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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尹비상계엄 이후 쪼개진 나라'…명절, 가족과 안 싸우고 대화하는 방법
    입력 2025.01.27 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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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시아경제 ] 윤석열 대통령이 국회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무장한 군인을 보낸 이른바 비상계엄 사태 이후, 온 나라가 전쟁터가 됐다. 탄핵과 체포 등의 국면을 거치면서 상황은 정리되기보다는 갈등이 첨예해졌다. 정치 성향 따라 또 세대별, 지역별로 온 나라가 뿔뿔이 쪼개졌다. 가족끼리 오랜만에 만나 안부를 묻고, 오붓한 시간을 보내는 '설'이 왔지만, 광화문 광장이나 한남동 관저 앞에서 벌어졌던 갈등이 집집마다 불거질 위험도 커졌다.

27일 정치권은 전대미문의 사태에도 불구하고 상황을 수습하기보다는 조기대선을 내다보며 갈등을 부추기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존망의 갈림길에 처한 여당은 윤 대통령의 체포에서부터 내란 혐의에 대한 특검, 수사 전반에서 책임을 인정가비도나는 문제를 지적하며 지지층을 자극, 갈등을 확대시켰다. 사태를 자초한 윤 대통령 역시 책임을 통감하기는커녕 지지층 결집을 자극하며 갈등을 유도하고 있다. 내란진압을 내세운 야당도 위기 극복을 위해 합치점을 찾기보다는 일방적인 힘의 독주 속에서 국민통합을 외면했다. 그 사이 일부 정치인이 국민 통합을 위한 목소리를 내기도 했지만, '너는 어느 쪽이냐'는 질문 앞에서 힘을 잃고 있다.

비상계엄 이후 일상마저 정치적 갈등으로 위협받고 있다

그 결과 여론조사에서 드러나듯 사회적 갈등 양상은 커져가고 있다. 최근 전국지표조사에 따르면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심판이 진행중인 윤 대통령과 관련해 국회의 탄핵을 인용해 파면해야 한다는 여론은 57%, 기각하고 직무에 복귀시켜야 한다는 여론은 38%로 나뉘었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의 NBS, 20~22일 전국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휴대전화 전화면접 방식으로 진행,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 3.1%포인트, 응답률은 22.2%)

민족 대명절인 설 연휴가 하루 앞으로 다가온 24일 오전 서울 용산구 서울역에서 귀성객들이 고향가는 열차를 타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조용준 기자

눈여겨볼 대목은 세대별, 지역별, 정치성향별로 상반된 반응을 보였다는 점이다. 20대부터 50대까지는 윤 대통령을 파면해야 한다는 여론이 복귀해야 한다는 여론을 크게 앞선다. 반면 60대의 경우에는 파면과 복귀가 49%대 47%로 비슷했고, 70대 이상은 파면 36%, 복귀 59%로 복귀 여론이 우세했다. 원래 세대별로 정치 성향의 차이는 있었지만,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과 이후의 정국 수습이라는 일상을 압도하는 위기 국면에서 생각의 차이는 적대감을 증폭시켰다.

지역별로 살펴봐도 영남권과 그 외 지역의 여론은 달랐다. 수도권과 호남, 충청권의 경우 파면 여론이 우세한 반면, 대구·경북(TK)은 파면 여론이 30%인데 반해 기각 여론이 58%로 크게 앞섰다. 부산·울산·경남(PK)의 경우 파면 여론이 50%, 기각 여론이 45%로 비슷했다. 이념 성향으로 보더라도 진보성향이라고 밝힌 응답자 가운데 파면을 밝힌 응답자는 91%(복귀 5%)였다. 반면 보수의 경우에는 파면해야 한다는 응답이 21%(복귀 75%)였다. 중도의 경우에는 파면 여론이 71%, 복귀 여론이 25%였다.

한국사회갈등해소센터와 한국리서치가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92.6% 우리 사회의 갈등이 심각하다고 응답했다. 특히 전반적인 갈등 수준에 대해 지난해 조사 결과는 최근 11년 만에 가장 높았다. 갈등이 가장 심각한 정도는 진보와 보수 세력 간 갈등(91.3%)으로 꼽히기도 했다.

생각이 차이를 좁히고 대화할 수 있는 방법은, 공감

이런 상황에서 명절날 세대와 이념 지형이 다른 친지들 간의 만남은, 자칫 정치적 다툼으로 이어질 우려가 커진 게 현실이다.

