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 윤석열 대통령이 체포되면서 한국 헌정사상 유례없는 사태가 발생했다. 현직 대통령이 체포된 것은 대한민국 역사상 처음일 뿐만 아니라, 세계사적으로도 두 번째 사례다.
2000년대 이후 한국의 6명 대통령 중 3명이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이 통과되었다는 사실은 한국 정치의 불안정성을 보여준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경우 헌법재판소에서 기각됐고, 박근혜 전 대통령은 인용됐으며, 윤석열 대통령의 경우는 현재 헌법재판소에서 심리가 진행 중이다. 20여 년이라는 비교적 짧은 기간 동안 절반에 달하는 대통령들이 국회에서 탄핵소추 됐다는 것은 한국 정치의 극단적 대결 양상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으로 평가된다.
세계사적으로 현직 대통령이 체포된 첫 번째 사례는 153년 전인 1872년 미국의 율리시스 그랜트 대통령이다. 미국의 18대 대통령이었던 그랜트는 현재 미국 50달러 지폐에 얼굴이 새겨져 있는 인물이다. 그는 미국을 분열 위기에서 구하고 재건의 기반을 닦았다는 평가를 받으며 재선에도 성공했다. 특히 한국과는 1871년 신미양요 당시 그가 미국 대통령이었다는 점에서 역사적 인연이 있다. 신미양요는 1866년 통상을 요구하는 미국 상선 제너럴셔먼호가 불탄 것에 대한 보복 차원에서 미군 1200명이 군함 5척에 나눠타고 공격한 사건이다. 한미 양국이 무력으로 충돌한 최초 사건이다.
그랜트 대통령은 남북전쟁 시절 북군의 총사령관으로 활약했으며, 46세의 나이에 미국의 대통령이 되었다. 그의 체포 사건은 1908년 9월 27일 워싱턴 이브닝스타가 보도했다. 2024년 5월 31일엔 워싱턴포스트도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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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포 당시 상황은 꽤 극적이었다. 윌리엄 웨스트 경관은 한 여성과 자녀가 마차 사고로 심각한 부상을 입은 사건을 조사하던 중이었다. 이를 계기로 마차의 과속에 관해 관심을 갖고 단속에 나섰다. 그는 처음 그랜트 대통령의 마차를 단속했을 때는 경고로 그쳤다. 그러나 다음 날 동일한 위반 행위가 반복되자 "대통령님, 당신은 이 나라의 수장이고 저는 경찰관에 불과하지만, 임무는 임무입니다"라며 체포를 단행했다. 그러나 그랜트 대통령은 기소까지 이어지지는 않았고 벌금 납부로 마무리되었다. 이것이 역사에 기록된 '현직 대통령이 체포된 최초 사건'이다.
한편, 우리나라와 비슷한 유형의 사건이 2022년 페루에서 일어났다. 페루에서는 2022년 12월 7일 페드로 카스티오 대통령이 대통령직에서 물러난 지 5시간 만에 체포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카스티오는 텔레비전 연설을 통해 의회 해산과 비상정부 수립을 선언했다. 그러나 여야를 막론한 강력한 반발에 직면했다. 페루 의회는 대통령의 행위를 쿠데타로 규정하고 130명의 의원 중 101명의 찬성으로 대통령 탄핵안을 가결했다. 카스티오 대통령이 의회 해산을 선언한 지 5시간 만이었다.
페루의 경우 헌법재판소의 심리 과정 없이 국회의 탄핵 의결만으로 대통령직 해임이 확정된다는 점이 한국과는 다르다. 카스티오는 해임 직후 멕시코 대사관을 통해 도피를 시도하다 체포되었으며, 페루 검찰은 불법적인 의회 기능 정지와 사법부 고유 업무 방해 혐의로 34년 형을 구형했다. 현재 그는 2년째 교도소에 수감돼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체포는 한국 민주주의의 새로운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정치적 불안정성이 심화하는 가운데 발생한 이번 사태는 향후 한국 정치사에서 중요한 전환점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비록 국가적으로는 불행한 사건이지만, 법치주의와 민주주의의 작동 방식에 대해 깊이 있는 성찰을 요구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평가된다.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kumkang2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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