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논단]계엄령과 여당의 전략 ‘위험한 정치적 게임’
    입력 2024.12.13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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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시아경제 ] 12월3일 비상계엄령이 선포됐다. 현대사에서 1980년 이후 처음으로 발동된 계엄이며 국내외적으로 큰 논란을 일으켰다. 대통령은 이번 조치를 국회의 지속적 탄핵 시도와 예산안 처리 지연으로 인한 국정 마비를 이유로 "헌정 수호를 위한 불가피한 선택"으로 말했지만, 국민에게는 “민주주의의 큰 위기”로 다가온다. 이번 조치는 그 정당성과 민주주의 원칙 면에서 볼 때 돌이킬 수 없는 실책인 것이 분명하다.

계엄령의 정치적 맥락은 단순하지 않다. 윤 대통령은 극단적 강경책을 통해 반대파를 제압하고 정부의 기능을 복원하려 했으나, 국민의 반발과 국제사회의 비판에 직면한 선택을 했다. 보수층의 결집을 노린 전략이지만 순리를 벗어난 계략은 결코 성공할 수 없는 법이다. 이번 사태는 여당 대표의 행보와 맞물려 복잡한 정치적 양상이다. 갈등이 첨예한 지금, 이 모든 상황을 게임이론의 관점에서 살펴본다.

한동훈 대표는 그간 윤 대통령의 정책에 협력적인 태도를 유지해왔으나 최근 독자적인 입지를 강화하기 위해 대통령과 일정한 거리를 두고 있다. 특히 계엄령 이후 윤 대통령의 강경책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취했고 야당과의 협력 가능성도 시사하며, 정치적 다리를 놓으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이는 게임이론의 관점에서 새로운 연합 형성과 전략적 선택의 폭을 넓히는 시도이다. 앞으로 윤 대통령 측, 한 대표, 그리고 야당 간의 정치적 상호작용은 다음 시나리오로 정리해 볼 수 있다.

우선 한 대표와 한덕수 총리의 담화, 그리고 친윤계와의 갈등이 이어지며, 정치권의 역학관계가 한층 복잡하다. 친윤은 여전히 보수 핵심 지지층을 결집하는 동시에 잠재적 경쟁자를 견제하려 한다. 반면 한 대표는 독립적 리더십을 강조하며 한동훈·한덕수 담화에 대한 입장 표명을 통해 정치적 공간을 확보하고, 윤 대통령의 강경 노선에 불만을 품은 여론을 포섭하려 한다. 이들 모두 탄핵보다는 대통령을 볼모로 잡고 국정의 주도권을 쥐려한다.

이러한 구도는 시너지가 없는 사실상 단순 제로섬 게임이다. 친윤계가 권력을 공고히 할수록 한 대표의 입지는 좁아지고, 한 대표가 세를 넓히면 그 반대가 된다. 이들 두 세력의 증폭된 갈등은 이재명 대표의 부각을 막겠다는 의도도 있다. 반면 한 대표는 야권과의 전략적 연대를 모색할 수 있지만, 과거 보수 진영이 진보와 연합으로 장기적인 신뢰를 훼손한 전례를 보면 위험 부담이 크다. 나아가 친윤계와 야당 간 암묵적 연합 가능성도 있다. 역사적으로 집권 세력이 잠재적 경쟁자를 견제하기 위해 반대 진영과 은밀히 공조한 사례가 있었듯, 친윤계 역시 한 총리 탄핵 등 한 대표를 고립시키는 전략을 택할 수 있다.

결국 한 대표는 대통령과의 갈등, 야당과의 협력, 그리고 친윤계-야당 연합 가능성이라는 다층적 딜레마 속에서 정치적 결단을 곧 내려야 하는 상황이다. 이들 행보는 불확실한 정치 지형 속에서 위험과 기회가 교차하는 선택이 될 것이다. 반면 이들 모두 권력을 다투는 정치인이기 전에 국민의 안전과 국가 혼란 최소화라는 공동의 책무를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이번 사태는 한국 정치에서 중대한 전환점이 된다. 현 상황은 정치적 긴장감을 높이고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새로운 정치적 연합과 배제의 지형을 형성할 가능성이 크다. 정치인들은 자신들의 전략이 가져올 파급 효과에 더 관심이 있겠지만 우리 국민 입장에서는 이러한 갈등의 결과가 국가의 안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걱정이 앞설 수밖에 없다.

김규일 미시간주립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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