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 소추안이 7일 국회 본회의에서 무산되면서 윤 대통령은 탄핵을 가까스로 피하게 됐다. 대통령실은 일단 한숨 돌리게 됐지만, 야권이 오는 11일 탄핵안 재발의를 예고해 탄핵 정국 장기전이 예고되면서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윤 대통령의 탄핵이 무산된 것은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의 입장 변화가 결정적 역할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오전 윤 대통령이 대국민 사과 담화를 통해 "임기 문제를 포함해 앞으로의 정국 안정 방안은 우리 당에 일임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한 대표가 탄핵 찬성이던 기존 입장을 번복해 표결에 불참하면서 탄핵을 방어할 수 있었다.
한 대표는 전날까지만 해도 "윤 대통령의 조속한 직무집행정지가 필요하다고 판단한다"며 사실상 탄핵 찬성으로 선회했지만, 이날 다시 입장을 바꿨다. 전날 탄핵 찬성 공개 입장을 밝힌 친한계 조경태 의원도 이날 오전 의원총회에서는 반대 입장으로 선회했다.
국민의힘은 이날 오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과 김건희 여사 특검법을 모두 부결시키기로 당론을 확정했다.
대통령 탄핵안의 가결 요건은 재적 의원 3분의 2(200석) 이상 찬성이다. 야당 의원 수를 다 합치면 192표로 국민의힘에서 8표 이상 이탈표가 나오지 않으면 부결된다. 결국 국민의힘 의원들이 표결에 불참, 사실상 탄핵 반대에 힘을 실으면서 정족수 부족으로 탄핵안은 폐기됐다.
한때 안철수·김예지 의원 등 일부 여당 의원들이 다시 본회의장에 돌아가 투표에 참여하면서 긴장감이 고조되기도 했지만, 정족수를 채우지는 못했다. 무기명 투표 방식이어서 당론에 따르지 않은 이탈표가 나올 가능성이 있었지만, 여당 안팎에서 윤 대통령이 탄핵당할 경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대권 가도가 열릴 것을 우려했다는 분석이다.
과거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트라우마'가 되살아나며 윤 대통령의 탄핵은 막아야 한다는 보수 진영의 공감대가 형성된 것도 영향을 미쳤다. 다만 이번 계엄 사태의 경우 부정적 여론이 크게 확산하고 있어 향후 변수가 될 전망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비상계엄 사태 관련 대국민 사과 담화를 한 뒤 한남동 관저로 이동해 탄핵소추안 표결 결과를 지켜본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정족수 부족으로 탄핵안이 폐기되며 일단 안도하는 분위기가 감지됐다.
이날 대통령실은 대통령에 대한 국회 탄핵소추안이 여당의 표결 불참으로 폐기된 데 대해 입장을 별도로 내지 않았다. 하지만 사실상 '2선 후퇴' 수순을 밟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후속 대응 준비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한덕수 국무총리는 이날 오전 윤 대통령의 담화 발표 직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총리 공관을 찾은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와 향후 국정 수습책을 논의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오늘 입장 발표는 따로 없지만, 대통령께서 향후 정국 수습 방안을 당에 일임한 만큼 앞으로 논의 과정에서 여러 소통을 할 것"이라고 전했다.
현재로선 한 대표가 "총리와 당이 민생 상황이라든가 중요 상황들을 긴밀히 논의하겠다"고 언급하면서 윤 대통령이 2선으로 물러나고 책임 총리가 여당과 함께 국정을 운영하는 체제가 유력한 상황이다. 대통령 5년 단임제를 4년 중임제로 바꾸는 임기 단축 개헌을 통한 윤 대통령의 퇴진 논의도 본격화될 전망이다.
다만 윤 대통령이 담화에서 "향후 국정 운영은 우리 당(국민의힘)과 정부가 함께 책임지고 해나가겠다"고 '우리 당'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과 관련해서는 탈당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한편 윤 대통령이 재의요구한 '김건희 여사 특검법'도 이날 국회 재표결에서 부결돼 자동 폐기됐다.
서소정 기자 ssj@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