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 2일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는 개헌 논의에 유보적 입장을 보이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향해 "5년간 범죄 혐의를 피하고 싶은 것이고, 헌법을 지키려는 것이 아니라 자기 몸을 지키려는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한 전 대표는 이날 서울 종로구의 한 극장에서 제2연평해전을 소재로 한 연극 '바다는 비에 젖지 않는다'를 관람한 뒤 기자들과 만나 이같이 말했다.
그는 "87년 체제는 모두가 바뀌어야 한다고 인식하고 있다"며 "이 대표의 29번의 탄핵 시도, 대통령의 계엄 시도를 국민이 또 겪게 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모두 그 필요성을 공감하는 지금이 개헌을 해낼 때"라며 "이를 해내려면 중요한 임무를 맡은 사람이 희생하려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 전 대표는 앞서 언론 인터뷰에서 자신이 대통령이 될 경우 '4년 중임제' 개헌을 추진하고, 3년 뒤인 2028년에 물러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또 상·하원 양원제 도입도 필요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선거관리위원회와 관련한 개헌 필요성도 언급했다. 한 전 대표는 "선관위 독립성은 중시하되, 개헌으로 감사원의 감사 범위를 선관위까지 넓히는 방안을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앞서 헌법재판소가 감사원의 직무감찰 대상에 선관위가 포함되지 않는다고 결론 내린 데 대한 반론이다.
한 전 대표는 민주당과 이 대표가 12·3 비상계엄 선포를 비판하며 정권교체 필요성을 강조하는 것에 대해서는 "계엄 선포가 대단히 잘못됐다는 입장에 변함이 없다"면서도 "이 대표와 민주당이 헌법을 무시하고 유린한 폭거 역시 대단히 비판받아야 마땅하다. 이 대표가 그런 말을 할 자격이 있는가"라고 지적했다.
한 전 대표는 이날 지난해 12월 16일 국민의힘 당대표직에서 물러난 후 76일 만에 공개 행보에 나섰다. 이날 연극 관람에는 배현진·고동진·박정훈·우재준·정성국·한지아 국민의힘 의원이 함께했다.
권현지 기자 hjk@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