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 우크라이나군에 생포된 러시아 파병 북한군 포로들이 공개적으로 한국행을 원한다고 밝힌 가운데, 귀순 관련 협의 과정에서 이들에 대한 법적 지위를 어떻게 규정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전쟁 포로 송환과 탈북민 귀순이 다른 절차를 밟더라도 우리 정부는 이들이 한국행을 원할 경우 수용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전쟁 포로는 국제법상 '본국 송환'이 원칙이다. 전쟁 포로의 대우에 관한 제네바 제3협약 제4조에서는 전쟁 포로를 '교전 당사국'의 군대 구성원으로서 상대 군의 수중에 들어간 자로 정하고 있다. 북한이 러시아에 군대를 파병한 사실을 공식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포로들의 본국은 러시아가 될 가능성이 높다. 러시아가 송환을 주장할 경우 북한군 포로들은 러시아를 거쳐 북한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생긴다.
다만 본국 송환 원칙에 인권탄압 등의 우려가 있으면 예외가 적용된다. 제네바 협약에는 포로의 이동은 포로 자신의 이익을 고려하며 인도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공개적으로 한국행 의사를 밝힌 포로들이 북한으로 돌아갈 경우 신변이 위험해질 수 있는 만큼 이들의 의사를 최우선 존중해 한국 등 제3국으로 송환될 가능성도 열려 있는 상태다.
지난달 우크라이나군이 생포한 북한군 리모 씨는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인민군대 안에서 포로는 변절과 같다"며 지금 북으로 돌아가면 여러 가지 고난이 있지 않겠느냐는 질문에 "당연하다"고 말한 바 있다.
실제로 6·25전쟁 당시에도 본국으로의 송환을 거부한 북한군·중공군 포로들이 북한·중국을 피해 한국, 대만 등으로 보내진 사례가 있다.
정부가 일반적 의미의 '포로'라는 명칭을 사용하고는 있지만 아직 리 씨 등 북한군 포로들의 법적 지위가 국제법상의 '전쟁 포로'로 인정된 것은 아니다. 이에따라 정부가 북한군 포로들을 국제법상 전쟁 포로가 아닌 탈북민 지위를 적용해 데리고 올 가능성도 제기된다. 북한군 포로들을 탈북민으로 규정하면 북한이탈주민법 등에 따라 귀순 협의를 밟을 수 있다. 북한이탈주민법은 대한민국의 보호를 받으려는 의사를 표시한 군사분계선 이북지역의 주민에 대한 보호 및 지원에 대한 내용을 다루고 있다.
다만 북한군 포로들이 전장에 투입됐던 만큼 살상 가능성 측면에서 보호대상자로 볼 수 있느냐에 대한 논란은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2019년 탈북어민 북송 근거가 됐던 북한이탈주민법 제9조는 살인 등 중대한 비정치적 범죄자 등은 보호대상자로 결정하지 않을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 북한군 포로들이 전쟁 참가 사실을 몰랐다는 점은 참작될 수 있다. 리씨는 공개된 인터뷰에서 "유학생으로 훈련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왔다"며 "전투에 참가할 줄 몰랐다"고 말한 바 있다.
한편 외교부는 북한군 포로들이 한국행 요청 시 전원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우크라이나 측에 전한 상황이다. 외교부 관계자는 지난 19일 언론을 통해 "한국행 요청 시 전원 수용한다는 기본 원칙 및 관련 법령에 따라, 필요한 보호와 지원을 제공해 나갈 것"이라며 "이러한 우리 정부의 입장을 우크라이나 측에도 이미 전달했으며, 계속 필요한 협의를 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박현주 기자 phj032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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