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 박상욱 대통령실 과학기술수석비서관은 24일 "대학과 공공연구기관 간 벽을 허물고, 기초연구를 선도형으로 질적 전환해 우리나라의 국가과학기술혁신생태계를 선도국형, 선진국형, 강대국형으로 업그레이드 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대학과 정부 출연연구기관 등 공공부문의 연구·개발(R&D) 기술을 사업화할 수 있도록 '기술사업화 전문회사' 육성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박 수석은 이날 오후 용산 대통령실에서 '후반기 과학기술분야 5대 개혁방향' 관련 브리핑을 갖고 국내외 전문가들이 지적하는 약점을 극복하기 위한 5대 개혁을 중점 추진하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박 수석은 "정부 출연연구소 체계는 그간 국가 전략연구를 수행함에 있어 훌륭한 역할을 담당해왔지만 연구소들이 각각의 분야 별로 사일로화 돼 있는 것이 문제점으로 지적됐다"면서 "정부는 출연연들 사이 물리적·제도적·문화적 장벽을 허무는 조치를 마련하고 올해 톱 연구단을 발족해 여러 연구소가 협력하는 융합연구 체제를 도입했다"고 설명했다.

또 "연구 차원에서 학과 간 장벽을 없애기 위해 대학부설 연구소의 융합연구를 지원하는 국가연구소 2.0(NRL 2.0) 사업을 내년부터 시행한다"면서 "국가연구소 2.0사업을 통해 한 연구소당 10년간 총 1000억원을 묶음 예산 방식으로 지원해 미국 MIT 미디어랩과 같은 세계적인 대학 연구소를 육성하겠다"고 강조했다.

박 수석은 "대학과 출연연 사이의 벽도 허물어 연구인력, 시설, 장비를 공유하고, 교수와 연구원을 겸임하도록 해서 공동으로 인재를 양성하도록 할 것"이라며 "같은 분야의 출연연 글로벌 톱 연구단과 대학의 국가연구소가 함께 임무 중심 R&D를 수행하는 가칭 '국가연구소네트워크'를 구축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또 공공부문 연구개발 성과의 기술이전·사업화에 시장매커니즘을 적극 도입한다.

박 수석은 "연구비 투자에 비해 기술사업화 성과가 저조한 것이 우리나라 R&D의 대표적인 약점으로 지적돼 왔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는 관계부처 협의체를 운영해서 법제와 거버넌스를 정비하고, IP 탐색·개발부터 초기 스케일업, 금융투자에 이르기까지 기술사업화 관련 비즈니스를 제한 없이 모두 할 수 있는 민간 기술사업화 전문회사를 육성해 서로 경쟁하게 해서 대학과 연구소가 만든 기술이 어엿한 재화 혹은 자본이 되도록 하겠다"고 청사진을 제시했다.

기술사업화 시장이 활성화되면 민간 금융자본이 유입돼 공공연구부문발 유니콘 기업이 속속 등장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기초연구 지원체계도 개선할 방침이다. 박 수석은 "연구자의 나이와 경력을 기준으로 하는 기존 '연구자 생애주기형' 지원에서 벗어나서 내년부터는 연구 자체의 성장단계에 맞는 지원체계로 전환해 나가겠다"며 "젊은 연구자도 연구역량과 주제에 따라서 대규모 연구를 수행할 수 있고, 이미 큰 연구실을 운영 중인 연구자도 새로운 아이디어를 탐색하는 작은 연구에 도전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국가 전략 분야에 대해서는 주제만 지정하고 연구 내용은 연구자들이 자유롭게 제안하는 상-하향 혼합지원 방식도 새로 도입할 예정이다.

박 수석은 "우리나라의 과학기술 지평을 국경을 넘어 세계로 확장하겠다"면서 "우리나라는 개방성이 부족한 이른바 '닫힌 연구' 생태계, '우리끼리 연구'를 하는 것이 약점으로 지적됐는데 해외 우수 연구자를 우리의 연구자로 적극 활용할 수 있도록 글로벌 개방형 R&D 체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나라 글로벌 R&D는 사실상 올해가 원년으로 작년 대비 4배 이상 규모의 국제공동 R&D가 수행되고 있다"며 "내년부터 유럽연합의 대표적 국제공동연구 플랫폼인 호라이즌 유럽에 참여한다"고 말했다.

박 수석은 "국내 연구자들이 회원국 연구자들과 함께 유럽연합의 연구비를 지원받는 것"이라며 "글로벌 R&D는 우리나라가 가진 규모의 한계를 극복하고, 게임체인저 분야에서 선두 그룹과 나란히 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R&D 매니지먼트를 선진화한다. 박 수석은 "연구 환경을 업그레이드하고 연구 품질을 제고하기 위해 선진화된 R&D 매니지먼트 체계를 갖춰야 한다"며 "연구행정가들의 처우를 개선하고, 이공계가 진출할 수 있는 또 하나의 양질의 일자리로 만들어 전문성 향상으로 이어지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서소정 기자 ss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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