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최근 '한국판 엔비디아' 발언이 연이은 감세정책에 대한 설익은 세수확보 대안이라는 정치권 비판을 받고 있다. 이 대표가 조기 대선을 앞두고 중도층을 겨냥해 쏟아내는 우클릭 정책이, 대규모 세수부족 사태라는 현실적인 문제에 부딪혀 발목을 잡힐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논란의 시작은 지난 주말 민주당이 공개한 이 대표의 인공지능(AI)정책에 관한 유튜브 대담에서다. 이 대표는 대담에서 "엔비디아와 같은 기업이 국내에 탄생할 경우, 지분의 30%를 국민 모두에게 나누면 세금에 의존하지 않는 사회가 오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정부가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AI 관련 기업에 국부펀드나 국민펀드로 공동 투자해 지분을 갖고, 해당 기업이 엔비디아처럼 크게 수익을 내면 국민 조세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얘기다.
정치권은 이 대표의 '한국판 엔비디아' 발언이 당 내부의 세수 마련에 대한 고심을 단적으로 드러냈다고 분석했다. 이 대표가 감세정책 기조를 거듭 강조할수록 세수 마련에 대한 압박도 덩달아 커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앞서 이 대표는 지난해 11월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 당론을 시작으로 상속세 공제 한도 확대·근로소득세 개편·종합부동산세 완화 등 세제 현실화 방안을 거듭 부각하고 있다.
문제는 '잘사니즘'을 핵심 어젠다로 한 감세 정책이 현실과 동떨어진 포퓰리즘이라는 비판에 직면하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가 지난 2년 연속 80조원이 넘는 세수 펑크로 재정건전성이 흔들리는 상황에서 구체적인 세제 마련책이 빠졌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여당은 이 대표의 엔비디아 발언이 "소유부터 나누겠다는 발상 자체가 문제다. 사회주의적 접근"이라고 비판하고 나섰다.
이 대표는 감세정책에서 물러설 뜻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는 엔비디아 발언에 대한 정치권 비판에 오히려 "무지한 비난이다. 문맹 수준의 식견"이라며 반발했다. 근로소득세 감세도 계속 추진할 계획이다. 민주당은 오는 6일 국회에서 '근로소득세 과세 합리화 방안 모색' 토론회를 개최해 해법 마련에 나선다.
이 대표가 감세 기조와 관련해 민주당 내부의 우려도 감지된다. 당에서 상속세 개편 작업을 담당하고 있는 오기형 의원은 아시아경제에 "세수 확보를 위한 구체적인 대안 없이 감세를 꺼내 들 경우 분명히 부메랑이 돼 돌아올 수 있다. 감세 정책을 언급할 때가 아니다"고 말했다.
이동우 기자 dwle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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