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 미국 정부가 한국을 '민감국가'로 분류했지만 한국은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라는 현실의 벽과 마주하고 있다. 민감국가 목록에 오른 지 두 달 만에 사실을 확인한 것 자체가 현주소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더 큰 문제는 정확한 원인과 배경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12·3 비상계엄 사태와 대통령·국무총리 탄핵소추 등과 관련한 '외교안보 부실' 우려가 현실이 된 셈이다.
17일 정부에 따르면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미국 정부가 한국을 민감국가 분류 목록에 올린 사실을 확인한 뒤 미 국무부·에너지부 카운터파트인 외교부와 산업통상자원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대응을 지시했다. 정부 관계자는 "미국과의 채널을 통해 상황을 파악하는 동시에 한국은 민감국가에 포함되는 것이 맞지 않는다고 설득하며 목록에서 빼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 대행은 이날 오전에는 최근 미국 출장을 다녀온 정인교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과 민감국가 지정 등 관련 상황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이 지난 1월 한국을 민감국가로 분류했음에도 두 달이 지나도록 경위를 파악하지 못한 것을 두고 외교·안보 역량이 과도하게 떨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 대행이 이 사실을 언제 인지했는지도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다. 최 대행은 안덕근 산업부 장관을 이번 주 미국으로 보내 크리스 라이트 미 에너지부 장관을 만나 이 사안과 관련해 적극 협의하도록 지시했다. 다음 달 15일 발효 이전 시정될 수 있도록 외교력을 총동원한다는 방침이다.
민감국가 지정은 조 바이든 행정부에서 이뤄졌지만 정식 발효 여부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소관이다. 일반적인 경우라면 정상 차원에서 이견을 조율할 수도 있으나 최 대행은 취임 두 달이 지나도록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를 하지 못하고 있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분석이다. 정부는 설사 민감국가로 지정되더라도 한미동맹에 큰 지장은 없다고 해명했으나 이를 두고도 "안일한 인식"이란 지적이 제기된다.
민정훈 국립외교원 미주연구부 교수는 "바이든 행정부 임기가 끝난 만큼 미국에서 민감국가 지정 경위를 제대로 확인해주지 않을 것"이라며 "한국 정치권의 자체 핵무장 언급에 대한 불편함과 계엄 사태에 따른 실망감, 지역 불안정 등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민 교수는 "산업부가 미 에너지 정책에 주로 신경 쓰다 보니 이 부분까지 챙기긴 힘들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머지않아 해지될 것으로 보지만 트럼프 행정부가 얼마나 빨리 신경 써줄지도 관건"이라고 말했다.
문제원 기자 nest263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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