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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국돋보기] 이재명은 왜 '중도보수'를 꺼냈나
    입력 2025.02.21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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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시아경제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우리는 중도보수 정당"이라며 이념 논쟁의 단초를 제공한 것은 실수로 보기 어렵다는 게 여의도 정가의 시선이다. 정체성 논란을 가열할 수 있다는 점을 충분히 예상한, 의도가 있는 발언이라는 얘기다.

실제로 국민의힘은 이 대표를 향해 ‘짝퉁 보수’라고 비난했다. 민주당 비명(비이재명)계는 ‘월권’이라고 비판했다. 이 대표가 당 정체성 논란을 휘발성 이슈로 끝내지 않으려 하는 것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이 대표는 발언 다음 날 ‘민주당 역사’까지 꺼내며 논쟁을 정치권 화두로 끌어올렸다.

"우리는 원래 진보 정당이 아니다"라는 이 대표 발언은 표면적으로 완전히 틀린 말은 아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제출한 1700자 분량의 더불어민주당 강령 전문을 보면 ‘진보’라는 단어는 어디에도 없다. 강령 첫 문단에 ‘4·19혁명, 부마민주항쟁, 5·18민주화운동, 6·10민주항쟁, 촛불시민혁명의 민주주의 정신을 계승하고 서민과 중산층을 대변한다’고 당 정체성을 밝히고 있을 뿐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9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공직선거법 위한 혐의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25.2.19. 강진형 기자

핵심은 왜 이 시점에 중도보수론을 꺼냈냐는 점이다. 조기 대선을 염두에 둔 포석이라는 견해도 있다. 이 대표는 현재 여야를 통틀어 가장 유력한 대권 후보로 꼽힌다. 다만 사법리스크는 꺼지지 않은 불씨다. 이 대표는 사법리스크 논란과 관련해 아픈 기억도 있다. 2021년 민주당 대선 경선 ‘3차 선거인단’ 투표에서 대장동 사태가 불거지면서 28.3%라는 저조한 득표율을 경험했다. 이낙연 전 대표 득표율(62.3%)에 한참 미치지 못한 결과다. 이 대표가 최종 후보로는 선출됐지만, 사법리스크가 표심에 영향을 줄 수 있음을 확인한 사례였다.

이 대표가 중도보수론을 띄운 것을 놓고 사법리스크 출구전략이라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이 대표 선거법 항소심의 최대 관전 포인트는 피선거권이 상실되지 않는 선에서 유죄가 나올 경우"라며 "비명계를 중심으로 당 내부에서는 당장 후보교체론을 띄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높은 중도층 지지율 역시 이 대표가 중도보수론을 강화하는 배경이라는 분석도 있다. 지난 14일 한국갤럽이 발표한 장래 정치 지도자 선호도 결과에 따르면 중도 성향을 가진 응답자 중 이 대표를 지지한다는 비율은 31%로 가장 높았다. 이는 김문수(10%), 오세훈(3%), 한동훈(5%), 홍준표(3%) 등 여권 잠룡보다 높은 수치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9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공직선거법 위한 혐의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25.2.19. 강진형 기자

지난 총선에서 진보정당의 맏형 격인 정의당이 원내 정당 진입에 실패한 상황도 주목할 대목이다. 야당 한 의원은 통화에서 "진보층의 남은 대안은 결국 민주당뿐"이라며 "이 대표 입장에서 30%에 달하는 진보층은 집토끼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우클릭 행보가 대선 전략상 유용하다는 견해도 있지만, 이 대표 본연의 정체성을 흔들고 결과적으로 신뢰성을 떨어뜨리게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이 대표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인 2017년 당내 대선 후보로 출사표를 던지면서 중앙 정치무대에서 관심 인물로 떠올랐다. 당내 경선에서 21.2%를 득표했다. 대선 후보로 선출되지는 않았지만, ‘친명계’라는 계파 형성의 발판을 마련했다. 이 대표는 당시 신뉴딜정책, 30만원 토지배당 등 진보적인 색채를 담은 정책을 제안하며 관심을 모았다.

2017년 3월 19일 문재인 당시 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는 경선 5차 합동토론회에서 "이 후보는 진보를 늘 주창하다가 나는 보수주의자다 이렇게 말하기도 한다"고 뼈 있는 지적을 전했다. 이 대표를 둘러싼 당 안팎의 의구심은 정치적인 부담 요인이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은 "정치인 이재명은 민주당 내 족보가 분명치 않다. 좋게 말하면 유연성이 높고, 나쁘게 말하면 신뢰성이 부족하다"며 "자칫 메시지가 좋더라도, 메신저의 신뢰성 확보가 안 되면 좋은 정책도 기대만큼 효과를 내기 힘들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동우 기자 dwle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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