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 오세훈 서울시장이 4일 오후 이명박 전 대통령을 예방한다. 경제 성장 전략에 대한 조언을 듣는 자리라는 게 서울시의 설명이지만 사실상 본격적인 대권 행보라는 분석도 이어진다.
시에 따르면 오 시장은 이날 오전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기업 중심 성장 지향형 규제 개혁' 포럼에서 기조연설을 한 뒤 오후 이 전 대통령과 만난다. 서울시는 "토론회에서 논의된 경제 성장 전략을 공유하고, 대한민국이 다시 성장하기 위한 이 전 대통령의 지혜를 얻기 위함"이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오 시장은 오전 포럼에서 대한민국 경제가 사실상 제로 성장 시대에 직면했다며 기업 중심의 성장 전략을 앞세운 경제 재도약 방안을 제시했다. 경제 활력을 저해하는 규제는 철폐하고, 디지털 금융 혁신과 세제 재편으로 '스케일업(Scale-up) 경제'로 전환하겠다는 게 골자다.
특히 오 시장은 대한민국 경제가 직면한 장애물로 비효율적인 세금 구조, 첨단산업 성장을 가로막는 높은 규제 장벽, 노동시장의 경직성 등을 지목했다. 글로벌 100대 유니콘 기업이 등장하는 상황에서도 국내 스타트업들은 규제의 벽에 가로막혀 있다는 점을 짚으며 산업 생태계를 개선해야 한다는 논리도 폈다.
유일호 전 경제부총리가 좌장을 맡은 대담에서도 본인만의 경제 혁신 방향을 제시했다. 오 시장은 "지금 정부 구조로는 하나의 기업 활동에 대해 부처별로 나누어진 업무가 전부 규제로 작동한다"며 "'기업성장 부총리'를 만들어 일괄적으로 이러한 장애물을 없애도록 돕는 '서비스 정부'로 거듭난다면, 신산업이 성장하는 환경을 조성하고, 글로벌 경쟁력을 갖출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정치권에서는 오 시장이 규제철폐에 이어 '스케일업 경제'로의 방향을 제시한 후 이 전 대통령을 예방하는 만큼 단순한 예우 차원이 아닌 본격적인 대권 행보로 해석하고 있다. 무엇보다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변론이 마무리된 후 조기 대선 가능성이 거론되는 상황에서 오 시장은 여권 내 대표 대선주자로 꼽히고 있다.
최근에도 오 시장은 국회에서 여권 인사들과 함께 개헌 토론회를 연 데 이어 대선 출마 가능성에 대해서는 "너무 촉박한 대선 일정이 벌어지기 때문에 미리 마음의 준비는 좀 하고 생각은 정리하고 있어야 된다는 차원에서의 그런 준비"라고 언급한 바 있다.
경제 분야에서도 '규제 철폐'를 기조로 한 '스케일업 경제'를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한국 산업 생태계에 역동성이 필요하다는 논리로 오 시장은 "20~30년 전 주력 산업이었던 반도체, 자동차, 조선, 석유화학, 철강 등이 여전히 한국 경제의 중심을 차지하고 있다"며 "향후 AI, 바이오, 핀테크, 로봇 같은 첨단산업과 XR, 웹툰, 애니메이션, E스포츠 같은 창조산업 등 신산업을 육성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기업들이 자유롭게 혁신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구체적으로 언급하기도 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겨냥한 메시지도 꾸준하다. 이날도 오 시장은 '임기 단축 개헌론'에 선을 긋고 있는 이 대표를 향해 "너무 본인의 정치적 행로에만 초점을 맞춘 입장"이라고 지적했다. 조기 대선이 점쳐지는 상황에서 오 시장을 비롯한 여권 잠룡들은 차기 대통령 임기를 3년으로 하는 개헌을 주장하고 있는데, 이 대표는 '내란 종식'이 우선이라는 입장이다.
이에 오 시장은 "정치적 유불리를 따져서 '나에게 불리하니까 지금은 탄핵 국면 해결이 우선순위다' 하는 매우 피상적인 발상을 하면서 국면을 모면해 나간다면 상당한 국민 저항에 부딪힐 것이라고 경고한다"고 전했다.
배경환 기자 khba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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