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 국내 미사일의 이름은 다양하다. 백곰, 현무, 천궁 등이다. 이들 이름은 소요군이나 개발기관인 국방과학연구소(ADD)에서 짓는 경우가 많다. ADD에서 개발할 때 처음 쓰던 사업 이름을 그대로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또한 군 최고 통수권자인 대통령이 직접 명명하기도 하며, 대국민 공모를 통해 선정하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결정된다.
ADD에서는 보안을 위해 1970~1980년대에는 위장사업명을 무기체계의 별칭으로 사용하기도 했다. 하지만 1990년대부터는 보안상의 별칭보다는 무기 특성을 고려한 상징적 이름을 지어 사용하고 있다.
1970년대 국내 최초 개발된 지대지 미사일의 이름은 ‘백곰’이다. 당시 개발에 참여한 연구원들은 안흥에서 작은 컨테이너를 임시 사무실로 쓰며 비행시험에 박차를 가하고 있었는데, 마땅한 교통수단이 없어 도보로 이동하는 일이 잦았다. 그러던 중 눈이 많이 오던 어느 날 연구원들이 흰 눈을 뒤집어쓴 채 걸어가는 모습이 꼭 북극곰 같아 미사일 이름을 백곰이라고 붙였다.
1980년대에 등장한 지대지 유도무기 ‘현무’는 북쪽을 지키는 수호신 현무(玄武)의 이름을 활용했다. 현무는 거북이와 뱀이 합쳐진 모습을 가진 상상 속 동물이다. 대한민국 육군이 20년 이상 주요 전쟁억지력으로 운용 중인 현무는 그 이름만큼이나 지금도 우리나라의 북방을 든든하게 지키는 무기체계로 발전을 거듭하며 본연의 역할을 다하고 있다.
휴대용 지대공 유도무기 ‘신궁(新弓)’은 1999년 초까지만 해도 이름이 없었다. 다만 휴대용 지대공 유도무기 혹은 KPSAM, 또는 휴대용과 대공 유도무기의 영문 약자를 조합한 ‘휴샘’ 등으로 부르기도 했다. 하지만 이름이 어색하고 불편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이후 연구소 전 직원을 대상으로 이름을 공모한 결과 신궁(新弓)이 선정됐다. 이는 ‘최신 기술이 적용된 새로운 활’이라는 뜻이다. 신궁(新弓)은 시험평가 시 귀신처럼 목표물을 잘 맞힌다는 뜻에서 앞 한자어를 귀신 신(神)자로 바꿔 신궁(神弓)으로 부르기도 했으며, 운용 중인 군에서는 믿음직한 무기체계라는 뜻으로 한자어를 믿을 신(信)자로 바꿔 신궁(信弓)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중거리 지대공 유도무기 ‘천궁(天弓)’ 역시 소요 군인 공군이 직접 이름을 지었다. 천궁은 미국산 ‘호크(HAWK)’를 대체하기 위해 개발돼 당초 철매 Ⅱ로 불렸다. 호크 미사일이 우리 공군에게는 철매로 불렸고, 이를 대체하기 위해 개발한 무기이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철매Ⅱ로 불렸다. 그러나 훗날 공군이 명칭 개정 절차에 따라 공군참모총장에게 천궁으로 개명할 것을 건의했으며, 이는 하늘이 내린 무기라는 뜻으로 ‘활처럼 날아 조국 영공을 방어한다’는 뜻을 가지고 있다.
K9자주포의 탄 이름은 ‘천둥’이다. 포탄이 발사될 때 천둥처럼 요란한 포성이 울린다고 해서 지어진 것으로 소요 군인 육군이 직접 선택했다. K9 자주포는 이 이름을 활용해 인도에서는 힌디어로 바지라(Vajra·힌디어 ‘천둥’)라는 이름으로, 터키에는 터키어 ‘피르티나(Firtina·폭풍)라는 이름으로 수출되기도 했다.
영해를 지키는 무기체계에는 함대함 미사일과 어뢰 등이 있다. 국내 최초 순항 함대함 유도무기인 ‘해성(海星)’은 ‘바다의 별’이라는 뜻을 가졌다. 국내에서 차례로 자체 개발된 어뢰들은 상어 시리즈로 불린다. 잠수함에서 발사하는 중어뢰는 ‘백상어’, 구축함 및 헬기 등에서 발사하는 경어뢰는 ‘청상어’, 로켓에 실려 적 잠수함이 배치된 바다까지 날아가 타격하는 대잠 어뢰는 ‘홍상어’다. 1974년 국내에서 처음으로 어뢰를 개발했을 때 연구소가 최초로 상어라는 이름을 붙였다. 바다의 킬러로 불리는 상어처럼 소리 없이 다가가 적의 잠수함이나 군함에 치명적인 공격을 가한다는 점에서 착안한 이름이다.
항공 분야에는 국내 최초로 독자 개발한 기본 훈련기인 KT-1이 있다. 해당 무기체계의 이름은 ‘웅비(雄飛)’로 故 김영삼 전 대통령이 직접 하사했다. 기운차고 용기 있게 활동한다는 뜻이다. 당시 대국민 공모전을 통해 ‘여명’이라는 이름을 붙일 예정이었지만, 항공기 개발국 진입의 쾌거를 이뤘다는 의미가 컸기 때문에 1995년 11월 김영삼 당시 대통령이 웅비라는 휘호를 직접 써줬다.
양낙규 군사전문기자 if@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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