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후 처음 만난 한미일 외교 수장이 대만의 국제기구 참여에 대한 지지 의사를 밝히는 등 보다 선명한 대중 견제 메시지를 냈다. 대중 강경책을 펴는 트럼프 행정부의 기조로 중국 견제에 대한 역할 부담은 더 커질 전망이다.
조태열 외교부 장관과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 이와야 다케시 일본 외무상은 15일(현지시간) 독일 뮌헨에서 열린 유럽 지역 최대 안보국제회의인 뮌헨안보회의(MSC)를 계기로 한미일 외교장관회의를 갖고 공동성명을 통해 “대만의 적절한 국제기구에의 의미 있는 참여에 대한 지지를 표명했다”고 밝혔다. 3국 성명에 이러한 내용이 담긴 것은 처음이다. 중국의 반대로 대만이 유엔 등 국제기구에 가입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 ‘내정 간섭’이라며 중국이 강하게 반발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미일 정상회담 성명에도 ‘대만의 국제기구 가입 지지’가 포함됐다. 이번에는 한국의 요청으로 ‘적절한’이 추가된 것으로 전해졌다. 외교부 당국자는 “국가성을 인정하지 않는 국제기구에 대한 참여 가능성을 거론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세계보건기구(WHO) 연차총회 옵서버 참석 등의 사례가 거론되지만, 중국은 대만의 WHO 연차총회 참여를 비롯해 국제통화기금(IMF) 가입, 국제형사경찰기구(인터폴) 옵서버 가입 등을 저지해 왔다.
이 당국자는 “대만에 대한 우리 기본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며 “‘하나의 중국’을 존중한다는 원칙이 바뀐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한미일 외교장관은 “남중국해를 포함한 인도·태평양 수역에서 힘 또는 강압에 의한 어떠한 일방적 현상 변경 시도에도 강력히 반대”, “대만해협에서의 평화와 안정 유지의 중요성” 등도 강조했다고 밝혔다. 회의에 참석한 외교부 당국자는 “중국 문제에 대해 미측이 기존 입장을 설명하며 한국과 일본에 계속 협력을 요청하는 수준의 논의가 있었다”고 전했다.
3국 외교장관은 공동성명을 통해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재확인했다”고 밝혔다. 북한의 핵·미사일 프로그램 개발을 비롯해 러시아와의 군사협력에 대한 심각한 우려와 공동 대응 필요성도 강조했다. 미국과 한국이 함께 서명한 성명에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명시해 트럼프 행정부 대북 정책의 기본 원칙으로 분명히 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당국자들은 강조했다.
앞서 조 장관과 루비오 장관이 40분간 진행한 한미 외교장관회담에서도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목표를 견지하며 향후 대북정책 수립·이행 과정에서 긴밀히 공조해 나가기로 했다”고 외교부는 전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직후부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대화 재개 의지를 드러내고 있는 가운데 대북 정책을 정하고 북미 대화를 시도하는 국면에서 한국이 ‘패싱’되지 않고 우리의 입장이 반영될 수 있도록 소통을 거듭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을 ‘핵보유국’(nuclear power)이라고 언급해 향후 핵 동결·군축 협상에 대한 우려도 나왔는데, 외교부 당국자는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는 미측이 몇 번이나 강조했고 이 정도면 믿어야 된다는 인식이 들 정도로 확고하게 얘기했다”며 “북핵 문제 관련해선 트럼프 행정부인지 바이든 행정부인지 모를 정도로 정책 연속성이 두드러진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조 장관은 관세 적용 문제에 대해서도 한국의 대미 투자 성과 등 기여도를 설명하는 등 적극적으로 한국의 입장을 알렸다. 다만 루비오 장관은 “(담당 부처에) 잘 전달하겠다”며 통상 문제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화답하지 않았다.
양국 장관은 또 조선, 원자력과 액화천연가스(LNG) 등 에너지, 첨단기술 등이 앞으로 한미 간 전략적 협력 과제라는 데 공감하며 적극 협력하기로 했다.
미 국무부는 보도자료에서 “루비오 장관은 한국의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과 한미동맹의 강인함에 대한 그의 신뢰를 재차 밝혔다”고 전했다. 미 정부가 공식 발표 자료를 통해 한국 권한대행 체제에 대한 신뢰를 표명한 건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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