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 대검찰청이 11일 일선 검찰청에 기존 방식대로 구속기간을 ‘날짜’단위로 산정해 업무를 진행하라는 지침을 내렸다.
구속기간을 종전대로 ‘날(日)’로 계산하지 않고 ‘시간(時)’으로 계산해 윤석열 대통령 구속을 취소하라는 법원 결정을 놓고 일선에서 혼란이 커지면서다. 심우정 검찰총장은 앞서 법원 결정 취지를 수용해 즉시항고를 포기했지만, 일선 검사들 사이에는 반발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법원 결정이 문제라는 쪽은 구속기간을 날짜 단위로 계산해 온 것은 우리 형사사법기관들이 70년 이상 이어온 실무 관행이며 법 해석상으로도 무리가 있다고 말한다. 왜 윤 대통령만 ‘예외’여야 하냐는 것이다. 반면 법원 결정이 옳다는 쪽은 이번 결정이 피의자의 인권 보호 차원에서는 충분히 나올 수 있는 판단이고 법리적으로도 틀리지 않는다고 한다.
우선 문제가 있다는 쪽에서 살펴보자. 재판부는 "구속기간에 불산입되는(포함되지 않는) 기간은 ‘날’이 아닌 실제 ‘시간’으로 계산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기간 계산 규정인 형사소송법 제66조 1항은 물론이고, 같은 법 제203조는 검사의 구속기간을 ‘240시간’이 아닌 ‘10일’이라고 쓰고 있다. 여기서 단위는 날짜인 것이다.
특히 이번에 문제가 된 것은 구속된 피의자의 영장실질심사나 구속적부심사를 위해 수사 관계 서류와 증거물이 법원으로 넘어갔다가 다시 검찰청으로 반환되는 기간에 대한 계산이다. 이 기간에는 검찰 수사가 제한되기 때문에 그 기간은 구속기간(10일)에서 빼도록 돼 있다. 실무에선 계속 날짜 단위로 빼왔다.
그런데 이번 사건에서 재판부는 관행대로 ‘이틀(2일)’로 계산하지 않고, ‘33시간 7분’으로 계산해 "구속기간이 지난 뒤에 기소가 이뤄졌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와 함께 재판부는 체포적부심사를 위해 기록이 오간 기간은 빼지 않고 모두 구속기간에 포함해야 된다고 했지만 이 역시 실무 관행과 다르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심 총장은 즉시항고를 하지 말도록 지시했다. 즉시항고 관련 형소법 조항이 영장주의와 적법절차원칙에 반해 위헌이라고 본 헌법재판소 결정의 취지를 고려했다고 한다. 그러면서도 일선에 ‘날짜 단위 계산’을 지시한 것은 법원 판단을 전폭 수용한 게 아니라 어차피 본안재판에서 쟁점으로 다뤄질 문제라고 봤기 때문이라는 게 검찰 내부의 설명이다.
윤 대통령의 내란 혐의 재판 과정에서 변호인들은 절차적 하자를 문제 삼아 공소기각 주장을 펼 것이기 때문에 그 과정에서 충분히 다툴 수 있고, 또 다투겠다는 것이다. 이처럼 심 총장의 수시지휘에 납득할 만한 이유가 있었기 때문에, 즉시항고가 필요하다는 입장이었던 수사팀도 큰 반발 없이 지휘를 따랐다고 한다.
한편, 법원·검찰 주변에서는 재판부가 진짜 하고 싶었던 말은 구속기간보다 ‘공수처의 수사권 문제’라고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재판부가 공수처의 수사 자체에 의문을 갖고 있고, 이 점이 향후 재판에서는 문제가 될 것이란 전망이다.
최석진 로앤비즈 스페셜리스트 csj040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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