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 더불어민주당 의원 일부가 검찰과 사실상 내통했다는 취지의 이재명 대표 발언은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던 당내 균열을 재점화하는 계기가 됐다.
관심의 초점은 2년 전 민주당 대표 국회 체포동의안 표결 과정에서 "당내 일부하고 (검찰이) 다 짜고 한 짓"이라는 발언의 진위와 이 시점에서 발언을 하게 된 배경이다. 이 대표의 정치적으로 계산된 발언이라는 시선도 있지만, 통합 행보를 이어온 최근 모습과는 다른 행보라는 점에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실제로 비명(비이재명)계를 중심으로 거센 반발이 이어지는 등 후폭풍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이 대표가 6일 부산을 방문하는 과정에서 마련한 송기인 신부와의 차담 행사가 취소된 것도 뒷말을 낳았다. 송 신부는 노무현 전 대통령과 문재인 전 대통령 멘토로 알려졌으며 지난 대선 경선 때는 이낙연 후보 공동 후원회장을 맡기도 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송 신부와의 만남 일정이 1시간 30분을 앞두고 취소된 것과 관련해 "90대 나이인 고령의 송 신부님은 1년여 전부터 호흡이 곤란해지는 지병을 앓아오셨기 때문에 자칫 취재진이 한꺼번에 몰리는 부담스러운 상황이 만들어지면 건강에 악영향을 미칠까 염려스러워서 일정을 취소한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정치권 일각에선 ‘당내 일부 검찰 내통’ 주장의 여파가 미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비명계 쪽에서는 이 대표 발언과 관련해 "앞에서 웃고 뒤에서 칼 꽂는 격", "공든 탑이 와르르 무너져 버리는 듯한 느낌"이라며 불쾌감을 감추지 않았다.
민주당 일부 의원이 체포동의안 가결에 참여한 당시 사건은 지난 총선에서 비명계 쪽이 된서리를 경험하는 계기가 됐다. 비명계 쪽 정치인들은 공천 경쟁에서 밀려났고, 그 앙금은 여전히 남아 있다.
그동안 이 대표를 대체로 옹호해왔던 박지원 의원조차 "(이 대표가) 통합행보를 하면서 구태여 그런 말씀을 하실 필요가 있었을까"라고 밝힌 것은 민감한 당내 기류와 무관하지 않다.
친명(친이재명)계 쪽에서 이 대표 엄호에 나서고 있지만, 문제는 검찰 내통설 자체가 내부 분열의 불씨가 됐다는 점이다.
이 대표는 이번 주말부터 다음 주까지 이광재·김두관 전 의원 등 친노계(친노무현계) 인사들과의 회동을 계획하고 있는데 비명계의 불편한 정서가 가라앉을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문혜원 기자 hmoon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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