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 북한이 최근 위성항법장치(GPS) 전파 교란을 시도 중인 가운데 전파 방향이 남쪽이 아닌 북측 서해안 방면 등으로 향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군은 우리 선박과 민항기를 대상으로 한 전파 교란보다 무인기를 염두에 둔 도발로 보고 있다.
11일 군에 따르면 북한은 대남 오물·쓰레기 풍선을 올해 들어 처음 날리기 시작하던 지난 5월 말∼6월 초 닷새 연속 서해 북방한계선(NLL) 일대에서 남쪽을 향한 GPS 전파 교란 공격을 감행했다. 이 시기 교란 공격은 신호의 방향이나 출력 강도 등으로 미뤄 남쪽을 향한 도발이라는 점이 명백했다.
그런데 지난 8∼9일에 북한은 해주와 개성 일대에서 GPS 전파 교란을 시도한 것은 이전과 달랐다. 교란 신호는 남쪽 외 다양한 방향으로 향했고, 신호 출력도 5월 당시의 3분의 1 수준으로 약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선박과 민항기 운항에 일부 장애가 발생했지만, 본격적인 공격 시도로 보기에는 애매한 측면이 있다는 것이 군의 분석이다.
북한이 이런 식의 교란 신호를 보내기 시작한 시점이 지난달 초라는 사실을 고려하면 북한이 평양에 나타났다고 주장하는 남측 무인기와 관련된 움직임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북한은 지난달 11일 외무성 성명을 통해 "한국은 10월 3일과 9일에 이어 10일에도 심야 시간을 노려 무인기를 평양시 중구역 상공에 침범시켰다"는 주장을 펼쳤다.
최근의 북한 GPS 전파 교란 신호가 향한 쪽에는 백령도 북쪽 해상 등지가 포함되는 만큼 북한은 자신들이 주장한 무인기 침투 경로 쪽을 향해 교란 신호를 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14일 남측 무인기 대응을 위해 개최한 ‘국방 및 안전 분야에 관한 협의회’에 GPS 교란 등을 담당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탐지전자전국 지휘관이 참석한 점도 이런 관측을 뒷받침한다.
군 관계자는 "우리 측에 오는 영향이 미미하지만, 신호가 탐지는 되므로 주시하고 있다"며 "자체적인 훈련일 가능성, 무인기 주장을 대내외에 공개한 이후 그에 대한 정당성을 스스로 확보하려는 차원에서 일종의 보여주기식 방공을 펼치고 있을 가능성 등을 분석하고 있다"고 밝혔다.
양낙규 군사전문기자 if@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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