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든 민주주의, 미국은 왜 위태로운가
(서울=연합뉴스) 이세원 기자 = ▲ 카오스, 카오스 에브리웨어 = 팀 파머 지음. 박병철 옮김.
기후과학과 이론물리학의 대가이며 영국 옥스퍼드대 물리학과 교수인 저자가 불확실성을 다루는 과학의 세계를 소개하고 이를 인류가 직면한 과제들과 연결 지어 논의한다.
불확실성은 인생의 본질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이며 그만큼 미래를 예측하기는 어렵다. 인류는 비싼 대가를 치르고 예측의 중요성을 배워왔다. 책에 따르면 1987년 300년 만에 발생한 초대형 허리케인이 잉글랜드 남부를 강타해서 30억 달러(약 4조1천300억원)의 피해를 냈지만, 영국 기상청은 이를 제대로 경고하지 못했고 2008년 세계 금융시장이 붕괴했을 때도 저명한 경제학자들의 예측 능력은 빛을 발휘하지 못했다.
책은 기상 예보, 기후 변화, 팬데믹, 금융시장과 경기 변화, 분쟁과 전쟁 등 인류의 안녕과 직결된 영역에서 예측의 신뢰도를 높이고 불확실성에 대응하는 방안을 모색한다.
일기예보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아서 생기는 문제는 새로 산 신발이 빗물에 흠뻑 젖는 수준을 넘어선다. 컴퓨터 기반 일기예보가 없던 시절 열대 사이클론이 불어닥치면 수천 혹은 수백명이 사망했으며 심지어 단 한 번의 사이클론으로 50만명이 목숨을 잃은 적도 있었다.
앙상블 예측 시스템을 개발해 거의 보름 후의 날씨까지 예측하는 현대의 일기예보 체제를 구축하기도 한 저자는 날씨와 관련해 사후 대응보다 예방 조치에 힘쓰라고 당부한다. 재난이 발생하기 전에 대비하면 많은 인명을 구하고 자원의 손실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책은 예측 능력의 고도화 혹은 비용-손실 분석이 여러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지만, 어떤 행동을 할지 정해주지 않으며 의사 결정은 인간이 스스로 내려야 한다고 강조한다.
디플롯. 436쪽.
▲ 병든 민주주의, 미국은 왜 위태로운가 = 토마 스네가로프·로맹 위레 지음. 델핀 파팽·플로리안 피카르 지도 및 인포그래픽. 권지현 옮김.
미국 민주주의의 기원과 발전 과정을 소개하고 최근 직면한 위기를 진단한다.
책은 1863년 11월 19일 에이브러햄 링컨이 게티즈버그에서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정부"라는 말로 간명하게 표현한 미국 민주주의의 정신이 최근 20년 사이에 흔들리고 있다고 규정한다.
2000년 대선 때 조지 W. 부시는 대법원까지 가는 재검표 소동을 거치고서야 앨 고어를 누르고 당선될 수 있었고, 2008년 당선된 버락 오바마는 그가 미국인이 아닐 수도 있다는 경쟁자들의 의혹 제기에 시달렸다.
2016년에는 힐러리 클린턴보다 300만 표나 적게 받은 도널드 트럼프가 당선됐다. 2020년 재선에 실패한 트럼프가 선거 결과를 수용하지 않고, 이듬해 초 트럼프를 추종하는 이들이 미국 의사당을 점거한 것은 민주주의의 위기를 상징하는 사건이 됐다.
책은 각 주의 상원의원을 선출할 때 거주자 수를 고려하지 않은 방식의 문제점을 지적한다. 예를 들어 인구가 58만여명에 불과한 와이오밍주 유권자 1명의 투표는 인구 3천900만명에 달하는 캘리포니아주 유권자 1명의 투표와 비교할 때 66배의 가치를 지니게 된다. 이런 선거 방식이 결국 제도에 대한 유권자의 불신을 초래했다고 책은 진단한다.
서해문집. 160쪽.
sewon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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