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위 국정감사 발언 놓고 여야 질타 잇따라…"정신병자" 퇴장 요구도
"일본만 탓할 게 아니라 우리 잘못도 봐야…창바이산-백두산 병기 추구"
(서울=연합뉴스) 한혜원 김예나 기자 = 박지향 동북아역사재단 이사장이 "한국 국민이 1940년대 영국 시민보다 못하다고 생각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가 사과했다.
박 이사장은 이날 서울 국회에서 열린 교육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지난해 조선일보와 한 인터뷰에서 '2023년 한국 국민 수준은 1940년대 영국보다 못하다'고 말한 부분을 인정하면서 "제 생각"이라고 밝혔다.
박 이사장은 "전쟁 시기 영국 국민의 애국심"을 언급한 것이라고 전제하면서도 "1940년대 영국보다 현재 한국 국민의 수준, 시민적인 책임감 등이 약하다고 이야기했다"고 인정했다.
그는 "당시 영국은 (독일) 히틀러와 전쟁을 벌이고 있었는데 애국심, 특히 공직자의 애국심 정도가 현재 우리 국민들이 국가에 대해 생각하는 마음보다 더 강했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에 더불어민주당 문정복 의원은 "대한민국 국민을 개돼지만도 못하게 생각하는 것"이라며 김영호 위원장에게 박 이사장을 국감장에서 퇴장시켜야 한다고 요구했다.
문 의원은 마이크가 켜진 상태에서 박 이사장을 겨냥해 "정신병자"라고도 말했다.
박 이사장의 취임 전 인터뷰는 이날 국감에서 여러 차례 논란으로 지적됐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김영호 교육위원장은 '한국이 일본을 추월했다는 얘기가 나올 때마다 피식 웃는다'고 한 부분을 거론하며 "이런 사대(주의)를 갖고 어떻게 공직에 있냐"고 지적했다.
그러자 박 이사장은 "역사에서 우리가 잘못한 것도 좀 기억하자는 것"이라며 "우리가 '망국'(亡國)이라는 굉장히 험한 기억과 경험을 갖고 있다"고 반박했다.
이어 "일본만 탓할 게 아니고 우리는 무엇을 잘못했는지 함께 생각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잇단 발언에 여당 안에서도 우려 목소리가 잇따랐다.
국민의힘 정성국 의원은 "박 이사장의 발언은 여야 문제가 아니라 국민의 감정을 아프게 하고 학생들을 가르치는 선생님도 자괴감을 느끼게 하는 심각한 발언"이라고 지적했다.
같은 당 간사인 조정훈 의원은 "국민들은 과거 학자 때 한 발언을 계속 지켜가겠다는 생각보다 '공직자로 있었다면 그런 발언을 안 했을 것 같다'는 말을 기대할 것"이라며 유감 표명을 제안했다.
이에 박 이사장은 "너무 과한 말을 한 것 같다. 모든 분께 사과드리겠다"며 자세를 낮췄다.
박 이사장은 최근 중국명 '창바이산'(長白山)으로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에 등재된 백두산과 관련해서는 "창바이산과 백두산 병기를 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이사장은 "백두산의 55%는 창바이산이고 45%만이 백두산"이라며 "세계적으로 (창바이산이라고) 쓰는 것에 대해 뭐라고 말할 상황이 아니다"고 설명해 지적받기도 했다.
이날 국정감사에서는 낙성대경제연구소를 이끌며 2019년 출간된 책 '반일 종족주의' 공저자로 알려진 김낙년 한국학중앙연구원장의 역사관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문 의원은 김 원장이 과거 한 강연에서 일제강점기 쌀 시장 거래를 언급하며 '쌀을 수탈한 게 아니라 수출한 것'이라고 말한 부분을 비판하며 "그 자리에 앉아 계시면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영호 위원장은 "학자로서 학문의 자유는 있지만 공직에 있고, (국정감사에서) 답할 때는 국민들이 증인들의 답변을 어떻게 이해할까 생각하면 좋겠다"며 "위원들에게 공분을 사면 윤석열 정부에도 마이너스가 된다"고 경고했다.
ye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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