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프린스턴신학교에 마련된 '코리아컬렉션'
마펫 선교사가 모은 사진·보고서 등 600개 박스 분량에 보관
(프린스턴[미국 뉴저지주]=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 "3월 4일 시내에 갔는데 거리에서 수천 명의 한국인을 봤다. 가게는 모두 문을 닫았다. 여기저기서 일본인들을 볼 수 있었다. 한국인들은 수시로 만세를 외쳤고 군인들은 그들을 해산시키기 위해 달려들었다."
1919년 3.1 운동의 여진이 계속되고 있는 평양 시내의 현장을 묘사한 글이다. 국내 신문의 스케치 기사도, 한국 작가의 르포도 아니다. 파란 눈의 선교사 사무엘 오스틴 마펫(1864~1939)이 쓴 보고서의 일부다.
마펫은 미국인 선교사다. 청춘의 끝물에 조선을 찾아 할아버지가 될 때까지 포교와 교육사업에 매진하다 노년에 일본 정부에 의해 추방됐다. 신사참배를 거부한다는 이유에서였다. 추방 후 3년 만에 그는 고향 땅인 미국에서 사망했다. 생애의 절반을 한국에서 보낸 셈이다.
그는 46년간 주로 평양에서 활동했다. 숭실대 학장으로, 평양신학대 이사장 등으로 일하며 수많은 인재를 길러냈다. 그뿐만 아니라 조선에서 선교와 관련된 자료를 모으고, 직접 사진도 찍었다. 그런 당대의 풍속과 시대의 공기가 담긴 대부분의 자료는 지금 미국에 있다. 미국 프린스턴신학교에 있는 '코리아컬렉션'이다.
코리아컬렉션은 마펫 선교사가 반평생 모은 자료를 아카이브로 구성한 것이다. 그의 아들 사무엘 H. 마펫이 1997년부터 프린스턴신학교에 문서류·사진류·서적류 등 관련 자료들을 기증하기 시작해 2005년 컬렉션이 완성됐다.
코리아컬렉션을 담당하는 브라이언 새틀러 프린스턴신학교 교수는 지난달 29일(현지시간) 한국 취재진을 만나 "북미에서 가장 많은 신학 자료 아카이브가 있는 곳이 바로 프린스턴신학교"라고 강조했다.
학교 측은 문서를 빽빽이 채워 밑변 30㎝ 크기에 담은 직육면체 모양의 박스 6천개에 종교 관련 문서를 보관 중이다. 이 가운데 10%, 그러니까 600개의 박스가 마펫이 모은 컬렉션이다. 자료의 종류는 구한말과 일제강점기 때 제작된 사진, 신문, 보고서 등 다양하다.
이 같은 코리안컬렉션은 대부분의 문서가 온라인으로 디지털화돼 신학도뿐만 아니라 일반인에게도 공개돼 있다. 최근에는 실물도, 디지털 문서도 인기라고 한다. K컬처의 영향이 큰 것으로 담당자들은 보고 있다.
코리아컬렉션을 담당하는 리디아 안데스키 프린스턴신학교 연구원은 "학생들이 리서치 용도로 많이 보는 것으로 안다"며 "실물은 여기 신학대 대학생들이 주로 보고 있고, 온라인 접속의 주체는 잘 모르겠다"고 했다.
이어 "모든 자료가 학생과 일반인에게 오픈돼 있다. 코리아컬렉션을 토대로 한 해에만 3~5권의 책들이 나오고 있는 걸로 알고 있다"며 "최근에는 접속자 수가 체감적으로 많이 늘었다. K컬처의 영향이 아닐까 추측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buff2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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