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
정치자금법 제1조는 자금의 적정한 제공을 보장해 민주정치의 건전한 발전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한다. 하지만 아시아경제가 정보공개 청구를 통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입수한 '제21대 국회의원의 임기 만료 회계 보고 수입·지출보고서'를 조사한 결과 자금의 사적 및 편법 사용, 수입·지출의 기재 오류 등 관리의 허술함이 곳곳에서 드러났다. 전문가들은 정치자금 관리의 핵심으로 '투명성' 확보를 한목소리로 강조했다. 다만 이를 위한 방법론에 대해선 의견이 갈렸다.
이광재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 사무총장은 인터뷰에서 "정치자금을 자연스럽게 모금하도록 하되, 이후 쓰임새에 대해선 '실시간 공개 원칙'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시간 회계 보고 시스템을 도입하면 회계보고서상 오표기 등 사소한 문제라고 생각해 넘어갈 수 있는 각종 오류를 원천 차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사무총장은 "정치자금을 논의할 때 학계나 시민사회 등에서 무엇보다 강조하는 것은 자금 사용에 대한 투명성"이라며 "영국 같은 경우는 법인카드를 잘못 써 노동당이 보수당으로 권력을 넘겨주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우리나라는 정치자금은 투명하게 공개하거나 보고하는 게 아니라는 생각, '걸리면 죄, 안 걸리면 괜찮은 것'이라는 도덕적 해이(moral hazard: 모럴 해저드)가 의원들 사이에 자리 잡은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는 "저희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회계보고서의 실시간 공개를 주장하면 인력 부족 등 애로사항을 얘기한다"며 "(인력 부족으로) 실시간 관리가 어려우면 (선관위) 조직을 더 키워 투명성을 확보하는 게 맞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최대권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국회의원들의 특권을 줄이는 일환으로, 정치자금의 사용처를 보다 명확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정치자금을 통한 명절 선물, 보좌진의 퇴직 격려금 등 사용에 있어 '통상적인 범위 내'에서 사용 가능하다는 유권해석을 하고 있다. 최 교수는 법 해석에 따라 기준이 모호한 자금 사용 출처에 대해서는 보다 세밀한 규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반대로 정치자금의 지출보다, 들어오는(수입) 자금 출처에 더 집중해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정치자금이라는 것의 개념은 굉장히 광범위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지출은 법적 테두리 안에서 사용하게 된다"며 "하지만 음성적으로 들어오는 돈이 정치자금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있다. 이런 것을 확인하는 데 더 주력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신 교수는 "예컨대 정치인들의 출판기념회는 선관위를 비롯해 아무도 자금이 얼마나 오갔는지 모른다"며 "이런 돈들이 정치자금으로 쓸 수 있는 것이다. 정확히 확인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회계보고서상 잡히지 않는 자금, 즉 어디에서 돈을 받았느냐 하는 수입 항목에 더 집중해야 투명성을 높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선관위 역시 회계보고서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수입 및 지출의 실시간 공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선관위 관계자는 "2012년부터 2021년까지 4번에 걸쳐 정치자금의 투명성 강화를 위한 관련 개정 의견을 국회에 제출했다"며 "수입·지출에 대해 상세내역을 인터넷에 공개하도록 하는 것"이라고 했다.
실제 선관위가 2021년 5월 25일 국회에 제출한 '정치자금 수입·지출의 상시 인터넷 공개' 의견서에는 '중앙당(중앙당창당준비위원회 포함) 및 그 후원회, 시·도당, 후원회를 둔 국회의원 및 그 후원회는 매월의 정치자금 수입·지출에 대해 다음 달 5일까지 상세내역(지출증빙자료 제외)을 선관위 공개시스템을 통해 인터넷에 공개하도록 하되, 인터넷 공개를 해태하는 경우 과태료를 부과한다고 명시했다. 선관위는 다만 "이러한 시스템 구축을 위해서 예산 확대 등의 실질적인 지원이 필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동우 기자 dwlee@asiae.co.kr이현주 기자 ecolhj@asiae.co.kr이기민 기자 victor.le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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