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속 차단·검색 제한 조치 안돼…양문석 "정부 차원 강력한 대응" 촉구
저작권보호원 "한강 작품 중점 보호 저작물로 지정해 모니터링"
(서울=연합뉴스) 이은정 기자 = 한강 작가의 책이 노벨문학상 수상 6일 만에 100만부 판매를 돌파한 가운데 일부 작품이 해외 불법 사이트에서 유통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수상으로 한강의 책이 미국과 유럽 등 세계적으로 판매되고 있어 출판물 불법 유통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6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양문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국저작권보호원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해외에 서버를 둔 A사이트에서 한강의 '채식주의자'(영어판 제목 The Vegetarian)와 '소년이 온다'(Human Acts)를 비롯해 국내 출판물 1만6천920개가 불법 유통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다른 언어와 출판사별 등 중복되는 책을 제외하면 불법 유통되는 국내 출판물은 7천500여 종으로 추산됐다.
A사이트에서는 회원 가입 절차만 거치면 일반 도서와 대학 교재 등 30여개 언어의 전자책을 무료로 내려받아 볼 수 있다. 한강 작가를 영문으로 검색해보니 '채식주의자'와 '소년이 온다', '흰' 등 대표 작품이 한국어와 중국어, 영어판 등의 전자책으로 올라와 있었다. 국내 대표 작가들의 책과 국내 출판사가 낸 해외 유명 작가의 한국어판 등이 즐비했다.
저작권보호원에 따르면 A사이트는 2022년 운영자가 검거되면서 폐쇄됐다가 지난해 운영을 재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이 해외에 서버를 둔 사이트는 저작물의 불법 유통에 대한 제재가 쉽지 않다.
이런 경우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불법 사이트에 대한 접속 차단 조치를 하는데, 대체 사이트가 생겨나며 구글 등에서 검색돼 접속 차단을 회피하는 실정이다.
저작권보호원은 이로 인해 방심위가 접속을 차단한 사이트를 대상으로 구글 등에 검색 제한 조치를 요청하지만, A사이트는 방심위 기준에 못 미쳐 접속 차단 사이트에 포함되지 않으며 제대로 된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
저작권보호원 관계자는 연합뉴스에 "방심위에서 접속 차단 조치를 하지 않은 사이트는 보호원이 구글에 검색 제한 조치를 요청하기 어렵다"며 "이에 디지털 밀레니엄 저작권법(DMCA)을 활용해 권리자가 사이트에 불법 복제물 삭제를 요청하는 방법을 안내했고 일부 저작물이 삭제된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보호원은 또한 한강의 작품 등을 중점 보호 저작물로 지정해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양문석 의원은 이에 대해 "저작권 문제는 개인의 권리 침해를 넘어 출판 산업 전반에 걸쳐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며 "저작권 보호 강화와 불법 사이트에 대한 정부 차원의 강력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mim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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