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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논단]한국정치 퇴폐의 블랙홀, 포퓰리즘의 진영정치
    입력 2025.02.19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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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시아경제 ] 얼마 전 민주당의 이재명 대표가 대한민국 민주주의가 9부 능선을 지나고 있다고 했다. 윤석열 정권의 퇴출이 민주주의의 회복이라고 생각한 듯하다. 퇴출이 가까워졌다는 말일 것이다. 그러나 이재명 대표의 민주당 또한 한국 민주주의를 수렁에 빠지게 해 온 한 축이었다. 눈앞에서 보고 있다시피 윤 정권 퇴출 여부와는 별도로 한국 대의민주주의 기반이 흔들리고 있다. 민주공화국 질서의 구심점인 헌법재판소마저도 진영정치의 소용돌이에 얽혀 위태롭다.

비상계엄 이전 이미 한국의 대의민주주의는 퇴락하고 있었다. 민주주의의 기반인 사회적 합의를 정치권 스스로가 붕괴시켰다. 극단화된 진영정치였다. 포퓰리즘으로 대의제를 흔들었고, 사법적 책임을 정치적 권력투쟁의 승리로 면탈하려 했다. 대한민국의 두 대의기구인 대통령과 국회 모두 국민의 대의 기능에 충실하지 않은 채, 권력을 자의적으로 행사하거나 남용했다. 국민의 요구에 호응하고 위임된 권력을 절제해 행사하는 대의민주주의 원칙이 무너졌다. 주권을 위임하는 대의제 방식으로는 민주주의를 기대할 수 없다고 했던 루소(J-J. Rousseau)의 대의민주주의에 대한 비관적 지론이 실감 났던 지난 몇 년이었다.

윤 대통령은 집권 2개월째부터 드러난 국정운영에 대한 국민 불신을 탄핵정국에 이르기까지 방치했다. 야당의 사법 리스크를 볼모 삼아 안주했거나 피장파장으로 여겼던 듯하다. 대통령의 리더십 실패로 22대 총선에서 압승해 국회 권력을 장악한 민주당은 그 권력을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 방탄에 쏟았다. 국민의 대의기구를 사법적 책임을 방어하는 진지로 변질시킨 것이다. 이 대표 방탄에서 시작된 사법의 정치화는 광범하게 확산했다. 형사 피의자나 피고인이 된 정치인들이 근신하지 않고 오히려 국회를 방어진지로 삼아 전사처럼 행세했다. 한국 정치의 퇴폐다.

입법권력을 등에 업은 포퓰리즘은 민주당 방탄 정치의 자원이었다. 탄핵정국에서는 보수세력이 헌재를 압박하며 또 하나의 포퓰리즘으로 가세하고 있다. 무정부 상태에서 포퓰리즘으로 맞서는 원시 정치 시대로 회귀하는 모습이다. 포퓰리즘은 기존 대의제도의 한계를 돌파하는 직접민주주의의 한 방식일 수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포퓰리즘이 그렇듯이 패권적이거나 분파적인 집단동원 방식이다. 민주적 의견의 표출이 아니라 개인들이 집단에 쏠려가는 것이다. 이를 두고 로즈(Todd Rose)는 그의 저서 '집단착각'에서 그것은 집단 지성이 아니라 집단 무지성이라고 했다.

최근 이런 포퓰리즘을 두고 서로를 향해서 민주주의가 아니라 파시즘이라고 공격한다. 양쪽 모두 새겨야 할 부분이다. 정치조직인 정당이 카르텔 조직 또는 유사 종교단체처럼 돼 있다. 정당의 실세가 마치 교주처럼 무조건적인 절대 권력을 행사하고 나머지는 이를 호위하는 조직원이나 다름없다. 이 대표의 특유한 리더십이 구심점이 된 민주당에서 더 두드러진다. 이 대표는 최근 국민의힘에서 윤석열 대통령을 호위하는 것을 두고 '범죄자를 끌어안은 정당은 범죄 정당'이라고 성토했다. 그러나 같은 명제가 사실은 이 대표의 민주당에도 해당한다. 그뿐만 아니라 제3당인 조국혁신당도 마찬가지다. 퇴폐한 한국 정당정치의 현실을 상징적으로 말해 준다.

대의기능의 변질과 대의권력의 오남용, 사법의 정치화, 정당의 카르텔 조직화와 유사 종교집단화 등 한국 대의민주주의의 퇴폐 현상은 극단화된 진영정치와 맞물려 있다. 진영의 이익이 모든 가치의 기준인 진영정치는 이런 문제들을 은폐하고 이용하고 있다. 블랙홀이다. 단지 대통령 탄핵 여부만이 아니라, 포퓰리즘의 진영정치를 혁신하는 계기를 만들어야 탄핵정국의 진통이 전화위복의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김만흠 전 국회입법조사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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