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 실용주의 노선을 강조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연일 진보 진영의 금기를 깨고 있다. 기본소득 등을 전면에 내세우며 진보적 정치인으로 자리매김했던 이 대표가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등에 이어 52시간 노동시간 문제에서도 유연한 입장 등을 내세워 주목을 받고 있다.
4일 민주당 내부에서는 이 대표의 중도, 실용 노선에 대해 긍정과 부정 평가가 엇갈린다. 대선 필승 공식이라는 해석이 나오지만, 민주당의 오랜 정책 지향점과 거리를 두는 것 아니냐는 볼멘소리도 조심스럽게 나온다. 이 대표는 3일 국회에서 열린 ‘반도체특별법, 노동시간법 적용 제외 어떻게’ 토론회에서 반도체 산업 연구·개발(R&D) 분야 고액 연봉자의 경우 주 52시간제 예외를 도입하자는 재계의 제안에 대해 "나름의 합리성이 있다. (근로 시간 예외를) 한다면 한시적으로 해야 한다고 본다"며 긍정적 태도를 보였다.
이보다 앞서 이 대표는 지난 1일 이코노미스트 인터뷰에서 "현재 지정학적 현실을 감안할 때 일본과의 관계를 심화하고 (한미일) 3국 협력을 지속하는 것에 대해 반대하지 않는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외에도 추가경정예산을 주장하며 줄곧 밝혀왔던 민생지원금 지급도 단서를 달기는 했지만, 철회를 직접 언급했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이 대표의 중도, 실용 노선에 대해서는 조기대선을 의식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강고한 안티(반대진영)가 걸림돌이라는 이 대표가 외연 확장에 나섰다는 해석이다. 박범계 민주당 의원은 SBS 라디오에서 "안으로는 내란 밖으로는 무역전쟁 속에서 한국이 취해야 할 실용주의 방향에 대해 방향을 잘 잡았다"고 했다. 물론 반대 목소리도 나온다. 노동계 출신의 한 민주당 의원은 "민주당이 그동안 지켜왔던 가치 등이 유지되는 것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대표의 변화 흐름은 비상계엄이 있기 전부터 이어졌다. 민주당 관계자는 "비상계엄 이전인 지난해 전당대회 이전부터 이 대표는 연금개혁이나, 금투세 폐지 등 민생 일정에 나서고 실용주의 노선을 밟아왔다"고 설명했다. 경제 상황이나 한국이 직면한 현실에 맞게 민주당의 방향 설정을 해왔다는 것이다.
이 대표의 향후 행보는 어디로 향할까. 이 대표 측 핵심 관계자는 "메가 이슈는 이제 다 내놨다"며 "지금은 성장이 중요한 시기인데, 성장을 통해 얻은 잉여를 어떻게 분배할 것인지 방법론에 관한 문제가 앞으로 남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나주석 기자 gongg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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