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K-VIBE] 강성곤의 아름다운 우리말…잘못 쓰고 있는 표현-④
    이세영 기자
    입력 2024.12.23 08:44
    0

[※ 편집자 주 = 한국국제교류재단(KF)의 2024년 발표에 따르면 세계 한류 팬은 약 2억2천5백만명에 육박한다고 합니다. 또한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초월해 지구 반대편과 동시에 소통하는 '디지털 실크로드' 시대도 열리고 있습니다. 바야흐로 '한류 4.0'의 시대입니다. 연합뉴스 동포다문화부 K컬처팀은 독자 여러분께 새로운 시선의 한국 문화와 K컬처를 바라보는 데 도움이 되고자 전문가 칼럼 시리즈를 준비했습니다. 시리즈는 매주 게재하며 영문 한류 뉴스 사이트 K 바이브에서도 영문으로 보실 수 있습니다.]

강성곤 KBS 한국어진흥원 운영위원
본인 제공

◇ 희귀암?

'인공유방 보형물 이식 후 희귀암… 국내 첫 환자'

뉴스 제목에 의구심이 생겨 검색해보니 거의 모든 언론이 '희귀암'으로 쓰고 있다. 그러나 '희소암'이 더 설득 적이다. 귀한 암은 없다! 희귀(稀貴)는 어디까지나 '드물어서 귀하고 가치 있는 것'이다.

수년 전부터 희귀병은 희소병으로 대체돼 자리 잡아가고 있다. 고려대 한국어 사전은 '매우 드물어서 쉽게 걸리지 않는 병'으로 희소병을 정의하고, 희귀병도 관습을 존중해 아직까지 병기한다.

문제는 '우리말샘'에서는 '희귀병'에 미련을 둔 채 '매우 드물어서 쉽게 걸리지 않는 병'으로 정의해놓고, 희소병은 '매우 드물어서 치료법이 개발되지 못한 병'으로 마치 의미가 구분되는 양 풀이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럼, '매우 드물어 쉽게 걸리지 않으며 치료법이 없는 병'은 뭐라 부를 참인가? '매우 드물고 적음'이란 희소(稀少), 본래 의미로 겸허히 돌아가 희소병, 하나로 통일시키는 게 대승적이다. 같은 맥락에서 희귀암도 어서 희소암으로 바꾸어야 한다.

'희귀'는 희귀한 작품, 희귀한 인물, 희귀한 전시 등 걸맞은 예에다 맡기고 말이다.

◇ 바라겠습니다?

'뜨거운 응원, 바라겠습니다 ⇒ 뜨거운 응원, 바랍니다'

'많이 참석해주시길 바라겠습니다 ⇒ 많이 참석해주시길 바랍니다'

부지불식간에 많이 쓰는 '바라겠습니다'는 틀린 말이다. '바랍니다'가 맞는다.

동사 '바라다'는 그 자체에 '미래', '희망'을 담고 있다. 그래서 미래, 추측을 뜻하는 어미 '겠'과 중첩된다. 같은 맥락으로 '기대하겠습니다', '시작하겠습니다'보다 '기대합니다', '시작합니다'가 더 세련된 표현이다.

'바랍니다' 대신 '바라겠습니다'를 자주 쓰게 되는 언중(言衆)의 처지를 이해 못 할 바도 아니다. '바랍'의 'ㅏ' 모음은 입을 가장 크게 벌린 상태로 혀가 맨 아래 자리에 위치한다.

그러나 다음에 오는 '니'의 모음 'ㅣ'는 혀끝이 가장 들린 상태로, 단번에 올리기가 쉽지 않은 까닭이다. 그래서 그 중간쯤 위치하는 'ㅔ'가 들어 있는 미래형 어미 '겠'을 찾고자 하는 욕구가 발현되리라는 추측이 가능하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발음의 편의가 올바른 어법을 제칠 수는 없다.

차제에 일러두면 모든 '바람'은 '바람'이다. 부는 바람도 '바람', 외간남녀(外簡男女)에게 몸과 마음을 뺏기는 것도 물론 바람, 그리고 '바라다'의 명사형 역시 '바램'이 아니라 '바람'이다.

