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친인척의 비위행위를 감찰하는 특별감찰관 추천·임명 절차 추진을 두고 국민의힘 서열 1, 2위인 한동훈 대표와 추경호 원내대표가 23일 선명한 입장 차이를 드러냈다. 한 대표는 추진하겠다는 입장, 추 원내대표는 원내 사안이라며 한 대표와 관계가 없다는 견해를 드러내며 분열 양상을 보였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 대표는 이날 오전 11시 국회에서 취임 후 처음으로 주재한 확대당직자회의에서 윤 대통령이 특별감찰관 추천과 북한인권재단 이사 추천을 전제조건으로 결부시킨 것에 대해 "국민의 공감을 받기 어렵다"며 기존 약속대로 추진하겠다는 뜻을 거듭 강조했다.
한 대표는 "우리는 민주당의 북한 인권재단 이사 추천을 강력하게 요구하고 결국 관철시킬 것"이라며 "그러나 특별감찰관 추천 절차를 그 이후로 미루지 않겠다"고 언급했다.
한 대표는 특별감찰관을 비롯한 김건희 여사 문제가 해소돼야 민심을 가져올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한 대표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1심 선고가 내려지는 다음 달 15일 이후 민주당의 특검·탄핵 공세, 국회 독주 등이 심해질 것이라고 전망한 후 "그때 우리는 어떤 모습이어야 되겠나. 김 여사 관련 국민들의 요구를 해소한 상태여야만 한다"고 지적했다.
반면 추 원내대표는 특별감찰관 추천에 대해 "원내 사안"이라며 원외 인사인 한동훈 대표에 반발했다. 추 원내대표는 확대당직자회의 이후 국회에서 만난 기자들이 한 대표의 특별감찰관 임명 추진에 대한 견해를 묻자 "저도 그 자리에서 잘 경청했다. 아시다시피 특별감찰관은 국회 추천 절차가 있어야 하고, 원내 관련한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특별감찰관은 의원들 의견을 모으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의원들의 다양한 의견을 모으는 시간과 절차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의원들의 의견이 한 대표와 반대될 경우에 대한 질문엔 "이 부분은 국회의 의사 결정 과정이고 원내 사안"이라며 "원내 최고 의사결정 기구는 의원총회고, 거기 의장은 원내대표"라고 일축했다.
친한계에서는 윤 대통령과 빈손 면담을 한 한 대표와 만찬에 초청받은 추 원내대표 사이 이견이 발생한 것은 추 원내대표의 발언에 대통령실의 의지가 담긴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추 원내대표는 지난 2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최고위원회의에서 야당에 북한인권재단 이사 추천을 촉구했다. 이후 윤 대통령도 한 대표와의 면담에서 특별감찰관 추천과 북한인권재단 이사 추천을 연계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면서 대통령실과 추 원내대표 간 사전 교감이 이뤄진 것 아니겠냐는 취지다.
한 친한계 인사는 추 원내대표가 한 대표와 출동하는 모습을 노출한 것에 대해 "용산 뜻에 따르는 것 아니겠냐"고 불만을 드러냈다.
반면 친윤계에서는 추 원내대표의 말이 절차적으로 정당한 지적이라는 입장이다. 특별감찰관 추천 여부는 여야 간 중요한 결정 사항인 만큼 당 대표가 독단적으로 결정할 것이 아니라 의원총회에서 소속의원들의 의견 수렴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것이다. 한 친윤계 의원은 "의원총회에서 의원들의 총의를 모아서 추진해야 할 일"이라며 추 원내대표를 거들었다.
이기민 기자 victor.lee@asiae.co.kr
최영찬 기자 elach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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