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이코노미뉴스 한상현 기자] 한 여고생은 유달리 한국 역사에 관심이 많았다. 한국전통문화대를 알고부터는 전통문화에 대한 구체적인 관심은 더욱 깊이를 더했다. 남들과 다른 특별한 길을 걷고 싶어 한국전통문화대 전통건축학과를 선택했고, 전공에 매료되어 대학원 진학으로 이어졌다. 대학원에서 연구를 시작하며 학문의 깊이에 점점 빠져들었고, 자연스럽게 학생들을 가르치며 연구하고 싶다는 생각이 커져 교수의 꿈을 갖게 되었다.
그 꿈은 드디어 모교인 한국전통문화대 출신 1호 교수라는 타이틀을 갖게 했다. 바로 권양희 교수(전통건축학과)의 이야기이다. 권 교수가 꿈을 이루어가는 과정과 전공에 대한 애정, 그리고 교수로서의 대학생활과 새해 다짐을 담았다.
“모교에 교수로 첫발을 내딛는 순간, 기쁨과 동시에 막중한 책임감을 느꼈습니다. 초심을 잃지 않고 새해에는 선배이자 스승으로서 학생들이 꿈을 키울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할 생각입니다.”
2017년 8월, 한국전통문화대 교수로 임용된 권양희 교수는 당시 ‘교수’ 임용이 기쁨과 책임감이 교차했다며 새해에는 더욱 학생들을 ‘꿈’을 위해 매진하겠다고 말했다. 그도 그럴 것이 국가유산청(구 문화재청)이 설립한 국립특수목적대인 한국전통문화대가 지난 2000년 3월 개교 이래 모교 출신 교수는 권 교수가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 임용당시 모교 교수로서 기쁨과 책임감 교차
일반 대학에서도 모교 교수로 임용이 될 경우 기쁨과 책임감이 교차하기 마련인데, 권 교수는 여기에 더한 모교 출신 1호라는 수식어는 이런 마음을 심화시켰음은 물론이다.
“임용 뒤 익숙한 교정을 걸으며 학생 시절의 추억이 새록새록 떠올랐고, 이제는 스승으로서 후배들을 이끌어야 한다는 사실에 벅찬 감동과 함께 마음가짐을 새롭게 하게 됐습니다.”
권 교수는 모교 출신이라는 점은 학생들과의 공감대를 형성하고 더욱 깊이 소통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줄 것이라는 기대감과 함께 그에 대한 부담감도 느꼈다고 고백한다. 특히, 학생들에게 많은 것을 가르쳐 주고 싶은 마음 이면에는 ‘과연 내가 잘 해낼 수 있을까’하는 걱정이 앞섰다는 것이다.
- 어느덧 교단에 선 지 7년여가 흘렀습니다. 임용 당시와 현재의 느낌이 다를 것 같은데요?
“첫 강의를 시작할 때의 떨림과 서툴렀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한데, 벌써 학과장이라는 중책을 맡아 학교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으니 감회가 새롭네요. 처음 교수로 임용됐을 때는 모든 것이 낯설고 어려웠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교수라는 직업에 점차 익숙해지고 학교생활에 잘 적응해 나가는 것 같습니다.”
- 모교 출신 교수이기에 학생들이 교수님을 롤모델로 여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학교 역사가 짧고 ‘전통’을 주제로 한 국립특수목적대이기 때문에 저를 롤모델로 삼는 학생이 있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렇기에 부담감이 어깨를 짓누를 때도 있어요. 하지만 교수로서의 초심을 잃지 않고, 항상 학생들에게 모범이 되는 교수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은 변함이 없습니다. 제자이자 후배인 학생들이 저를 보며 꿈을 키울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해야죠.”
권 교수는 모교 교수로서의 책임감은 때론 부담으로 작용한다고 솔직히 고백했다. 선배로서 모범을 보여야 한다는 기대감은 그에게 큰 동기 부여가 되기도 하지만 동시에 모든 일에 완벽해야 한다는 부담감으로 이어지기도 한다는 것이다.
또한, 모든 일에는 장단점을 있을 터. 모교 출신 교수의 장단점을 묻자 권 교수는 기다렸다는 듯이 친숙한 교수님들 덕분에 학교생활에 빠르게 적응할 수 있었다고 귀띔한다.
