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 윤석열 대통령이 사실상 '식물 대통령'으로 전락하면서 그동안 대통령실 주도로 추진하던 각종 개혁·개각 과제가 올스톱 위기에 처했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은 윤 대통령 탄핵에 올인 중이고, 탄핵 정국으로 정부·여당의 리더십도 큰 타격을 받은 상황이어서 국정 운영이 쉽지 않아졌다는 분석이다.
9일 대통령실과 정치권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지난 7일 대국민 담화 이후 침묵을 이어가고 있다. 기존에 월요일마다 진행하던 대통령 주재 수석비서관회의(대수비)와 한덕수 국무총리와의 주례회동도 취소됐다. 윤 대통령이 2선 후퇴를 선언하고 한 총리와 여당이 국정운영을 책임지기로 한 만큼 이같은 회의들의 의미가 사라졌다.
이에 따라 당장 대통령실 주도로 진행하던 과제들도 좌초될 가능성이 커졌다. 의료개혁이 대표적이다. 여권 관계자는 "의료계 반발이 큰 의료개혁은 대통령의 의지로 이만큼 끌고 온 것"이라며 윤 대통령이 탄핵 위기에 몰린 상황에선 추진이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후 발표된 계엄포고령에 '미복귀 전공의를 처단한다'는 내용이 포함되면서 의료계와의 협상력도 상실했다.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별위원회(의개특위)에서 이탈하는 단체도 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 측은 "포고령 작성자를 찾아내 처벌하지 않고는 정부와 어떤 대화도 할 수 없다"고 했고, 전국의과대학교수 비상대책위원회도 전날 성명을 통해 "윤 대통령으로 시작된 의료 농단과 교육 농단을 다시 윤 대통령이 당선되기 전으로 돌려야 한다"고 밝혔다.
경제·민생 정책들도 타격이 불가피하다. 당초 대통령실은 내년 초 발표를 목표로 양극화 대책과 반도체·조선업 지원책 등을 검토 중이었으나 성과를 기대하기 힘들다. 윤석열 정부 핵심 과제인 노동·연금·교육·의료 등 4대 개혁은 물론 원전 생태계 복원, 동해 심해 가스전 시추, 중소기업 활성화 대책 등도 추진 동력을 잃을 전망이다.
대통령실이 추진 중이던 개각 역시 사실상 시계제로 상태다. 윤 대통령이 국정 운영을 당과 정부에 맡기고 2선 후퇴를 공언한 만큼 인사권을 행사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전날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사의를 수용한 것만으로도 정치권 안팎에서 큰 반발이 일었다. 윤 대통령이 앞으로 추가 인사권을 행사할 경우 2선 후퇴가 거짓이었다는 논란과 함께 탄핵 여론도 더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대통령실 참모진은 비상 대기 상태를 유지 중이지만 앞으로 큰 역할을 하긴 힘들다는 평가다. 비서실장을 비롯한 실장·수석 등 고위급은 대통령을 제대로 보좌하지 못한 책임을 통감하고 일괄 사의를 표명한 상황이다. 상당수 공무원도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가 부적절했다고 보고 있는 만큼 직을 유지하더라도 용산이 리더십을 발휘하긴 어렵다.
실제 대통령실은 최근 국정 과제나 현안 등에 대한 언론 공지를 하지 않고 있다. 임기 반환점 이후 구체적인 성과를 도출하기 위해 매일 여러 건의 자료나 입장을 냈던 것과는 상반된 모습이다. 오히려 검찰이 윤 대통령을 내란 혐의 피의자로 입건해 수사 중인 만큼 참모들 역시 몸을 사리는 분위기다. 정진석 실장과 일부 참모들은 텔레그램에 재가입하는 등 수사에 대비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문제원 기자 nest263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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