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개미투자자와 만나는 등 상법 개정안 힘 실어주기에 나섰다. 민주당은 이사의 충실 의무에서 더 나아가 보호 의무까지 적시한 강력해진 상법 개정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 대표는 20일 서울 여의도 한 카페에서 열린 '국내 주식시장 활성화를 위한 일반투자자 간담회'에 참석해 소액주주들과 국내 주식 시장 활성화 방안을 논의했다. 이 대표는 "주식시장은 자본주의 체제의 핵이다. 하지만 국내 주식시장은 우량주에 장기투자를 하는 것도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경영권 남용과 같은 문제를 체계적으로 해결하는 방안이 이사의 충실 의무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상법을 개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를 반대했던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대표를 비롯한 소액주주들은 주식시장 구조 개선과 불법 주식 거래 처벌 강화 등 주식시장 선진화 방안에 대한 요구사항을 이 대표에게 전달했다.
이번 일반주주와의 간담회는 민주당이 추진 중인 상법 개정안에 힘을 실어주는 행보로 풀이된다. 이 대표는 지난 4일 금투세를 폐지하기로 결정하는 대신, 상법 개정안을 정기국회 내에 처리하겠다고 공언했다. 그는 상법 개정안을 "증시 선진화 대책"으로 규정하고 국내 증시 밸류업 대책으로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이 대표의 뜻에 맞춰 상법 개정안을 논의하는 '대한민국 주식시장 활성화 태스크포스'(TF)도 출범했다. 상법 개정안은 지난 14일 의원총회를 통해 당론 법안으로 채택됐다.
민주당은 이사의 충실 의무를 주주로 확대하는 내용에 보호 의무도 추가한 상법 개정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정문 민주당 정책위 부의장은 전날 상법 제382조의3에 '이사는 그 직무를 수행함에 있어 총주주의 이익을 보호해야 하고, 전체 주주의 이익을 공평하게 대우해야 한다'는 내용의 2항을 추가한 상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지금까지 거론된 상법 개정안에는 이사가 회사뿐만 아니라 주주에게도 충실해야 한다는 내용만 담겼다. 하지만 민주당 내부에서는 충실 의무 확대만으로는 변화를 가져오기 어려워 더 강한 상법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의원은 이날 통화에서 "충실 의무 확대만으로는 주주를 지켜야 할 기업의 책임이 법률상으로 명확하지 않다는 지적이 있었다"며 "전체 주주를 공평하게 보호해야 한다는 취지로 2항을 추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여당과의 충돌은 불가피하다. 정부는 상법 개정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재계 입장을 고려해 '주주의 이익 보호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은 상법 개정안을 추진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자본시장법 개정만으로도 일반 주주 보호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김상훈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지난 10일 "(충실 의무 확대는) 헤지펀드들이 경영권을 침해할 수 있는 문제가 있다"며 "차후에 야당과 소통할 기회가 있다면 자본시장법 개정을 통해 인수합병 시 주주의 이익을 보호하는 방향으로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재계와 대화하면서 상법 개정안을 둘러싼 충돌 완화를 시도할 예정이다. TF는 다음 주 중으로 대한상공회의소와 경총 등을 만나 상법 개정안과 관련된 의견을 듣기로 했다. 이 의원은 "재계 측에서 대안 입법을 요구한다면 경청해볼 것"이라고 말했다.
공병선 기자 mydill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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