“제가 재학 시절 존경했던 교수님들께 직접 지도를 받으며 학문적 교류를 이어갈 수 있다는 것은 큰 행운이라고 생각해요. 교수님들께서도 저를 따뜻하게 맞아주시고, 학생 시절 제가 겪었던 어려움을 잘 이해해주시기 때문에 학생들과의 소통에 있어 더욱 깊이 있는 교감을 나눌 수 있는 것은 큰 장점입니다.”
■ 학생들 상황에 맞는 눈높이 상담으로 ‘소통’
인터뷰는 자연스레 학생들과의 ‘소통’이 화두에 올랐다. 고등학교와 달리 대학에서는 교수와 학생들의 소통이 원활하지 않은 상황이기에 어떤 식으로 소통을 하냐는 질문을 던졌다.
“매 학기 학생들과 1~2회씩 정기적인 상담을 진행하고 있어요. 1학년 학생들은 새 학기에 학교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돕고, 고학년 학생들은 진로에 대한 고민을 함께 나누는 시간을 갖곤 합니다.”
권 교수는 학생들과의 소통을 통해 그들의 고민과 어려움을 파악하는 것은 대학 생활에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소홀히 할 수 없다고 잘라 말한다. 특히, 기숙사 생활을 하는 학생들은 친구 관계에서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비일비재해 교우 관계에 대한 상담을 자주 하는 편이라고.
학생들과 상담을 하면서 기억에 남는 학생들이 있습니까?
“물론 상담을 하다보면 당연히 있습니다. 기억에 남는 학생 중에는 ‘요즘 많이 힘들지?’라는 제 말에 울음을 터뜨린 여학생이 있어요. 누군가 자신의 마음을 헤아려주길 바랐던 그 친구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진로에 대한 고민을 안고 찾아온 학생들도 많습니다. ‘내가 가고자 하는 이 길이 정말 맞는 걸까?’라는 질문을 던지는 학생들에게는 학과 수업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어떤 점이 힘들고 어떤 점이 재미있는지 등을 구체적으로 물어보며 함께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 학생들에게는 구체적으로 어떻게 대응을 하시나요?
“그럴 때 저는 ‘100% 자신에게 맞는 일이란 없어요. 중요한 것은 꾸준히 노력하고,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이죠. 그렇게 하다 보면 분명 자신의 길을 찾을 수 있을 거예요.’라는 말로 학생들을 격려하며, 스스로의 가능성을 믿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나중에는 학생들의 얼굴이 한층 밝아질 때 보람을 느낍니다.”
■ 전통건축학의 매력에 빠져 대학원 진학, 교수의 길로
인터뷰는 중반을 넘어서면서 권 교수의 교수 임용 이전의 시절이 궁금해졌다. 권 교수는 한국전통문화대와 전통건축에 언제부터 관심이 있었을까? 권 교수는 고등학교 시절부터 한국 역사에 대한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었지만, 전통문화에 대한 구체적인 관심은 한국전통문화대를 알게 된 후부터 시작되었다고 한다.
또한, 남들과는 다른 특별한 길을 걸어보고 싶다는 생각에 전통건축학과를 선택하게 되었는데, 전통건축이라는 분야가 단순한 건축을 넘어 우리나라의 역사와 문화를 이어주는 매력적인 학문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전공에 대한 만족도는 전통건축에 대한 지적 호기심과 갈증은 자연스레 대학원 진학으로 연결됐다.
권 교수는 자신이 한국전통문화대에 다닐 당시에는 대학원이 개설되어 있지 않아 타 대학으로 진학할 수밖에 없었다. 당시 그는 ‘구조’ 분야에 흥미를 느껴 서울대 건축학과 대학원에 진학해 석사와 박사과정을 이수했다.
- 교수의 꿈은 언제부터 품으셨나요?
“대학원에서 연구를 시작하면서 학문의 깊이에 매료되었습니다. 이는 자연스럽게 학생들을 가르치며 연구를 계속 하고 싶다는 생각이 커져 교수의 꿈을 갖게 되었어요. 따라서 교수가 되기 위해서는 꾸준한 노력이 필수라고 생각했죠. 그래서 무엇보다 전공 분야에 대한 깊이 있는 연구에 집중했습니다. 논문 작성과 학회 발표를 통해 연구 역량을 강화하고, 끊임없는 학습으로 새로운 지식을 습득하며 성장해 나갔다고 생각합니다.”
