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 '더닝 크루거 효과(Dunning-Kruger effect)'란 한 분야에 대한 지식 없는 사람이 자기의 능력이나 얻은 정보를 과대평가해 과신하고 행동하는 현상을 말한다. 전문지식 없이 복잡한 사안에 대한 단순화된 음모론에 빠지는 경우도 포함된다. 더닝 크루거 효과는 1999년 미국 코넬대학교의 심리학자 데이비드 더닝 교수와 대학원생 저스틴 크루거가 심리실험을 통해 제시한 인지적 편향 이론이다.
최근 탄핵 정국에서 편향된 시각을 가진 정치 유튜브 채널들이 활발히 운영되고 있다. 이들은 탄핵 찬반 시위와 집회를 생중계하고, 현 사안에 대한 토론 등 방송 콘텐츠를 제작해 시청자들에게 자신의 지식과 경험을 제공한다.
이들 채널의 구독자 수는 지난 한 달간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13일 유튜브 통계분석 서비스 플랫폼인 '플레이보드'에 따르면, 진보 진영은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의 유튜브 채널 중심으로 사람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박선원 의원 채널 구독자는 12·3 비상계엄 이전 약 2만명에서 이날 기준 약 43만명으로 대폭 늘었다. 이외에 김민석 의원(3만→26만), 김병주 의원(21만→44만)의 채널 구독자 수도 급증했다.
보수 진영의 채널도 마찬가지다. 친윤 유튜브 채널인 '신의 한 수'는 약 150만명이던 구독자 수가 지난해 12월 초부터 급격히 증가해 한 달간 약 10만명이 늘어났다. 같은 성향의 유튜브 채널인 '그라운드 씨' 역시 같은 기간 구독자 수(28만→67만명)가 2배 이상 증가했다. 특히 보수 진영의 경우, "실시간 생중계 유튜브를 통해 지켜보고 있다"는 지난 1일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 이후부터 집회 생중계에 더 열띤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일부 시청자는 검증된 취재 과정을 거친 언론보다 자신이 원하는 말을 속 시원히 하는 유튜버의 말이 진실이라고 믿는 경향을 보인다. 여기에 이전의 시청 영상과 유사한 콘텐츠를 추천해주는 유튜브 알고리즘도 한몫을 더 한다. 결국 정치적 혼란 속에서 시청자의 확증편향은 강화되고, 각 진영의 유튜버들은 정치 선동을 통해 세력을 결집하기 용이해진다. 문제는 이런 유튜브 채널들의 주장을 맹신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는 점이다. 더닝 크루거 효과는 이처럼 자기 과신의 함정에 빠지는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자기 과신에 빠진 이들의 공통점은 반대 증거가 나오더라도 자신의 의견을 고수하는 경향을 보인다는 점이다. 입맛에 맞는 정보라면 출처 확인을 거치지 않고 받아들일 확률이 높다. 아울러 같은 의견을 가진 이들과 동조해 집단을 구성하고, 집단의 의견을 사회적 규범으로 확장할 수 있는 문제가 나타난다.
더닝 크루거 효과로 이득을 보는 이들은 결국 유튜버들이다. 검증되지 않은 의혹이나 정보를 바탕으로 조회 수를 높이고, 후원금을 유도하는 행위가 빈번하게 이뤄지고 있다. 정치 선동이 난무하는 가운데, 플레이보드에 따르면 지난해 12월30일부터 이달 5일까지 한 주간 슈퍼챗으로만 신의 한 수는 6600만원, 그라운드 씨는 3000만원에 가까운 수입을 올렸다.
최호경 기자 hocanc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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