◇ 행복하고 싶어요?

어느 은행 광고에 나온 '꾸준히 행복하고 싶어요'는 어법에 안 맞는 비문(非文)이다. '-고 싶어요' 앞에는 동사나 동사형이 와야 마땅하다.

'먹고 싶어요', '사고 싶어요', '만들고 싶어요', '사랑하고 싶어요'는 자연스럽다. 왜냐하면 '먹다', '사다', '만들다'가 동사이기 때문이다.

극명한 예로 '젊고 싶어요'는 안 되고, '늙고 싶어요'는 가능한 것이다. '젊다'는 형용사고 '늙다'는 동사이기에 그렇다. 상식적으로도 세월을 거슬러 젊을 수는 없는 일 아니겠는가? 물론 그러고 싶지만 말이다.

'예쁘고 싶어요', '못되고 싶어요'는 이상하다. 형용사이기 때문에 그렇다. 대안은 있다. 동사적으로 만들면 된다. '행복해지고 싶어요', '젊어지고 싶어요', '예뻐지고 싶어요'는 가능하다.

◇ 좋은 하루 되세요?

'사람'이 '하루'가 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인간이 아무리 만물의 영장이라지만 아침부터 저녁까지의 '시간'으로 변형하는 건 어림없는 일이며 어법에 안 맞는 말이다.

그런 뜻이 전혀 아니라고 할지 몰라도 결과적으로 이상한 말을 한 셈이다. 이것도 따지고 보면 그저 대충, 빨리, 쉽게 마무리 말을 하려다 나온 것이리라.

우리 인사법은 상당히 구체적이고 다양하다. 이왕 인사를 하게 되면 정중하고 내용이 있는 게 좋다. 아침이라면 '활기찬', '힘찬', '보람 있는', '즐거운' 등을, 오후라면 '편안한', '넉넉한', 밤이라면 '포근한', '아늑한' 등을 앞에 두고 '보내세요', '맞이하세요', '이어가세요' 등으로 마무리하는 것이 적당하다.

월요일 오전이면 '한 주의 시작입니다. 건강하고 활기찬 한 주 맞으시기를(보내시기) 바랍니다' 같은 표현이 좋다. 금요일 오후라면 '즐겁고 유쾌한 주말 보내세요(맞이하세요)' 등이 바람직하다.

◇ 진심을 다합니다?

'진심을 다합니다'는 생각해볼 문제다. 흔히들 이렇게 많이 쓴다. 그러나 정밀한 말은 아니다.

'다하다'는 시간, 힘 따위를 들이거나 쏟는 것이다. 그러니 '정성', '최선' 등이 앞에 와야 어울린다. 진심(眞心)은 '거짓 없는 참된 마음'이다. 이건 여부(與否), 유무(有無)를 나타내는 상태이지 무언가를 연마하고 경주하는 동작이 아니다. 진심을 쓰려면 '담습니다' 정도가 걸맞고, '다하다'를 쓰고는 싶은데 '정성', '최선'이 맘에 안 든다면 '전심(全心)을 다합니다'가 목표한 의미에 부합하는 대안이다.

예전엔 '전심'을 제대로 자주 썼는데 요즘엔 드물어졌다. 하도 진심, 진심하다 보니 전심마저 진심으로 잘못 보거나 무턱대고 진심만 쓰고 보는 건 아닌지 안타깝다.

전심은 말 그대로 '온 마음'이다. '온 마음을 다한다', 근사하지 않은가.

강성곤 현 KBS 한국어진흥원 운영위원

▲ 전 KBS 아나운서. ▲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언어특위 위원. ▲ 전 건국대·숙명여대·중앙대·한양대 겸임교수. ▲ 전 정부언론공동외래어심의위원회 위원. ▲ 현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언어특위 위원. ▲ 현 가천대 특임교수.

* 더 자세한 내용은 강성곤 위원의 저서 '정확한 말, 세련된 말, 배려의 말', '한국어 발음 실용 소사전'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정리 : 이세영 기자>

sev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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