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 비상계엄 선포 당시 국회에 진입한 병력을 지휘했던 김현태 육군 특수전사령부 제707특수임무단 단장이 '부대원들 모두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에게 이용당한 피해자'라는 입장을 밝혔다.
김현태 단장은 9일 오전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저는 무능하고 무책임한 지휘관으로, 대원들을 사지에 몰아넣었다"고 말했다. 당초 국회 국방위원회에 나가 자신의 입장을 밝히려 했으나, 기회가 없어 기자회견을 자청했다는 게 김 단장의 설명이다. 이에 대한 상부의 지시나 승인을 요청하면 거부당할 것 같아 휴대전화를 끄고 몰래 나왔다고 덧붙였다.
그는 "부대원들 모두 피해자"라며 "국민 여러분께서 용서해주셨으면 좋겠다"고 울먹였다. 그러면서 "제가 모든 죄와 책임을 짊어질 수 있도록 허락해달라"며 "어떤 처벌이 내려질지 모르지만, 군에도 나름의 규정이 있고 법도 있기 때문에 그에 맞는 처벌을 받겠다"고 강조했다.
김 단장은 비상계엄 선포 당시 대원들의 국회 진입을 직접 지시했으며 ▲헬기 출동 ▲정문 봉쇄 ▲당직자 상대로 몸싸움 ▲창문을 깨고 내부 진입 등을 모두 자신이 지시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당시 계엄에 대한 지식이 없었고, 국회 활동이 보장돼야 한다는 것도 몰랐다"고 했다.
김 단장은 짤막한 기자회견을 마친 뒤 기자들의 질문에 "비상계엄 당일 김용현 당시 장관은 특전사령관에게, 사령관은 나에게 'TV를 보라'고 했다"고 했다. 특히 국회에 출동해 있을 당시 "사령관으로부터 (국회 내에) 의원들이 150명을 넘으면 안 된다는 말도 들었다"고 털어놨다.
장희준 기자 junh@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