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텃밭 사수' 사활…패배시 한동훈·이재명 리더십 타격 불가피
금정 與우세 속 野단일화 촉각…민주·혁신당, 영광서 호남 주도권 경쟁
(서울=연합뉴스) 류미나 박경준 기자 = 부산 금정구청장과 전남 영광군수 등 기초자치단체장 4명과 서울시교육감 1명을 선출하는 10·16 재·보궐선거가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이번 재보선은 국회의원이나 광역단체장 선거가 없어 '미니 재보선'으로 여겨지지만, 총선 이후 민심을 가늠할 수 있는 선거라는 점에서 여야의 총력전이 막바지까지 계속되고 있다.
여야 차기 대권주자로 꼽히는 국민의힘 한동훈·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체제로 치르는 첫 선거라는 점에서도 각 당 지도부의 향후 진로 및 정국 주도권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야당에서 총선에 이어 재보선에서도 '정권 심판' 슬로건을 내세우면서 선거 결과가 한 대표 리더십은 물론이고 윤석열 정부의 하반기 국정 동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반대로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 역시 의외의 저조한 성적표를 받아들 경우 이재명 대표 리더십에 타격을 받을 수 있다.
주요 격전지인 부산 금정과 전남 영광은 15일까지도 승패를 예측하기 어려운 대혼전 양상이다.
특히 국민의힘 윤일현 후보와 민주당 김경지 후보가 오차범위 내 접전을 벌이고 있는 부산 금정구청장 선거 결과는 이번 재보선의 성적표를 사실상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금정은 애초 국민의힘 지지세가 강해 여당의 승리 가능성이 높게 점쳐졌던 곳이다. 2022년 지방선거 때 국민의힘 소속 고(故) 김재윤 전 구청장이 62% 득표율로 당선됐고, 올해 4월 총선에서도 국민의힘 백종헌 의원이 13.25%포인트(p) 차로 민주당 후보를 따돌리며 승리한 곳이다.
하지만 최근 여론조사에서 나타난 낮은 당정 지지율과 야권 후보 단일화 변수에 여야 간 경쟁이 더욱 치열해진 모습이다.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 후보 단일화를 성사하면서, 여야 후보 간 어느 쪽도 결과 예측이 어려운 양상이다.
국민의힘은 전임 구청장 사망으로 치러지는 이번 보궐선거를 '혈세 낭비'라고 표현했다가 사과한 민주당 김영배 의원의 발언이 선거 결과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한다. 김재윤 전 구청장 유족은 김 의원을 경찰에 고소한 상태다.
만약 국민의힘이 비교적 안정적 승리가 점쳐지는 인천 강화뿐 아니라 부산 금정에서도 승리한다면 당정 지지율 동반 하락이라는 악조건 속에서도 '선방했다'는 평가가 가능하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이 부산 금정을 탈환한다면 윤석열 대통령을 겨냥한 야권의 '심판론' 공세가 더 거세지고, 여권 내부에서는 '책임론' 공방이 벌어질 수 있다.
여야 지도부가 금정에 당력을 총동원하며 지지층 결집에 사력을 다하고 있는 이유다.
한동훈 대표는 지난달 11일 처음 부산 금정을 방문한 이후 이날까지 총 여섯 차례 지원 유세를 벌였다. 이재명 대표 역시 지난 12일을 포함해 네 차례 금정을 찾아 표심 공략에 공을 들였다.
국민의힘 신지호 전략부총장은 이날 KBS 라디오에서 부산 금정, 인천 강화 보선에 대해 "한 곳이라도 잃게 되면 한동훈 리더십에 대한 당 안팎의 문제 제기가 있을 것이고, 두 곳 모두를 선방하면 비교적 안정적 지도체제를 구축하면서 그다음 스텝으로 갈 발판이 만들어지지 않을까"라며 "한 대표는 공식 선거운동 종료 시간인 오늘 자정까지 부산에서 강행군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통화에서 "총선에서 대패한 뒤로도 국정 기조 변화 없이 김건희 여사의 의혹만 불거지는 윤석열 정권을 향한 불만이 금정구에서도 크다"며 "투표 당일까지 최선을 다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전남 영광은 야권의 명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전장'이 됐다.
민주당 강세 지역에 조국혁신당이 도전장을 낸 구도에 조직력을 앞세운 진보당의 세력도 무시할 수 없어 영광군수 재선거는 현재 삼파전 양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장세일 후보와 조국혁신당 장현 후보의 맞대결 구도 속에서 진보당 이석하 후보도 기세가 만만치 않다.
민주당은 전남 곡성군수 선거의 경우 승산이 크다고 판단하는 가운데 영광군수 선거 승리가 최우선 목표라 할 수 있다.
진보 성향 야권의 우군이라 하더라도 혁신당이나 진보당에 영광군수를 내준다면 이재명 대표의 리더십도 흔들릴 수밖에 없다.
설사 부산 금정에서 이기더라도 영광을 잃는다면 호남 민심에 '경고등'이 켜진 것으로 봐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지난 총선에서 광주·전남지역 비례대표 득표율이 혁신당에 밀린 상황에서 이번 선거마저 패한다면 친명(친이재명) 일극 체제에 대한 텃밭의 냉혹한 민심을 확인하는 셈이다.
당 일각에서 '영광군수 선거에 지더라도 혁신당에 져서는 안 된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반대로 혁신당은 영광군수 선거에서 이기면 호남을 지역적 기반으로 야권 내에서 목소리를 키우며 민주당을 위협할 수 있다.
혁신당 황운하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한 기자간담회에서 "결과를 예단하기는 어렵지만 호남의 고도의 정치 감각을 고려하면 혁신당이 호남의 둘째 아들로 설 수 있을 유산을 주시리라 믿는다"며 지지를 호소했다.
이번 재보선 당선자 윤곽은 16일 오후 8시 투표 종료 이후 밤늦게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minary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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