정치적 견해가 다른 이들과 어떻게 대화를 해나갈 수 있을까.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반감이 전국에서 제일 큰 대구·경북(TK)에서 살아오며 정치를 해왔던 임미애 의원은 정치에 참여한 이래로 첨예한 갈등 한복판에서 살아왔다. TK 전체를 자신의 지역구라고 소개하는 임 의원은, 정치적 견해가 다른 이들 속에서 이들의 대표자를 자임할 수 있었을까.

윤석열 대통령이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구속되자 일부 지지자들이 서울서부지방법원 내부로 난입해 불법폭력사태를 일으킨지 하루가 지난 20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부지법앞에 경찰 바리게이트가 파손 된 채 그대로 남아 있다. 조용준 기자

임 의원의 비법은 '공감'이었다. 그는 "지역에서 인사 등을 다니면 '너희가 탄핵을 많이 해서 오죽하면 그랬냐'는 얘기를 듣기도 하는데, 같은 얘기라도 사람에 따라 다르다"며 "어떤 사람들은 적개심을 갖고 대하고 어떤 사람들은 대화가 되는 사람들이 있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적개심을 드러내지 않는 사람이라면 먼저 공감하는 말부터 대화를 시작한다. 그런 다음에 제가 생각하는 바를 얘기한다"고 대화법을 소개했다. 서로 뜻이 다르지 않을 수 있는 최소한의 합치점을 찾은 뒤 말문을 칮는 식이다.

임 의원은 "비상계엄, 탄핵 등을 거치면서 반발이 크지만 (지역민들과) 대화를 하나보면 사람들 마음이 누그러지는지 알 수 있다"며 "그런 대화 속에서 갈등을 줄이는 법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명절 기간에도 지역민들과 대화를 이어가며, 이 갈등의 출구를 모색하겠다는 것이다. 다만 무리해서 대화할 필요는 없다고 조언했다. 그는 "상황이 나아질 여지가 없고 갈등이 오히려 커지겠다는 판단이 든다면 일정하게 거리를 두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말에 걸려 넘어지지 말고 왜 그런 말을 하는지 들여다보자

'비폭력대화법'에 관한 책 '사실은 이렇게 말하고 싶었어요'의 저자 이진희 KBS PD는 정치적 견해 차이로 갈등이 우려되는 올해 설을 앞두고 "말에 걸려 넘어지지 말고 왜 저런 말을 하는지를 찾아보는 노력을 해보자"고 조언했다.

이 PD는 "대화를 하면서 (상대방이) 무엇을 원하는지를 봐야 한다"며 "공격적이고 날카롭게 말하지만 '왜 말을 저렇게밖에 못하나' 대신 무엇을 원하는 것인지에 집중하면, 그 원하는 것에 연결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가령 택시에서 내려 문을 닫는데 의도치 않게 쾅 소리가 나기라도 하면 기사님이 '그렇게 해서 문이 부서지냐'고 말씀하시는 일이 있다"며 "그럼 내가 왜 이런 얘기를 들어야 하지 하는 생각이 들 수 있다"고 예시를 들었다. 이 PD는 "(사실) 택시기사는 '이 차는 내 소중한 재산이니 소중하게 대해달라'고 말하고 싶었던 것"이라며 "상대의 말에 자극해 '뭐라고요' 하는 대신 '기사님 제가 문 닫는 소리가 커서 놀라셨죠. 저도 좀 놀랐어요. 제가 택시를 소중히 다뤄달라고 말씀하시는 거죠'라고 반응할 수도 있다"고 소개했다. 거친 말 대신 상대가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헤아리다 보면 대화는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 PD는 최근 일련의 정치 상황 속에서 사람들이 보이는 적대감은 '공포', '두려움'에서 출발하고 있다고 봤다. 그는 "여러 유튜브 등을 보다보면 윤 대통령 지지자들은 윤 대통령 체포도 무서운데 자칫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대통령이 되면 무슨 일이 있을지 모른다는 공포가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반대로 윤 대통령의 파면을 주장하는 이들의 경우에는 "윤 대통령이 권력을 지키기 위해 북한이랑 전쟁이라도 벌이는 것 아닌가라는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이 PD는 "결국 (양쪽 모두) 안온했던 내 일상이 파괴될까 하는 두려움과 내 일상을 편안하고 안전하게 있고 싶어하는 마음이 자리하고 있는 것"이라며 "대화를 한다면 '걱정되세요', '불안하세요'와 같은 상대방의 욕구를 연결한다면 보다 나은 대화를 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다만 "누가 맞다, 틀리다와 같은 방식으로 대화가 흘러가면 안 된다"며 "서로 자신이 봤던 기사나 동영상을 제시하는 식으로 따지기보다는 어떤 느낌이 드는지, 또 어떤 욕구를 가졌는지를 파악하는 식으로 대화를 해야 한다"고 했다.

나주석 기자 gongg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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