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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계몽용 계엄’ 尹최후진술 정면반박한 한동훈 “민주주의 모욕”
    입력 2025.02.26 1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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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시아경제 ]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는 26일 출간된 자신의 저서를 통해 "12·3 비상계엄은 대한민국의 민주주의와 공화주의에 대한 모욕이자 도전"이라고 비판했다.

한 대표는 이날 출간된 '한동훈의 선택 국민이 먼저입니다'를 통해 이같이 밝힌 후 "나는 민주주의와 공화주의를 지키는 것을 진영의 이해관계보다 우선하는 책임감이 진짜 보수의 정신이라고 생각해왔다"고 밝혔다.

여권 일각에서 비상계엄을 저지하는 데 앞장선 한 전 대표를 두고 배신자라고 부르는 것에 대해 "만약 그때 계엄을 해제시키지 못했다면 우리나라, 우리 경제와 안보, 보수진영 그리고 우리 당이 어떤 처지에 처하게 됐을까. 누가 민주주의와 공화주의를, 진짜 보수의 정신을 배신한 것이냐"고 따져물었다.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심판 최후변론과 그간 윤 대통령 변호인단이 방어논리로 세운 비상계엄 선포 배경과 특수부대의 국회 진입 경위에 대해서도 정면으로 반박했다.

앞서 윤 대통령은 전날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최후변론에서 계엄 사유로 민주당의 감액 예산 강행처리, 간첩법 개정 반대, 이재명 대표 방탄, 선거관리위원회의 부정선거 의혹 등을 꼽으며 "처음부터 저는 국방부 장관에게 이번 비상계엄의 목적이 '대국민 호소용'임을 분명히 밝혔다"며 "국회의 계엄 해제 요구가 신속히 뒤따를 것이므로, 계엄 상태가 오래 가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투입된 군 병력이 워낙 소수이다 보니, 국회 외곽 경비와 질서 유지는 경찰에 요청했다"며 "부상당한 군인들은 있었지만, 일반 시민들은 단 한 명의 피해도 발생하지 않았다"며 야권에서 제기하는 '윤 대통령의 친위쿠데타' 논리를 반박했다.

반면 한 대표는 우원식 국회의장,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과 함께 우선 체포순위에 포함됐고, 체포조가 운영됐던 것을 거론하며 "체포 대상에 여당 대표가 포함된 순간 계엄을 야당의 폭거와 부정선거 의혹 확인 때문에 했다는 명분도 사라진다. 물론 그걸 명분으로 계엄을 하는 것 자체가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맞받아쳤다.

야당의 폭거와 부정선거 의혹은 비상계엄이 아닌 민주주의 시스템에 의해 해결해야 하며, 야당과 맞서고 있는 여당 대표도 체포하라고 지시했기 때문에 더 이상 야당의 폭거와 부정선거 의혹이 비상계엄의 명분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비상계엄 선포 시점과 관련해서도 "일과 시간이 아니고 의원들이 모이기 어려운 밤 10시 넘어 기습적으로 비상계엄을 선포한 것을 보면 계엄을 실행한 측에 국회의 계엄 해제 요구 결의를 막겠다는 의도가 충분히 있었던 것처럼 보였다"고 기술했다.

계엄 당일 한 여권 인사로부터 "다른 사람은 몰라도 한 대표는 절대 체포되면 안 된다. 체포되면 정말 죽을 수 있다. 그러니 국회로 가지 말고, 즉시 은신처를 정해서 숨어라. 추적되지 않도록 휴대폰도 꺼놔라. 가족들도 피신시켜라. 신뢰할 만한 정보이니 허투루 듣지 말고 꼭 그렇게 하시라"는 전화도 받았다고 소개했다.

다만 한 전 대표는 특히 자신이 체포 대상에 오른 것에 분노해 계엄을 반대했다는 일부의 주장에 대해서도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방송이 나가기 전 반대 메시지를 낸 것을 강조하며 “나는 계엄 저지 메시지를 내기 전에 체포 관련 어떤 정보도 듣지 못했다”고 거듭 반박했다.

한 전 대표는 여권 인사의 전화를 받고도 국회로 향한 것에 대해 "계엄을 막아야 한다는 결심이 공포라는 반응을 압도했다"며 "나는 계엄을 막는 데 중요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위치에 있었고, 어떻게든 막아야겠다는 생각이 컸다"고 언급했다.

4일 국회의사당 본관에 계엄군 20여명이 국회 본관에 유리창을 부수고 진입을 시도 하고 있다. 김현민 기자

한 전 대표를 포함한 일부 유력 정치인들에 대한 체포조 운영에 대해서도 조지호 경찰청장 등의 공소장을 근거로 "계엄포고령 제1호가 발동된 것이 밤 11시였는데 그 전인 10시30분에 군과 경찰의 합동 체포 작전이 시작된 것"이라며 "내가 미래에 포고령을 위반하리라는 것을 미리 알고 포고령이 발동되기도 전에 체포 작전을 시작했다는 것이니 포고령 위반 때문에 체포한다는 형식적 명분조차 핑계일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른바 군경의 느슨한 봉쇄에 대해서도 "계엄 선포 소식을 듣고 국회 앞으로 몰려나온 시민들은 경찰의 국회 봉쇄 상황을 일일이 촬영하고 항의했다. 언론사 카메라도 실시간으로 군경의 출입 봉쇄 현장을 국민들에게 알렸다"며 "나는 그것 때문에 현장에 있던 경찰이 강경하게 대응하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계엄군들이 계엄 지휘부 측의 지시대로 진압과 체포를 하지 않았던 것도 같은 이유였다고 본다"고 언급했다.

한 대표는 국회의 계엄해제 요구안 의결이 된 이후 3시간30분 동안 해제되지 않은 것에 대한 '국무회의 의결을 거치기 위해서였다'는 윤 대통령의 해명과 달리 당시 국회의 계엄해제 요구를 무시하거나, 새로운 사유를 들어 2차 계엄 시도가 있을 수 있다고 봤다. 이에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게 전화를 해 국무회의에서 계엄해제와 관련된 다른 주장이 나와선 안 된다고 요청했다고 한 전 대표는 전했다.

계엄 당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계엄군과 경찰을 향해 '동조하지 말라', '부역하지 말라'는 글을 지속적으로 남긴 이유와 관련해선 "여당 대표로서 내가 발신하는 메시지와 행동이 젊은 군인과 경찰 입장에서 적극적으로 계엄 지시에 따르지 않을 구실이 되길 바랐다"며 "그것이 그들을 보호하는 길이기도 했다. 사랑하는 자식을 군대에 보낸 부모님들의 마음을 헤아리는 길이기도 했다"고 술회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4일 새벽 국회에서 비상계엄 해제요구 결의안이 가결된 후 입장을 밝히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3일 밤 긴급 성명을 통해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김현민 기자
이기민 기자 victor.le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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