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 여·야·정 수장들이 20일 민생 현안 해결을 위한 국정협의체 첫 회의부터 반도체특별법·추가경정예산(추경) 등 입장이 첨예하게 갈리는 사안들을 놓고 팽팽한 신경전을 벌였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겸 경제부총리, 우원식 국회의장,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 사랑재에서 국정협의회 첫 회의를 개최했다. 국정협의회가 추진된 지 42일 만으로,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지 약 두 달 만이다.
모두발언은 최 대행, 권 비대위원장, 이 대표, 우 의장 순서로 진행됐다. 최 대행은 반도체특별법과 관련해 주 52시간 근로 예외 조항을 빼고 처리하자는 민주당을 향해 포문을 열었다. 최 대행은 "근로시간특례조항은 꼭 필요한 시기에 꼭 필요한 일을 집중해서 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라며 "이것이 포함되지 않는다면 반도체특별법이 아니라 '반도체보통법'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미국, 일본 등 주요국들의 반도체 첨단 인력들은 근로시간 제약 없이 신기술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며 "설상가상으로 미국은 반도체에 관세 부과를 예고하고 있다. 더 이상 지체할 시간이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우 의장이 이 대표를 향해 발언해달라고 했으나, 이 대표가 "집권당부터 하십시오"라고 양보했다. 권 비대위원장은 "우리가 양보받아야 할 것은 이런 게 아닌데 어쨌든 받도록 하겠다"며 웃으면서도 뼈 있는 발언을 내놨다. 반도체특별법, 연금개혁, 상속세법 등 여야가 대립해온 사안들에 대해 민주당이 협조하지 않은 점을 에둘러 비판한 것으로 해석된다.
또한 권 비대위원장은 삼권분립과 협치를 강조하면서 민주당의 2025년 감액 예산안 강행처리에 대해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는 "예산편성 권한은 헌법상 엄연히 정부에 있는데도 국회가 일방적으로 감액만 해 처리한 것은 분명히 잘못됐다"며 "다시는 이런 이야기가 나오지 않도록 해야 하고, 더 이상 나쁜 선례를 남기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정부와 여당의 반대에도 감액 예산안을 강행 통과시켜놓고 추가경정예산(추경)을 요구하는 민주당을 비판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도 12·3 비상계엄 조치의 원인 중 하나로 민주당의 감액 예산안 일방 처리를 꼽은 바 있다.
이 대표도 최 대행과 권 비대위원장의 도발에 응수를 마다하지 않았다.
'근로시간특례조항 없는 반도체특별법은 반도체보통법'이라고 발언한 최 대행을 겨냥해서는 "반도체특별법 관련해 근로시간 특례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안 하는 게 낫지 않냐는 말은 동의하기 어렵다"며 "작은 진전이라도 이룰 수 있으면 해내야지 합의가 어려운 조건을 붙여 끝까지 안 하겠다고 하는 것은 국민께서 흔쾌히 동의할 수 없다"고 기존 합의한 내용부터 통과하자는 입장을 고수했다.
이어 "반도체 업체들과 가진 토론회 자리에서 합의된 것은 총 노동시간을 늘리지 않고, 시간을 변형함에 따른 수당은 예외 없이 다 지급한다는 것"이라며 "내가 알기로는 산업계에서도 '이 조항은 굳이 필요하지 않으니 노동부가 승인조건을 완화해주면 충분하다'고 했다"고 강조했다.
추경에 대해서도 "경제가 너무 어렵기 때문에 어떻게든 국민들이 더 이상 고통받지 않도록 최소한의 삶의 조건을 만들어 줘야 한다"며 "지금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중요한 수단 중 하나다. 합의를 이끌어 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우 의장 역시 여·야·정 모두 추경의 필요성을 인정한다는 점을 강조하며 "오늘 적어도 추경 편성에는 합의했으면 좋겠다. 쟁점이 있지만, 문제의식이 맞닿아 있어서 합의가 가능하다는 생각"이라고 가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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