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주는 단순한 쇼가 아냐…숨은 의도 떠올리며 지휘·연주해야"
26일 폐막공연서 클라리네티스트 김한과 '클라리넷 협주곡' 협연
(서울=연합뉴스) 임순현 기자 = "음악의 가장 중요한 부분은 악보의 마디와 마디 사이에 있어요."
오는 26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2024 서울국제음악제' 폐막공연을 지휘하는 미국 피츠버그 심포니 음악감독 만프레트 호네크(66)는 '연주에도 사람의 마음을 담아야 한다'는 소신을 가진 지휘자다. 작곡가뿐만 아니라 오케스트라 지휘자와 연주자도 악보에 자신만의 철학과 사상을 투영해야 진정한 음악이 완성된다는 것이다.
공연을 나흘 앞둔 지난 22일 서울 현대고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폐막공연 협연자인 클라리네티스트 김한(28)과 함께 취재진 앞에 선 호네크는 자신의 지휘 철학을 담담하게 풀어냈다. 1983년 세계 최정상급 오케스트라인 오스트리아 빈 필하모닉에 입단해 비올라 연주자로 활동하던 호네크는 자신만의 음악을 하고 싶다는 생각에 1990년대 초반 지휘자로 진로를 바꿨다고 한다.
호네크는 "지휘자가 음악을 직접 해석하고 연주자들이 그의 해석에 따라 연주하는 모습이 너무 매력적이었다"면서 "지휘를 하면 본인이 원하는 색깔의 연주를 할 수 있다는 생각에 지휘 공부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세계적인 지휘자 카를로스 클라이버를 가장 존경한다는 호네크는 악보에는 표현되지 않은 작곡가의 감정과 사상을 연주로 표출하는 것이 지휘자와 연주자의 중요한 덕목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클라이버는 음악에 숨어있는 무언가를 끄집어내는 데 탁월한 작곡가였다"면서 "연주는 단순한 쇼가 아니다. 음악이 품고 있는 의도가 무엇인지, 어떤 의미인지를 항상 마음에 품고 연주하고 지휘해야 한다"고 말했다.
폐막공연의 협연자로 김한을 선택한 것도 바로 이러한 소신 때문이었다. 호네크는 "김한은 연주할 때 항상 무엇인가를 마음에 떠올리며 연주하는 음악가"라며 "연주자도 본인의 마음을 음악에 담아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김한도 "호네크는 연주자들의 입장을 잘 헤아리고 어떤 지시를 해야 연주자들이 기분 좋게 따라올 수 있는지를 잘 아는 명지휘자"라며 협연 요청을 흔쾌히 받아들인 이유를 밝혔다. 호네크와 김한은 2018년경 김한이 핀란드 방송 교향악단 부수석으로 활동할 당시 함께 공연한 인연이 있다.
오랜만에 함께 무대에 오르는 호네크와 김한은 이번 공연에서 서울국제음악제의 예술감독인 류재준의 '클라리넷 협주곡'을 초연한다. '진혼교향곡'으로 유명한 류재준이 '클라리넷과 현악 사중주를 위한 오중주' 이후 10년 만에 내놓은 곡이다.
호네크와 김한은 '클라리넷 협주곡'이 관객에게 다양한 음악적 영감을 줄 것이라고 자신했다. 김한은 "류재준 작곡가는 항상 관객의 입장에서 음악을 작곡하려고 한다"면서 "관객이 익숙하다고 받아들일 수 있는 멜로디와 함께 현대적인 감각도 잊지 않고 첨가한 작품"이라고 평가했다. 호네크도 "작곡가가 전달하려는 의도가 악보에 명확하게 보이는 작품"이라며 "음악에 다양한 캐릭터가 녹아있는 것도 흥미로웠다"고 말했다.
총 3악장으로 구성된 '클라리넷 협주곡'에서 2악장을 특별히 주목해달라고도 조언했다. 김한은 "음악은 이미지와도 결합한다. 관객도 연상되는 그림이나 이미지를 떠올리며 이 곡을 감상하면 좋을 것 같다"며 "특히 2악장에서 순수한 아이가 초원에서 뛰어노는 상상을 해보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hy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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