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 참전용사 롯 아사나판 유해, 부산 유엔기념공원 안장 위해 인천공항 도착
(서울=연합뉴스) 김지헌 기자 = "여기서부터 대한민국이 모시겠습니다."
70여 년 전, 6·25전쟁에 청춘을 바쳤던 태국 참전용사가 바로 자신이 지켜낸 자유 대한민국 땅에 잠들고자 유해가 되어 돌아왔다.
1952년 11월 18일부터 1953년 10월 28일까지 6·25전쟁에 참전했던 고(故) 롯 아사나판 씨가 그 주인공.
국가보훈부는 8일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 A입국장에서 아사나판 참전용사 유해 봉환식을 거행했다.
아사나판은 1922년 8월 14일 태어나 한 세기를 살고 전쟁의 기억을 간직한 채 지난해 6월 14일 별세했다.
원래 교사였던 그는 태국 수라나리 병원에서 간호 부대의 분대장 겸 하사관으로 복무하다가 6·25전쟁에 자원, 태국의 1차 파병 부대에 속해 참전했다.
그는 태국 장병의 용기와 민첩성을 상징하는 '리틀 타이거' 부대 소속으로 6·25전쟁의 포화 속으로 뛰어들었다.
상주지구 전투와 평양 진격 작전 등 주요 전투에 참여한 공로로 태국 정부에서 '승리 메달'(The Victory Medal)을 받았다.
전쟁에서 생존해 귀국한 뒤에는 다시 교실로 돌아가 생업에 매진했다고 전해진다.
아사나판의 국내 안장은 유족이 택했다. 고인 별세 이후인 지난해 11월 보훈부 초청으로 한국을 찾은 유족들은 마침 부산 유엔기념공원에서 열린 영국·콜롬비아 참전용사의 안장식을 지켜볼 기회가 있었다.
유족들은 아버지를 더욱 영예롭게 기리기 위해 유해의 유엔기념공원 안장을 결정하고 올해 4월 한국 정부에 국내 안장을 신청했다.
고인의 딸 쏨송 차로엔퐁아난 씨는 "70여 년 전 아버지가 목숨 걸고 지켰던 대한민국에 이제 영원히 잠들게 됐다"며 "아버지도 전우들과 함께하게 돼 기쁘실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고인의 유해는 방콕에서 출발한 대한항공 여객기에 실려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영정 사진을 든 영정병의 뒤를 따르는 운구병 손에 들린 유골함이 모습을 나타내자, 제2연평해전 참전용사 출신인 이희완 국가보훈부 차관이 직접 유골함에 천을 덮고 고개를 숙여 예를 표했다.
유해는 경찰의 호송 오토바이(콘보이)를 앞세운 운구 차량에 실려 국립서울현충원으로 옮겨졌다.
서울현충원에 임시 안치된 유해는 '유엔참전용사 국제추모의 날'인 오는 11일 부산 유엔기념공원에 안장될 예정이다.
아사나판의 유해가 부산에 묻히면 태국인 참전용사의 사상 첫 사후 국내 안장 사례로 남게 된다.
세계 유일의 유엔묘지가 있는 유엔기념공원에는 지금까지 27명의 유엔 참전용사 유해가 사후 안장됐다. 전쟁에서 생존해 귀국했다가 별세 후 자신의 피와 땀이 서린 한국으로 돌아와 묻힌 이들이다.
2015년 5월 프랑스 참전용사 레몽 베르나르의 유해가 처음 묻힌 이래 영국, 미국, 네덜란드, 캐나다, 콜롬비아, 벨기에 참전용사들의 유해가 한국으로 돌아왔다.
강정애 보훈부 장관은 "영웅들의 참전 역사를 대한민국과 참전국 미래 세대에 알리고 계승하기 위해 지속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j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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