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미니스트를 위한 변론…'디지털 시대의 페미니즘'·'페미사냥'
(서울=연합뉴스) 임순현 기자 = 이데올로기로서 페미니즘의 양가적 가치와 의미를 들여다보는 세 권의 책이 나란히 출간됐다.
김복래 안동대 교수가 최근 출간한 '급진적 페미니즘'(인문공간)은 프랑스의 대표적인 페미니스트 철학자 시몬 드 보부아르의 삶을 통해 급진적 페미니스트들의 허상을 들춰낸다.
존경과 찬미의 대상인 동시에 혐오의 시선과 이론의 여지가 넘치는 보부아르의 삶을 끈질기게 추적해 '페미니즘 역사드라마'로 엮어냈다.
저자는 또 보부아르를 비롯한 다양한 페미니즘 논문을 분석한 결과 급진적 페미니즘이 남성 중심 사회의 괴물과 싸우는 동안 또 다른 괴물로 성장했다고 단언한다.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한 철학적 이론과 지적 담론을 일반 독자들도 이해하기 쉽게 이야기 형식으로 서술했다.
저자는 페미니즘 운동이 제자리를 찾기 위해선 여성의 권리와 해방에 다시 초점을 맞추고, 높은 윤리적 기준을 지켜나가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도 조언한다.
한국여성학회가 최근 발간한 '디지털 시대의 페미니즘'(한겨레출판)은 새로운 시대의 이데올로기로 작동할 페미니즘의 가능성을 살펴본다.
허윤 부경대 교수 등 문학연구자와 영화연구자, 과학기술연구자, 인류학자, 사회학자 등 여성학자 18명의 디지털 시대 속 페미니즘에 대한 논의를 묶어냈다.
책은 '사이버 레커', '기술매개 성폭력', '인공지능(AI)의 여성혐오'와 같은 디지털 시대의 여성 현실을 심도 있게 분석했다.
이어 '여성주의 지식 생산'과 '지역적 페미니즘 네트워킹', '젠더 정치학' 등 온라인 공간 속 페미니스트들의 움직임을 살펴보고, 이를 통해 'IT조직 내 성차별'과 '일과 돌봄 사회' 등 여성 일터의 현실을 진단했다.
성차별을 정당화하는 이데올로기로 작동하는 신자유주의를 비판하고, 성평등한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새로운 방향도 제시한다.
이민주 작가의 '페미사냥'(민음사)은 갈수록 격화하는 반(反)페미니즘에 대한 '경고장'과 같은 책이다.
한국 사회에 만연한 반페미니즘 경향의 원인을 개인적 경험을 토대로 추적했다.
저자는 이른바 '페미사냥'의 본질을 '소비'와 '놀이'에서 찾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성차별적인 온라인 커뮤니티 시장 속에서 남성들은 '페미니즘 때문에 즐길 수 없는' 피해를 호소하며 결속한다고 진단한다.
저자는 또 '집게 손' 모양 논란처럼 페미니스트들을 극단주의자로 몰아 왜곡된 이미지를 형성하는 것도 페미사냥의 한 형태라고 지적한다.
현재와 같은 '페미니스트 낙인'이 지속되면 결국 여성 소비자와 창작자의 위축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한다.
▲ 급진적 페미니즘 = 474쪽.
▲ 디지털 시대의 페미니즘 = 396쪽.
▲ 페미사냥 = 206쪽.
hy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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