- 대학원 졸업 후에는 어떤 과정을 밟았는지 궁금합니다.
“박사학위 취득 직후에는 싱가포르국립대에서 파견 근무(POSTDOC)를 시작하며 해외 연구 활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했습니다. 그동안 서울대 소속 연구원으로 재직하며 쌓아온 연구 경험을 바탕으로 싱가포르국립대 연구팀과 함께 농업 부산물인 왕겨재를 활용한 친환경 무시멘트 모르타르 개발 연구를 수행했습니다.”
권 교수는 싱가포르국립대와의 공동 연구가 박사 학위 논문에서 다룬 무시멘트 모르타르 연구를 더욱 심화 발전시키는 계기가 되었다고 말한다. 특히, 다양한 지역의 자원을 활용한 친환경 건축 재료 개발이라는 새로운 연구 방향을 제시했다.
싱가포르국립대의 우수한 연구 시설과 다양한 국적의 연구자들과의 교류를 통해 국제적인 연구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글로벌 연구 환경에서의 연구 역량을 강화할 수 있었던 것은 자신을 한층 성장하게 만들었다.
■ 전통건축학, 미래세대에 우리 문화가치 전달하는 매개체
이어 인터뷰는 권 교수의 전공인 전통건축학과 최근 거세게 불고 있는 이른바 ‘K' 열풍이 전통문화로도 연결될 가능성이 있는 지로 모아졌다.
- 전통건축학과에 대해 설명 부탁드립니다.
“전통건축학과는 한마디로 전통과 현대를 모두 아우르는 교육을 통해 전통건축을 보존, 계승하고 현대건축 발전에도 이바지할 수 있는 한국건축 전문가를 양성하는 학과입니다. 이론과 실무를 겸비한 교육 과정을 통해 전통 건축을 보존하고 현대 건축에 접목시키는 방법을 배우게 되죠. 특히 한국전통문화대 전통건축학과는 소수 정예 교육 시스템을 통해 학생 개개인에게 집중적인 지도를 제공하며, 전통건축 분야의 깊이 있는 이론과 실무를 겸비한 전문가를 양성하는 국내 유일의 학과입니다.”
- 최첨단 하이테크시대에 전통건축학이 경쟁력이 있을까요?
“현대사회에서 전통건축학은 단순히 과거의 건축 양식을 연구하는 학문을 넘어, 미래 사회를 위한 지속 가능한 발전과 문화적 다양성을 유지하는 데 있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해요. 전통 건축은 우리 민족의 정체성을 담고 있는 소중한 문화유산일 뿐만아니라, 현대 건축의 문제점을 해결하고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특히, 기후 변화에 대한 대응, 에너지 효율성 증대, 지역 사회의 활성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전통 건축의 지혜를 활용할 수 있어요. 또한, 전통건축은 문화적 다양성을 보존하고 미래 세대에게 우리 문화의 가치를 전달하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 전통문화, 글로벌 시장에서 대표 아이콘 자리매김 ‘기대’
한편, 최근 몇 년 사이 K-POP, K-FOOD, K-드라마 등 한류 열풍으로 인해 전 세계적으로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와 같은 ‘K-열풍’ 시대에 우리 전통문화의 위상과 가능성은 어떨까? 권 교수는 이에 대해 우리 전통문화가 재조명되고 있고, 과거에 비해 전통문화는 단순한 과거 유산이 아닌, 현대 사회에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문화 콘텐츠로 인식되고 있다며 낙관적인 전망을 내 놓았다.
“우리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전통문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것은 매우 고무적입니다. 이는 전통문화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한 긍정적인 신호에요. 앞으로 전통문화가 현대적인 감각으로 재해석되어 더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될 것이며,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 문화의 대표적인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전통문화는 단순히 과거를 기억하는 것이 아니라, 미래 세대에게 영감을 주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할 것입니다.”
☞ 권양희 교수는?
한국전통문화대 전통건축학과 02학번으로 05년 학부를 졸업한 뒤 서울대 대학원 건축학과 석사(08년)를 거쳐 동 대학원 건축학과에서 박사(17년) 학위를 받았다. 이후 싱가포르국립대로 파견 근무(POSTDOC)를 나가 해외연구 활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특허로는 ‘무시멘트 모르타르 조성물’이 있으며, 20년에는 대한건축학회 무애(이광노)건축상을 수상했다.
<이 기사는 '유니메이트알파'에도 게재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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