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 여야가 연금개혁 소득대체율 44%에 합의할 가능성을 열어둔 가운데 자동조정장치 우선 도입 여부를 두고 막판 줄다리기에 나섰다.
국민의힘은 소득대체율 44% 수용을 위해서는 인구·경제 상황에 따른 보험료율·소득대체율이 자동 조정되도록 하는 자동조정장치를 국회 승인 조건부로라도 도입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진전된 제안이라면서도 우선 모수개혁부터 합의해야 한다는 견해를 보이고 있다.
김상훈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2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생산연령인구 감소는 국민연금 가입자의 급격한 감소로 직결되고 미래세대 부담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국민연금 자동조정장치 도입은 최소한의 개혁안"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은 연금개혁을 위한 여·야·정 실무회담에서 타협점이 생기는 상황을 고려해 대응 전략을 다듬고 있다. 모수개혁과 자동조정장치 패키지 합의를 추진하겠다는 포석이다. 김 의장은 전날 회담 이후 기자들에게 "정부도 42%를 고수하지 않는다"며 자동조정장치를 도입한다면 야당이 주장하는 소득대체율을 유연하게 검토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진성준 민주당 정책위의장도 "국회 승인 조건부 자동조정장치 도입은 진전된 제안"이라고 협상의 여지를 뒀다.
국민의힘은 이날 연금개혁 청년간담회를 열고 막판 여론전에 나섰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단순히 소득대체율을 얼마나 올리느냐, 43%냐 44%냐 지엽적 논의가 아니라 최대한 오래 혜택을 얻을 수 있는 방향으로 종합적인 구조개혁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민주당은 이날 자동조정장치 등의 조건 없이 모수개혁부터 합의하자는 입장을 보이며 재차 견제구를 날렸다. 진 의장은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자동조정장치를 일관되게 반대해 왔지만 정부가 국회 승인을 조건으로 제안한 만큼 논의에서 배제하지는 않겠다"면서도 "이런저런 조건을 걸지 말고 모수개혁부터 합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당초 민주당은 지난 20일 여·야·정 국정협의회서 '국회 승인'을 전제로 자동조정장치 도입에 대해 조건부 수용 의사를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시민사회계의 반대로 전날 신중론으로 돌아섰다. 현재 민주당이 제시한 국민연금 모수개혁안은 보험료율 13%로 여당과 이견이 없으나 소득대체율은 44~45% 수준을 유지했다. 결국 자동조정장치 논의와 별개로 협상 마지노선을 44%로 제시한 셈이다. 민주당 소득대체율 당론 45%에서 이재명 대표가 1%포인트의 협상 여지를 열어뒀기 때문이다.
자동조정장치 도입 여부에 대해선 여당이 민주당이 제시한 소득대체율 마지노선을 받아들일 경우 논의를 이어갈 수 있다는 입장이다. 민주당은 자동조정장치를 국민연금 '자동삭감장치'라고 규정했다. 자동조정장치는 가입자 수와 물가상승률, 가입자의 기대여명(급여지출) 등에 따라 연금 보험료율과 수령액을 자동으로 조정하는 시스템인데, 민주당과 노동계는 해당 장치가 사실상 연금수령액을 줄이는 방안이라며 수용이 어렵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미완의 과제로 남았던 연금개혁의 결실을 위한 대승적 협의를 강조하고 있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5일 국무회의에서 "이번에는 반드시 여야 간 대승적 협의를 통해 지속 가능한 연금개혁 방안이 마련될 수 있기를 간절히 희망한다"고 밝혔다. 최 대행은 "여야 국회의 초당적 협력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연금개혁을 둘러싼 여야 합의가 불발되고, 야당이 단독 처리했을 때 최 대행의 선택도 관심을 모은다. 야당 단독의 연금개혁안에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있다는 게 정치권 안팎의 관측이다. 다만 연금개혁의 시급성, 중대성 등 상황 변수를 고려할 때 이번에는 다양한 요소를 고려해 판단할 것이란 신중론도 만만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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