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콘텐츠, 통상 추석 방영 공식 깨고 크리스마스 시즌 노려
(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최근 콘텐츠 업계에서 신작을 내놓을 때 꼭 피해야 하는 날짜로 12월 26일이 꼽힌다.
바로 넷플릭스 기대작 '오징어 게임 시즌2'(이하 오징어 게임2) 공개일이다.
그렇다면 왜 하필 12월 26일에 공개될까.
통상 글로벌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플랫폼에서는 한국 콘텐츠를 제작할 때 국내 시청자 수요를 고려해 추석 시즌 공개를 선호해왔다.
앞서 '오징어게임' 시즌1의 경우 2021년 9월 17일에 공개됐다. 그해 추석 연휴가 주말을 포함해 18∼22일까지 이어진 것을 고려하면, 추석 연휴 몰아보기용 콘텐츠로 선보인 셈이다.
하정우 주연의 넷플릭스 시리즈 '수리남' 역시 2022년 추석 연휴 첫날인 9월 9일에 첫선을 보였다.
또 넷플릭스의 첫 요리 서바이벌 예능 '흑백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은 올해 추석 당일인 9월 17일에 공개됐다.
이 가운데 '오징어 게임 2'가 12월 말에 공개되는 것은 이 시리즈가 한국만이 아니라 글로벌 시청자를 끌어모을 기대작이라는 뜻을 내포하고 있다.
12월 26일은 크리스마스 시즌으로, 미국은 물론 유럽 등 서구권 전역에서 가장 대목으로 꼽히는 시기다.
서구권 직장인 대부분은 이때 휴가를 내고 가족과 함께 지내는 경우가 많다. 할리우드는 물론 소매 업계에서도 이 시즌에 주목한다.
콘텐츠 업계 관계자는 "'오징어게임' 시즌1은 추석 시즌에 공개했지만, 시즌2는 크리스마스 시즌에 내놓는다는 것부터가 글로벌 겨냥 콘텐츠라는 의미가 아니겠느냐"라고 말했다.
넷플릭스의 최고콘텐츠책임자(CCO) 벨라 바자리아도 지난 18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 열린 쇼케이스에서 '오징어게임'에 대해 "전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쇼"라며 "흥미로운 점은 오징어 게임 시즌1은 한국의 타이틀로 시작했지만, 이제는 전 세계 시청자들이 관심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오징어 게임'은 2021년 공개 당시 한국 작품으로서는 최초로 미국 넷플릭스에서 인기 작품 1위를 차지했다. 글로벌 순위 집계에서도 9월 23일부터 11월 7일까지 46일 연속 전 세계 시청 순위 1위 자리를 지켰다.
넷플릭스는 전 세계를 무대로 하는 홍보 활동에 나설 예정이다.
국내에서는 내달 9일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팬들을 위한 월드 프리미어 이벤트가 준비돼 있다.
같은 달 13일에는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 '오징어게임2' 공개 기념 한밤의 달리기 경기가 열린다. 배우 이정재(기훈 역), 이병헌(프론트맨)이 참가자를 만난다.
영국 런던에서는 같은 달 18일 '오징어게임2' 라이브 음악 공연이 열린다. 한국 출신 세계적인 DJ 페기 구가 공연에 나설 예정이다.
맛보기 영상과 포스터, 출연진 등이 차례로 공개되면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지만, 동시에 우려의 목소리도 함께 나온다.
그룹 빅뱅 출신이자 2017년 대마초 흡입 혐의로 징역형을 선고받은 최승현(탑)을 캐스팅한 점이 논란거리로 꼽힌다.
황동혁 감독은 "아주 많은 용기가 필요한 배역"이라며 "왜 이 작품을 이 배우와 해야 했는지 결과물로서 보여주는 수밖에 없을 것 같다"고 밝혔지만, 언론과 얼굴을 맞대야 하는 제작발표회에는 최승현이 포함되지 않았다.
대규모 자본을 들여 후속 시리즈를 공개했지만, 넷플릭스의 인기 한국 콘텐츠 가운데 시즌2가 성공한 사례가 없다는 것도 우려스러운 점이다.
'오징어 게임'과 비슷한 시기 주목받으며 공개 열흘 만에 1억1천만 시청 시간을 기록했던 '지옥'도 지난달 시즌2를 내놨지만,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다.
'스위트홈' 시즌 2·3, '경성크리처' 시즌2도 모두 전작에 비해 실망스러운 결과를 내놓은 바 있다.
heev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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