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 일·가정 양립에 가장 효과적인 제도가 하루 2시간 동안 휴가를 짧게 쓰는 ‘육아시간’과 시차출퇴근제, 재택근무제 등 '유연근무제'임을 시사하는 조사가 나왔다. 정부가 도입한 다양한 육아친화정책 중에서 활용도가 높은데다, 전반적인 일·가정 양립 수준을 크게 높인 것으로 나타났다.
25일 환경부에 따르면 산하 국립생물자원관은 최근 ‘일-삶 양립제도 자체평가’ 결과를 공고했다. 결과에는 소속 공무원 300여명 대상으로 지난 1년간 어떤 육아친화정책을 이용했는지에 관한 내용이 담겼다. 평가 대상은 육아휴직, 육아시간, 유연근무, 모성보호시간, 가족돌봄휴직, 가족돌봄휴가, 근로자 건강제도, 가족의날 등 8개였다.
이용률이 눈에 띄게 증가한 제도는 육아시간이었다. 육아시간은 아이를 키우는 부모에게 하루 2시간의 유급휴가를 부여하는 제도다. 지난해 육아시간을 이용한 소속 공무원은 대상자 중 83.3%로 전년 61.2%에서 22.1%포인트 늘었다. 제도를 1개월 이상 사용한 경우에만 실적으로 인정한다는 조건이 붙었음에도 개선세가 뚜렷했다.
유연근무제 활용률도 큰 폭의 상승률을 보였다. 유연근무제는 시차출퇴근제, 재택근무제, 시간제근무, 스마트워크 등을 말한다. 2023년 유연근무제는 297명 중 136명(45.8%)만이 활용하는 제도였지만, 지난해에는 299명 중 225명(75.2%)이 이용한 것으로 집계됐다.
육아시간과 유연근무제 활성화에 힘입어 일·가정 양립 수준은 2023년 92점에서 지난해 94점으로 상승했다.
소속 직원들 사이에서도 육아시간 제도에 대한 호평이 나오고 있다. 국립생물자원관 소속 노모씨는 “초등학교 1, 2학년 아이들이 방학 때는 3시간 정도 혼자 있어야 한다”면서 “육아시간을 활용해 4시에 퇴근하면 하굣길을 동행할 수 있어 정서적 유대감이 커진 기분”이라고 귀띔했다.
배경에는 제도 개편이 있다. 원래 육아시간은 5세 이하 자녀가 있을 때만 사용 가능했지만, 지난해 6월 정부는 기준을 ‘8세 또는 초등학교 2학년 이하’로 확대했다. 자녀의 초등학교 입학 직전 육아 절벽 현상이 나타난다는 토로가 있었기 때문이다. 보통 6세에 유치원을 마지막으로 다니는데 맞벌이 부부의 경우 아이 등·하원 자체가 곤란한 경우도 많았다.
기관 차원에서의 독려도 영향을 끼쳤다. 국립생물자원관 관계자는 “일·가정 양립이 형성되려면 간부들이 눈치를 주면 안 된다는 공감대가 있었다”면서 “팀원이 관련 제도를 신청하면 사유를 절대 묻지 말고 그대로 결재하라는 지시가 간부회의에서 나왔다”고 설명했다.
반면 사용 기반이 마련됐음에도 별다른 차이가 없는 제도도 있었다. 가령 육아휴직의 경우 이용률이 41.9%에서 41.6%로 소폭 내려갔다. 수당과 경력인정 기간을 지속적으로 개편하고 육아휴직 급여도 지난해 올랐지만, 장기간 경력이 단절되는 만큼 여전히 사용을 꺼리는 이들이 많았다는 분석이다. 가족돌봄휴가나 가족의날 등 다른 제도들도 대부분 효과가 미약했다.
한편 조직문화를 관장하는 인사혁신처는 올해부터 일·가정 양립 활성화를 위한 새로운 제도를 도입한다. 중앙행정기관 최초로 임신 중인 공무원에게 주 1회 재택근무를 의무화하고, 점심시간 단축 시간만큼 일찍 퇴근할 수 있는 근무제도를 운영한다. 또 자녀 돌봄을 위해서 주 40시간 내 개인별 근무시간과 일수를 자율 조정하도록 권장할 방침이다.
세종=송승섭 기자 tmdtjq850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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