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과의 '면담'에서 성과를 거두지 못함에 따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의 후속 대응이 주목된다. 한 대표는 후속 일정으로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 등 악재 속에서도 재·보선 수성에 성공한 인천 강화·부산 금정구 등을 찾는다. 한 대표의 쇄신론에 공감했던 재·보선 민의 등을 내세워 친윤(친윤석열)계의 반발을 제압하며 윤 대통령과의 차별화를 시도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의 대표회담 등 대야 협상 역시 한 대표의 '승부수'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22일 한 대표 측 인사들은 전날 윤 대통령과 한 대표의 면담 결과와 관련해 "한 대표의 진심이 통하지 않았다"는 평가를 내놨다. 한 대표는 전날 윤 대통령과 81분간 만나 김건희 여사와 관련해 대통령실의 인적 쇄신과 김 여사의 대외활동 중단 및 의혹 관련 설명 해소 등을 건의했다. 아울러 특별감찰관 임명과 여·야·의·정 협의체의 조속한 출범 필요성 등도 밝혔다. 인적 쇄신 등과 관련해 한 대표는 구체적인 이름을 거론하는 등 적극적으로 설득에 나섰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한 대표가 예상됐던 브리핑도 하지 않고 퇴근했을 정도로 실망감이 큰 상황이다.

신지호 국민의힘 전략기획부총장은 CBS 라디오에서 사실상 '빈손'으로 끝난 것과 관련해 "뭔가 해 나가야 되는데 사실 갑갑하다"며 "앞으로 좀 어떤 속도로 완급 조절을 하면서 가야 할지, 서로 머리를 맞대고 고민을 해봐야 되겠다"고 밝혔다 해법 모색을 위해 어렵사리 마련한 자리였지만, 오히려 입장 차이를 확인하고 파열음만 냄에 따라 여권의 고민은 커졌다. 한 대표 측은 법에 정해진 ‘특별감찰관’ 임명만이라도 성과를 거두기를 내심 기대했지만, 이마저도 실마리를 찾지 못해 당혹스러워했다. 기대치가 낮았던 회동이었지만, 성과는 그보다 나빴다는 것이다. 김 여사 관련 특검을 당론으로 총력 저지해왔던 분위기가 달라질 가능성도 점쳐졌다. 신 부총장은 "어제 특별검사가 아닌 특별감찰관 문제에서도 뭐가 풀리지 않았다"며 "(야당발 특검 대응은) 상황 전개를 보며 판단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향후 한 대표는 보수 진영 특유의 '배신자’ 프레임을 피하면서 민심을 따르는 방향으로 정치적 활로를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한 대표는 이날부터 10·16 재·보궐선거에서 승리를 거뒀던 인천 강화군과 부산 금정구를 찾아 감사 인사를 한다. 한 대표는 이번 재·보궐선거를 당과 정부의 변화와 쇄신을 약속하며 치렀다. 하지만 이런 쇄신 노력이 거부당한 것에 대해, 지지자들에 어떤 식으로든 설명해야 하는 입장에 서게 됐다.
이와 관련해 한 대표는 변화의 쇄신을 약속하며 재·보선의 민의라는 '명분'을 토대로 윤 대통령은 물론 당내 반대 세력을 압박하려 할 것으로 보인다. 이외에도 한 대표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2차 대표 회동을 갖기로 한 것이 정국의 변곡점이 될 수도 있다. 야당 등에서 주장하는 채상병특검법, 김건희특검법 등과 관련해서 한 대표는 최종 관문 역할을 할 수 있는 상황이다. 다만 특검법과 관련해서는 친한계 내부에서도 의견이 분분한 만큼 여론 추이 등을 관망할 가능성이 보인다.
정치권에서는 한 대표가 이달 말로 예상되는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 등을 통해 보다 분명한 목소리 내기에 나설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나주석 기자 gongg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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