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 미국이 바이든 행정부 종료 직전 한국을 '민감국가 및 기타 지정국가 목록(SCL. Sensitive and Other Designated Countries List)에 추가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여야가 서로에게 책임을 돌리며 네 탓 공방을 벌이고 있다. 국민의힘은 비상계엄 이후 야당의 연이은 탄핵이 정부의 외교 대응력을 약화했다고 비판했다. 반면 야당은 윤석열 대통령의 핵무장론이 민감국가 지정의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맞섰다.
앞서 올해 1월 미국 조 바이든 행정부는 한국을 SCL에 추가했고, 오는 4월 15일 발효를 앞두고 있다. 민감국가는 미국 에너지부(DOE)가 미국 안보를 위협하는 국가를 지정해 특별 관리하는 목록이다. 한국은 중국, 대만, 러시아 등과 함께 리스트에 포함됐다. 이 목록에 포함된 국가의 국민은 미 에너지부의 원자력, 핵무기, AI(인공지능) 등 첨단 기술의 접근과 미국과의 연구 협력이 제한될 수 있다. 예컨대 당장 한국 국적의 연구원이 미 에너지부 산하 국책연구소 등과 공동연구를 위해 면담 시 45일 전 신고 및 사전 승인을 받아야 하는 등 절차가 대폭 까다로워진다.
김대식 국민의힘 원내수석대변인은 17일 오전 YTN 라디오에서 한국의 민감국가 지정 사실과 관련 "더불어민주당이 한덕수 국무총리를 탄핵하고, (정부 관료들을) 줄 탄핵하는 상태에서 정부 공무원뿐만 아니라 모든 컨트롤타워가 무너졌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야당의 탄핵소추에 따른 한 총리의 부재 문제가 외교 상태의 공백을 키웠다는 것이다.
여당은 민주당을 향해 그동안 진행한 탄핵을 모두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원내수석대변인은 "4월 15일 (미국의 민감국가 지정을) 발효할 경우 실질적으로 다시 제자리로 돌리기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며 "민주당에서 통 큰 정치를 해 줄 수 있다면 탄핵을 전부 철회하고, 하루빨리 머리를 맞대 심사숙고해 외교 전략에 나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야당은 이번 사태의 최초 원인 제공자가 윤 대통령으로부터 시작됐다고 주장했다. 앞서 윤 대통령은 2023년 1월 신년 업무보고를 전후해 "대한민국에 무슨 전술액 배치를 한다든지 우리 자신이 자체 핵을 보유할 수도 있다"는 발언이 이번 사태의 핵심이란 것이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민감국가 지정과 관련 "윤 대통령은 2023년 4월 27일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소위 워싱턴 선언에서 핵확산금지조약(NPT) 의무에 대해 한국의 의무·공약, 대한민국과 중국 정부 간 원자력 평화협력 협정 준수를 재확인하게 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또 "(미국이) '한미 원자력 협정을 꼭 지킨다'라는 것을 (한국에) 복창시킨 것"이라며 "이때부터 미국은 '한국이 NPT 조약을 위반할 가능성 있구나. 그래서 공식선언문에 앞으로 (한국은) NPT를 잘 지킨다. 한미 원자력 협정 잘 지킨다'는 조문을 적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해 윤 대통령의 불법 계엄을 계기로 민주적 통제가 불가능한 상황에서 한국이 핵 무장할 경우 위험하다는 인식이 미 행정부에 확산했다고 민주당은 판단하고 있다.
조국혁신당도 이런 주장을 같이했다. 김준형 조국혁신당 의원은 이날 CBS 라디오에서 "이 시작을 어느 시점으로 보냐면 윤 대통령이 2023년 1월에 조선일보와 인터뷰한 것을 기억하느냐. 우리 핵무장론을 본격적으로 등장시켰다"고 언급했다. 김 의원은 "저는 (이번 민감국가 지정 원인이) 거의 핵무장론, 우리나라에서 벌어지는 핵무장론 때문이라고 생각한다"며 "지정 원인을 제대로 파악하고, 핵무장론에 대해 미국에 '아니다'라고 확인시켜 줄 필요가 있다"고 했다.
문제는 다음 달 15일까지 의혹을 불식시키지 못할 경우다. 미국 정부가 한국의 민감국가 지정에 대해 한미 협력이 제한되지 않을 것이라고 했지만, 일각에선 원전 등 미국에 수주 및 협력이 필요한 우리 입장에서 껄끄러운 한국을 배제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김 의원은 "관련 연구비를 타는데 우리가 불이익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아예 원천 배제할 가능성도 있다"고 경고했다.
이와 관련 외교부 당국자는 "우리 정부는 이번 사안을 엄중하게 보고 있으며, 미정부 관계기관들과 긴밀하게 협의 중"이라며 "한미 간 에너지·과학기술 협력에 부정적인 영향이 미치지 않도록 적극 교섭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동우 기자 dwle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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