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귀포=연합뉴스) 박지호 기자 = 2024년도 태평양전쟁 희생자 합동위령제가 30일 제주 서귀포시 대포동 약천사 경내 위령탑에서 유족회 회원과 유가족 등 1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이날 행사는 초혼문 낭독, 경과보고, 주제사, 도내 기관장의 추도사 순으로 진행됐다.
강덕림 태평양전쟁희생자유족회 제주지부장은 주제사에서 "일제의 야욕으로 시작된 태평양전쟁으로 인한 피해자가 대한민국 땅에 300만명을 넘고, 제주에도 수많은 희생자와 유족들이 있다"며 "태평양전쟁은 과거가 아니라 현재도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은 광복 79주년을 맞는 올해까지도 역사적 정의에 역행하는 발걸음을 이어가고 있다"며 "역사교과서에 서술된 종군위안부, 강제동원징용에서 '종군'과 '강제'라는 용어를 삭제하고 강제가 아니었다는 후안무치한 발표를 하기까지 했다"고 일본의 우경화를 강하게 비판했다.
강 지부장은 "유족회가 태평양전쟁 희생자 추모사업에 힘쓰고 있는 것은 반복되지 말아야 할 역사의 비극을 후손들에게 바로 알려 경종을 울리고 교훈을 얻기 위한 것"이라며 "일제 식민지 지배와 직결된 불법행위에 대한 보상청구권은 여전히 영구적인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영훈 제주지사는 추도사를 보내 "고난과 희생, 극복과 도약의 역사 속에서 아름다운 조국을 보지 못하고 눈감으신 영령들을 기리고, 기억해야 한다"고 했다.
현재까지 확인된 제주지역의 태평양전쟁 희생자는 군인과 군무원 1천804명이며, 강제동원됐다가 살아 돌아온 생존자는 37명으로 파악되고 있다.
1941년 일본의 진주만 기습공격으로 시작된 태평양전쟁은 제주 도민뿐만 아니라 제주 땅 곳곳에도 깊은 상처를 남겼다.
일제는 제주도를 환태평양과 동남아를 연결하는 지정학적 요충지라고 판단하고, 태평양전쟁 시기(1941년 12월∼1945년 8월) 주민들을 동원해 섬 곳곳에 비행장, 고사포진지, 격납고, 지하벙커, 지하동굴진지 등 군사시설을 구축했다.
전쟁 말기인 1945년에는 미군의 일본 본토 상륙을 저지하려고 제주에 최대 7만5천여 명의 일본군이 진주해 온 섬을 요새화하기도 했다.
도내 일제 군사시설은 송악산, 사라봉, 어승생악, 가마오름, 우도봉, 섯알오름, 일출봉 해안, 송악산 해안의 동굴진지와 비행기 격납고, 모슬포 알뜨르비행장 지하벙커, 섯알오름 고사포 진지 등이 있다.
jiho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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