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 더불어민주당과 한국경제인협회(이하 한경협)이 10년 만에 공개석상에서 만났다. 전반적으로 화기애애했던 분위기에서 진행됐지만 상법 개정안, 반도체특별법 등 쟁점 현안에 대해서는 서로의 입장을 공유하는 차원에서 대화가 마무리됐다.
5일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경제 활성화를 위한 민생경제 간담회'에서 이 대표는 "민주당과 한경협이 공개적으로 만난 게 10년 만이라고 한다"면서 "당내에서도 만나면 안 된다고 성명서를 냈다고 하는데 못 만날 이유가 어디 있느냐"고 밝혔다. 이어 이 대표는 "전쟁 중인 적군도 만나는 게 세상의 이치인데 대한민국의 경제 발전에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기업들 연합체인데 당연히 만나서 의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간담회는 다소 밝은 분위기로 진행됐다. 류진 한경협 회장이 민주당과 만나지 못했던 10년의 세월에 대해 "마치 옛날에 차였던 여자친구를 만나는 느낌"이라고 표현하자 이 대표는 박장대소했다. 류 회장은 "이 대표가 신년 기자회견에서 성장해야 한다고 한 말에 협회도 적극적으로 공감한다"며 "결국 해법은 성장이며 무엇보다 성장의 마중물인 기업 투자가 살아나야 한다"고 전했다.
다만 분위기와는 별개로 간담회 논의는 평행선을 달렸다. 한경협의 정책 과제에는 상법 개정안, 반도체특별법 등 민주당이 추진하고 있는 법안에 대한 요구사항이 담겼다. 한경협은 상법 개정안이 기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가 있으며 반도체특별법은 쟁점이 되는 연구·개발(R&D) 노동자 주52시간제 조항은 포함돼야 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기자들과 만나 "(이 대표는) 상법에 대해서는 자본시장법 개정도 고려하고 있지만, 기본적으로 투자자들이 가진 시장에 대한 불안감이 해소되지 않으면 기업 경쟁력도 높아지기 어렵다는 취지로 답변했다"고 전했다. 상법 개정안 처리는 불가피하다는 뜻을 피력한 것이다. 다만 조 수석대변인은 "배임죄 폐지에 대한 공감의 이야기도 나눴다"고 했다. 상법 개정으로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을 회사에서 주주로 확대했을 때 배임죄 등 소송이 남발될 수 있다는 이유로 경영 판단에 대한 배임죄를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반도체특별법과 관련해서도 이 대표는 기업들과 진행했던 토론회 내용을 이야기하면서 기존 입장을 공유하는 데 그쳤다. 이 대표는 "총 노동시간을 늘리지 않고 추가 근로 수당을 지급하는 조치를 한다면 현행 제도 내에서 운영하는 것도 가능하다"며 "현재는 3개월 단위로 노동부의 허가를 받고 있어 이를 6개월로 바꾸는 조치가 필요해 보이는데, 이는 노동부의 권한"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이 대표는 이날 불필요한 기업 규제는 완화할 필요가 있다는 메시지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 수석대변인은 "이 대표가 규제 리스트를 작성해 동그라미(유지), 세모(검토), 엑스(폐지)로 체크해 행정 편의주의적인 규제는 과감히 없애면 좋겠다고 했다"며 "할 수 있는 것을 열거하는 포지티브 방식에서 금지 행위 말고 다 허용하는 네거티브 규제로 전환하겠다는 이야기도 나눴다"고 했다.
황서율 기자 chest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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