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 차기 대통령 임기는 3년으로 하자는 주장이 선두권을 추격하는 여야 대선주자 사이에서 번지고 있다. 임기 단축 개헌을 압박하며 조기 대선 정국의 대치 전선을 형성하려는 포석이다.
이른바 대통령 3년 임기론은 2028년 4월12일로 예정된 제23대 총선에서 대통령을 새로 뽑자는 주장과 맞닿아 있다. 이를 놓고 여야 대선 주자들이 '개헌 연합 전선'을 구축해 대선 레이스에서 앞서가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을 압박하려는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여권에서 임기 단축 개헌론의 불씨를 확산한 이는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다. 지난 2일 연극 관람으로 정치 행보를 재개한 한 전 대표는 조기 대선이 치러질 경우 개헌을 핵심 의제로 내세울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87년 체제를 바꾸려면 중요한 임무를 맡은 사람이 희생하려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자신이 대통령이 될 경우 '4년 중임제' 개헌을 추진하고 3년 뒤인 2028년 물러나겠다고 밝힌 구상을 재차 강조했다. 개헌 논의에 미온적인 이 대표를 향해서는 "헌법을 지키려는 것이 아니라 5년간 범죄 혐의를 피하고 싶은 것"이라고 직격했다. 한 전 대표 외에도 오세훈 서울시장,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 등이 '임기 단축 개헌론'에 관심을 보인다.
야권에선 비명(비이재명)계가 이 대표에게 개헌 논의 동참을 압박하고 있다.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지난달 28일 이 대표와 만난 자리에서 "개헌은 블랙홀이 아니고 새 대한민국을 만드는 관문이 될 것"이라며 "개헌이 제대로 논의조차 되지 못하는 것이 도저히 이해되지 않고 유감스럽다"고 작심 발언을 했다. 김동연 지사와 김두관 전 민주당 의원 등이 3년 임기 단축 개헌을 제안한 가운데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 김부겸 전 국무총리 등이 개헌론에 동참했다.
여야 대권 주자들이 '임기 단축 개헌' 카드를 꺼낸 것은 개헌에 대한 진정성을 어필하려는 의도도 있다. 대통령 임기까지 양보할 수 있다는 의지를 전하면서 국민적인 지지를 얻어내겠다는 구상이다.
다만 여야 대선 레이스에서 선두권을 형성하고 있는 이 대표와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 등은 임기 단축 개헌에 선을 긋고 있다는 점이 눈여겨볼 부분이다. 임기 단축 개헌론이 대권 경쟁에서 앞서는 이 대표 등을 흔드는 전략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이 대표는 사실상 개헌의 키를 쥐고 있지만 "내란 종식이 우선"이라며 논의 자체에 소극적이다. 이런 상황에서 개헌은 이 대표에 대한 공세 수위를 높이면서 존재감을 부각할 수 있는 의제라는 것이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현 구도를 흔들기 위해선 1등인 이 대표가 밀어내는 문제를 계속 언급해야 한다"며 "이 대표가 논의에 참여할 때까지 개헌론은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대표가 끝까지 논의에 참여하지 않더라고 그에게 '권력자'로서 부정적 이미지를 입힐 수 있다.
여권에선 윤석열 대통령이 임기 단축 개헌을 언급하면서 개헌론이 꽃놀이패가 됐다는 분석도 있다. 한 전 대표의 경우 개헌론을 통해 탄핵 찬성 행보로 형성됐던 보수층 반감을 해소하고 당론과 발맞추기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윤 대통령 뜻을 받들면서 윤 대통령과 대척점에 있다는 이미지를 희석시키는 면도 있을 것"이라고 풀이했다.
조기 대선이 현실화한다면 개헌 논의는 가열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차분한 접근을 당부하는 목소리도 이어지고 있다. 장영수 고려대 교수는 "선거 때마다 반복되는 개헌 논의를 현실화하기 위해선 임기 중반에 개헌하겠다고 약속하고 차분하게 사회적 논의를 이어가야 한다"고 제언했다.
최유리 기자 yr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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