 없이 상호 대화의 의사를 밝힌 만큼 북한도 신중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kik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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