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 이제 선택이 남았다. 헌정질서가 무너질 뻔했던 위기를 수습할지, 몰락으로 이어질 수 있는 더 큰 혼란으로 치달을지 정해야 할 때가 왔다. 그 열쇠가 여당 의원들의 손안에 담겨 있다.
13일 온 나라는 아우성에 흔들린다. 곳곳에서 사람들이 모이면 나라를 걱정한다. 지난 3일 밤 비상계엄 이후 시민들은 일상을 잃었다. 생업을 하는 와중에서 시시각각 전개되는 뉴스에 눈을 돌려야 했다. 일상을 받쳐줬던 ‘국가’라는 지지대가 무너진 탓에 불안감에 떨어야 했다. 서리가 맺히는 겨울밤 시민들은 거리로 나왔다. 곳곳에서 저마다의 시국선언을 하며 나라를 걱정한다.
비상계엄 이전에도 좋지 않았던 경제 상황은 악화일로다. 두려움 속에 시민들이 움츠러든 사이에 연말 특수는 사라져, 내수경제는 말라붙었다. 세계가 한국을 바라보는 시선도 싸늘해졌다. 선진 민주주의국가를 자부했던 한국에 대한 신뢰는 바닥으로 향했다. 위기 이후 한국 정치는 민주주의의 회복력도 보여주고 있지만, 문제해결 능력 부재도 보여줬다.
여당은 "생각할 시간을 갖겠다", "사태를 수습할 수 있게 해달라"는 말을 반복하며 선택을 미룬다. 탄핵 트라우마 등을 내세우지만 여당이라는 성채를 놓치고 싶지 않아서일 것이다. 하지만 여당이 외면하고 싶어하는 그 선택은 ‘새로운 시작의 길'이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주저한 탓에 표결 결과는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현재까지 명시적으로 탄핵에 찬성 입장을 밝힌 여당 의원은 7명. 재적의원 3분의 2의 찬성이 필요한 대통령 탄핵을 위해서는 1명이 추가 이탈해야 한다. 하지만 한국 사회를 위해서는 보다 압도적인 탄핵안 가결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국가적 혼란을 줄일 수 있는 것은 정치적 통합이다. 분명한 것은 여당 의원들이 결심한다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 상황이 장기화하면 한국 경제는 물론 한국에 대한 신뢰는 타격을 받는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학과 교수는 "14일에도 탄핵안이 부결되면 거리의 시간이 길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거리의 시간이 길어질수록 한국 보수정당의 부활 가능성도 낮아진다. 시민들은 선택을 미루는 여당을 ‘내란 공범’으로 지목하고 해산을 요구할 것이다. 탄핵 찬성을 선언한 김상욱 국민의힘 의원은 국회 본관 정문에서 "지금 국민들께 진정어린 사과를 하지 못한다면 보수의 미래는 어두워진다고 생각한다"며 탄핵 찬성을 호소했다.
강원택 서울대 정치학과 교수는 "또다시 탄핵이 되면 대통령제는 수명을 다했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5년 임기를 보장한 제왕적 대통령제의 결말이 확인된 만큼 한국 정치의 새판이 짜여질 수 있다. '결단'한다면 개혁에 동참할 티켓이 부여된다.
나주석 기자 gonggam@asiae.co.kr오지은 기자 jo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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