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국정원)은 국회 정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북한 김정은 일가의 특이한 동정과 러시아·북한 관계, 7차 핵실험 가능성 등을 보고했다.
북한 내 목소리 키우는 김정은·김주애 父女정보위 여야 간사인 이성권 국민의힘 의원과 박선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9일 오후 서울 서초구 내곡동 국정원에서 비공개로 진행된 국정감사 오전 질의를 마친 뒤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내용을 전했다. 여야 간사에 따르면 국정원은 "올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공개 활동은 현재까지 110회로 작년에 비해서 약 60% 이상 증가했다"며 "김 위원장에 대한 암살 등을 의식해서 경호 수위를 격상하고 있다"고 했다.
또 "소위 주체 연호(주체력) 사용을 중단하고 김일성·김정일 선대의 무능을 대신한다는 김정은의 혁명역사학습을 재차 강조하고 있다"며 "김정은 독자(獨自) 우상화 조치가 강화되고 있다"고 밝혔다. 주체 연호는 김일성 주석의 생년을 기준으로 삼는 연도 표기법이다. 북한은 최근 김정은 체제하에서 남·북한 적대적 두 국가론을 내세우고 경의선·동해선 남북 연결도로를 폭파하는 등 선대와의 차별화에 나서고 있다.
국정원은 "김주애는 노출되는 빈도를 조절해 가면서 당 행사까지 그 활동 범위를 넓히는 가운데 김여정의 안내를 받거나 최선희의 보좌를 받는 등의 활동이, 그 지위가 일부 격상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어 "러시아 대사와 직접 담소를 나누는 장면, 김정은·김주애 둘이 있는 ‘투 샷 사진’을 공개한다든지, 전담 경호원을 대동하는 등 확고한 입지가 감지된다"고 했다.
북·러 밀착…정찰위성 재발사 가능성도북한군이 러시아로 파병돼 러시아 극동 지역에서 훈련받고 있다는 것과 관련한 질의응답도 있었다. 국정원은 "북한과 러시아 간의 병력 이송이 진행 중"이라며 "고위급 군 장성을 포함한 일부 인원의 전선 이동 가능성을 열어두고 확인 중"이라고 했다. 현재까지 파병돼 훈련을 받는 북한군은 3000여명이라고 추산했다. 파병이 결정돼 연말까지 배치될 병력은 모두 1만 900여명일 것이라고 파악하고 있다. 러시아 남서부 접경지역 쿠르스크로 이동했을 가능성도 있지만, 아직 확정적으로 이동 여부와 규모를 판단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라고 했다.
국정원은 향후 러시아와 북한 간 소통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국정원은 "러시아군이 북한군에게 러시아 군사 용어 100여개를 교육하고 있으나 북한군이 어려워한다는 후문이 있다"고 밝혔다. 러시아는 북한군에 '위치로' '포격' '발사' 등 100여개 군사 용어 단어를 러시아어로 번역해 가르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파병과 관련한 북한 내부 입단속도 이뤄지고 있다고 봤다. 국정원은 "군대 기밀 누설을 이유로 장교 휴대폰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며 "차출 부대에 입단속을 하고 파병군인 가족에게는 훈련 간다고 거짓 설명하는 정황도 포착됐다"고 했다. 그러면서 "단속 조치에도 북한 내에 파병 소식이 퍼지면서 '왜 남의 나라를 위해 희생하느냐'라는 주민 동요가 감지되고 있다"고 보고했다.
국정원은 향후 북한의 도발과 관련해 극초음속 중거리탄도미사일(IRBM)과 대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 발사 가능성을 전망했다. 국정원은 "북한은 첨단 부품 구입 및 러시아와의 기술 협력으로 지난 5월 실패한 정찰 위성을 다시 발사할 준비가 돼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미국 대선 이후 7차 핵실험 가능성까지 염두에 두면서 면밀히 감시하고 있다"고 했다.
국정원, 참관단·심문조 필요성 일부 인정국정원은 '참관단이나 심문조를 보내야 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일부 "필요하다"는 취지로 인정했다. 국정원은 "우리 정부나 국정원에서는 참관단이나 심문조라는 용어를 사용한 적 없다"며 "내용상으로는 그런 기능을 수행하는 조직을 파견하는 것을 검토해볼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여야 의원들은 참관단에 대한 국정원 반응을 서로 다르게 전했다. 이성권 국민의힘 의원은 "지금 진행되고 있는 현대전을 우리 군도 파악하고 분석 해야 하기 때문에 북한군이 가지고 있는 전투 역량 파악해야 한다"며 "참관단 필요하단 것을 인정했다"고 전했다. 이에 박선원 민주당 의원은 "의원이 질문한 의도가 있었던 것"이라며 "참관단에 대해서 국정원은 어떤 입장도 아직 갖고 있지 않았다"고 했다.
오지은 기자 jo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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