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신간] 내 전 재산인 건물에서 오싹한 물체가…소설 '세입자'
    황재하 기자
    입력 2024.11.04 13:28

노벨문학상 올가 토카르추크 단편집 '기묘한 이야기들'

장편소설 '세입자'
[OC HQ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황재하 기자 = ▲ 세입자 = 안인용 지음.

두 번의 사내 결혼과 이혼을 거쳐 자신이 혼자 살 운명이라고 느낀 대기업 부장 한주원은 가진 돈을 모두 끌어모아 서울 경복궁 근처에 16평(약 53㎡)짜리 작은 건물을 짓는다.

공사 과정에서 조선시대 것으로 추정되는 집터가 발견되는가 하면 근처 건물의 주인이 시비를 걸어오고, 설상가상으로 한주원이 가상화폐 투자에 실패하는 등 가시밭길이 펼쳐진다.

천신만고 끝에 꿈에 그리던 건물주가 된 기쁨에 잠긴 것도 잠시, 준공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건물 3층의 천장에서 피가 떨어져 내리기 시작한다.

핏자국을 따라 벽을 뚫고 보니 상상도 못 했던 오싹한 물체가 모습을 드러낸다. 한주원의 부탁으로 벽을 뚫어준 최치수는 "이 건물에 세입자가 한 명 더 있었다"며 놀라워한다.

한주원은 자기 전 재산인 건물의 가치가 떨어지는 비극적인 일을 막기 위해 낯선 세입자를 발견했다고 경찰에 신고하는 대신 직접 사건을 추적하기 시작한다.

부동산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일련의 소동을 유머러스하게 묘사하는 동시에 부동산의 가치가 너무 가치가 높아져 인간성마저 뒷전이 되게 하는 사회의 씁쓸한 모습을 상기시킨다.

OC HQ. 280쪽.

단편소설집 '기묘한 이야기들'
[민음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기묘한 이야기들 = 올가 토카르추크 지음. 최성은 옮김.

2018년도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폴란드의 여성 소설가 올가 토카르추크의 단편집이다. 표제처럼 기묘한 단편소설 열 편이 수록됐다.

각각의 이야기는 모두 비현실적인 소재를 다루면서도 감각적으로 묘사돼 꿈인지 생시인지, 망상인지 현실인지 가늠하기 어렵게 한다. 기묘하다는 공통점을 제외하면 각 소설의 시대적 배경이나 주인공의 성격 등은 모두 천차만별이다.

17세기 폴란드 왕과 함께 지방 세력을 규합하기 위해 여행 중이던 사절단이 초록빛 피부를 가진 신비한 어린아이들을 발견하는 '녹색 아이들', 50대 남성이 자립하지 않은 채 평생 의지하던 어머니가 돌아가신 뒤 수십 년 전 모친이 병에 넣어 밀봉한 음식들을 발견하는 이야기 '병조림' 등이다.

'트란스푸기움'은 주인공이 인간으로서의 삶을 포기하고 다른 생물체로 전환하는 시술을 받기로 하는 이야기를 다룬다. '인간의 축일력'은 열 편 중 가장 분량이 긴 작품으로, 가까운 미래 전쟁과 재앙으로 황폐해진 세상에 나타난 신성한 육체 '모노디코스'를 둘러싼 이야기다.

보편적이고 일상적인 인식에서 조금씩 벗어나 있어 기묘함을 느끼게 하는 각각의 이야기는 늘 당연하게만 여겨왔던 인간의 모습을 낯선 시선으로 바라보게 한다.

민음사. 284쪽.

jae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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