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국선열의 날 별세…사회장 영결식 배웅하고 서울현충원 충혼당에 안장
보훈장관 "고난의 길 걸어간 지사께 무한 감사"…이종찬 광복회장도 애도
(서울=연합뉴스) 이영섭 최원정 기자 = '마지막 여성 광복군' 고(故) 오희옥 애국지사가 20일 영면에 들었다.
오 지사의 사회장 영결식은 이날 오후 3시께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 현충관에서 엄수됐다.
이날 영결식에는 장남 김흥태 씨와 장녀 김미경·차녀 김미연 씨 등 유족 10여명을 비롯해 정부를 대표해 강정애 국가보훈부 장관 등 150여명이 참석했다. 여성가족부 장관 재임 시절 고인과 인연을 맺은 더불어민주당 진선미 의원도 자리에 함께했다.
영결식장에는 윤석열 대통령과 문재인 전 대통령, 국민의힘 한동훈·민주당 이재명 대표, 우원식 국회의장이 보낸 조화들이 빼곡이 놓였다.
장례위원장을 맡은 이종찬 광복회장은 조사에서 "7년 전 지사님께서는 광복절 경축식 무대에 올라 홀로 당차게 임시정부 당시의 곡조로 애국가를 부르시며 온 국민의 마음을 울리셨다"며 "그날의 감동이 아직도 선명한데 이제 더는 지사님의 육성을 들을 수 없다는 사실에 마음이 미어진다"고 추모했다.
이어 "유일한 생존 여성 애국지사님을 모시고, 내년 광복 80주년 기념사업을 계획하기도 전에, 순국선열의 날에 지사님께서 서거하시어 주인공을 잃어버린 저희들은 망연자실하며 큰 슬픔에 빠져 있다"고 애통해했다.
또 "독립투쟁은 지사님처럼 이름 없는 꽃 한송이가 되어 조국에 바친 투쟁 그 자체였다"고 상기하고, "전 가족이 독립투쟁 전선에 참여하신 위대한 발자취를 귀감으로 삼고 흐트러짐 없이 따르겠다"고 고인을 기렸다.
한편 정부에 비판적 입장을 보여온 이 회장은 보훈부가 광복 80주년을 기념해 서울에 국내민족독립운동기념관(가칭) 설립을 추진하겠다고 한 것을 염두에 둔 듯 "독립투쟁은 해외와 국내로 역사를 갈라서 쓰기 위해 싸운 것 아니다"고 언급했다. 또 "신판 일진회가 다시 독초처럼 뿌리를 내리고 있다. 일본이 심어놓은 악성 바이러스를 제거하겠다"고 하기도 했다.
강 장관은 추모사에서 "가장 어두웠던 시기 빼앗긴 나라를 되찾기 위해 고난의 길을 당당히 걸어가신 지사님께 무한한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가진다"며 "정부는 국권 회복과 조국 독립을 위해 헌신한 독립유공자를 기억하고 그분들의 독립 정신을 미래로 계승해나가도록 온 마음과 성심을 다하겠다"고 했다.
흰 국화를 들고 차분하게 헌화 순서를 기다리던 유족들은 사진 속 고인과 눈이 마주치고는 끝내 참았던 눈물을 터뜨렸다.
오 지사의 유해는 국립서울현충원 충혼당에 봉안됐다. 이곳에는 현재 독립유공자 250여명의 유해가 안장돼있다.
이날 영결식은 쌀쌀하고 비가 내리는 궂은 날씨 속에서 치러졌다. 참석자들은 비를 맞으며 영결식장을 나서는 고인의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
영결식에 앞서 이날 오전에는 고인의 빈소가 차려진 서울 강동구 서울중앙보훈병원 장례식장에서 발인식이 엄수됐다.
고인의 관은 태극기로 덮여 장례식장을 빠져나왔다. 운구차에 실려 떠나는 고인을 향해 국방부 육해공 3군 의장대가 경례해 오 지사의 충혼을 기렸다.
1926년 태어난 오 지사는 13살이던 1939년 4월 중국 류저우에서 한국광복진선청년공작대에 입대한 뒤 독립운동에 일생을 던졌다.
1941년 1월 광복군 제5지대로 편입될 때까지 일본군 정보수집, 공작원 모집, 한국군 위무 활동 등 항일활동에 몸담았고, 이후 한국독립당 당원으로 활동했다.
오 지사의 집안은 3대가 내리 독립운동을 했다. 할아버지 오인수 선생은 명포수 출신의 의병장이며, 부친 오광선 선생과 모친 정현숙 선생도 독립운동의 공로를 인정받아 각각 독립장과 애족장을 받았다.
2017년 광복절 기념식에서 오 지사는 홀로 세종문화회관 무대에 올라 광복군 애국가를 불렀다. 이때 부른 '낯선 애국가'는 많은 이에게 울림을 안겼다. 이는 스코틀랜드 민요 '올드 랭 사인' 선율에 애국가 가사를 얹어 부른 노래다. 졸업식에서 자주 들리는 선율로, 과거 독립운동 시절에는 이 노래에 맞춘 애국가가 주로 불린 것으로 알려졌다.
생존 애국지사 중 유일한 여성이던 오 지사는 숙환으로 서울중앙보훈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던 중 지난 17일 오후 별세했다. 작고 당일은 순국선열의 날이었다.
young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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