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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고장난 풍향계]①'정치브로커' 명태균…여론조사로 권력에 접근
    입력 2024.10.23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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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정치 브로커' 명태균씨를 둘러싼 의혹이 정치권을 흔들고 있다. 여론조사 전문가를 자처한 명씨는 민심의 풍향계라는 여론조사를 활용해 권력에 접근했다. 이 과정에서 그는 여론조사를 조작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를 계기로 여론조작 실체와 대책을 3회 걸쳐 짚어본다. ①여론조사로 권력에 접근한 명태균
명씨의 불법 여론조사 의혹을 폭로한 이는 김영선 전 의원의 회계책임자를 지낸 강혜경씨다. 강씨는 지난 21일 자신의 변호인 노영희 변호사를 통해 명씨와 통화한 녹취록을 공개했다. 녹취록에는 여론조작 정황이 드러나 있다. 2022년 4월2일 명씨는 강씨에게 "이준석이가 공표 조사나 비공표라도 김지수를 이기는 것을 가져와라, 그러면 전략공천을 준다고 하네"라고 말한다. 명씨는 "유선 전화를 좀 많이 넣어야 하는 것 아니냐"며 "8대 2, 7대 3 정도로 섞고 (김 후보와 김 전 의원 간 격차를) 벌려서 홍보용으로 때려야겠다"고 말했다.

여론조사를 '경쟁력'을 확인하는 수단이 아니라 정해진 결론의 사후 근거로 썼으며 특정한 결과를 도출하기 위해 여론조사의 대상인 모집단을 설계하는 방식을 활용한 것이 아닌지 의심되는 대목이다.
명씨는 대선 전에도 여론조작을 시도한 정황이 있다. 2022년 2월28일 명씨는 강씨에게 여론조사를 지시하면서 연령별 가중치를 나중에 주라고 한다. 인구 비율 등에 맞춰 가중치를 적용하는 게 아니라 의도한 결과를 끌어내기 위해 가중치를 변경한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명씨는 "어차피 공표할 게 아니다. 그냥 조사만 하는 건 관계없다"며 "물어보는 건 간단하다. 사전투표할 것이냐, 그다음에 후보는 누구를 찍을 거냐, 그리고 정당 지지 3개만 딱 물어보면 간단하다"고 말한다.

명씨가 진행한 여론조사는 흔히 언론에서 접할 수 있는 공표 여론조사가 아닌 미공표 여론조사다. 공직선거법 108조에 따르면 선거 여론조사를 하기 위해서는 조사 이틀 전 목적과 지역, 방법 등을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여심위)에 서면으로 신고해야 한다. 하지만 일일 평균 이용자 수 10만명 미만인 인터넷 언론사가 의뢰하거나 여론조사 기관이 직접 진행하는 여론조사는 신고해야 할 의무가 없다. 명씨는 신고 의무가 없는 미공표 여론조사를 조작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특히 명씨는 구성별 응답자 수 또는 연령별 가중치를 바꾸는 방식으로 여론조작을 활용한 정황이 곳곳에 드러난다. 강씨는 전날 국회에서 진행된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명씨가 어떻게 여론조사를 조작했느냐'는 박균택 민주당 의원 질의에 "500~600개 여론조사 샘플을 추출하는데 (명씨는) 2000개 샘플로 보고서를 작성하라고 했다"며 "500개 샘플에 (4배를) 곱하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20대와 30대의 윤석열 당시 후보 지지율을 20% 올리라는 건 20대와 30대 중 윤 후보 지지 응답에 곱해서 결과 보고서를 만들라고 (명씨가) 지시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조작은 모두 위법이다. 중앙여론조사심의위원회 관계자는 "공표 여론조사든, 미공표 여론조사든 모두 공직선거법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강씨 주장이 맞는다면 명씨는 왜 미공표 여론조사 등을 갖고 '장난질'을 한 것일까.
그는 여론조사를 이용해 원하는 정치적 결과를 끌어내려 했다. 가령 당내 경선 등에 영향을 미치려 했다는 것이다. 앞서 뉴스토마토가 보도한 명씨와 강씨의 통화 내역에 따르면 명씨는 2021년 9월 강씨에게 전화를 걸어 국민의힘 대선 후보 적합도에서 윤석열 대통령 지지율이 홍준표 대구시장보다 2~3%포인트 높게 나오도록 여론조사 결과를 만들 것을 지시하는 듯한 정황이 엿보인다.
해당 보도에 따르면 명씨는 "윤석열이를 좀 올려갖고 홍준표보다 한 2% 앞서게 해주이소"라며 "그 젊은 아(애)들 있다 아닙니까. 응답하는 그 계수 올려갖고. 2~3% 홍(준표)보다 (윤이) 더 나오게 해야 됩니다"라고 언급했다. 이에 강 씨는 여론조사를 중단하고 인위적으로 곱하기를 해 가짜 통계를 뽑아내는 조작을 했다고 밝혔다.
문제는 이런 조작이 일부만 드러났다는 점이다. 강 씨를 대리하는 노 변호사가 공개한 명단에 따르면 여권 인사 외에도 야권 인사 등 27명이 명씨와 연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명씨는 22일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서 "(명단에) 얼굴도 본 적 없는 분들도 여러 명 들어가 있다"며 "강씨가 주장하는 내용은 사실관계와 많이 다르다"고 말했다. 아시아경제는 여론조작 의혹과 관련해 통화, 문자 등을 통해 명씨에게 물었으나 답을 듣지 못했다.




나주석 기자 gonggam@asiae.co.kr
공병선 기자 mydillon@asiae.co.kr
오지은 기자 jo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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